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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WTO·FTA·TPP

법무부, 2006년에 이미 `ISD 사법주권 침해` 지적

법무부, 2006년에 이미 "ISD 사법주권 침해" 지적
법무부 내부문건 공개…민주당 김재운 "미국과 재재협상 나서야"
이대희 기자 | 기사입력 2011-10-31 오전 11:40:04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두고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가 국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과거 법무부가 정부 공식입장과 달리 이 제도가 "우리의 사법주권을 침해한다"고 판단, 한·미 FTA 협상 초기 외교부에 이 조항의 삭제까지 요청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ISD란 기업 등의 투자자가 상대방 국가의 정책으로 인해 이익을 침해당했다고 판단했을 때 해당 국가를 세계은행 산하 국제상사분쟁재판소(ICSID)에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학계와 시민단체 등은 지난 2006년 정부가 미국과 FTA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이 제도를 래칫조항 등과 함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고 FTA 비준 반대 입장을 강조해 왔다.

▲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통일위원회 ISD 관련 토론회에서 남경필 위원장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야당 의원들이 불참으로 토론회가 무산되자 토론회장을 나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 "ISD 초헌법적 제도"

김재윤 민주당 의원은 31일 지난 2006년 작성된 '한·미 FTA 협상 국제투자분쟁 분야 대응방안'과 '투자분쟁 관련 2차협상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법무부 내부문건을 받아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한·미 FTA 협상 국제투자분쟁 분야 대응방안'에서 "거대자본을 보유한 다국적 기업의 경우, 제도적·관행적 장애를 제거하고 특정 정부를 길들이기 위해 승소가능성이 낮은 경우에도 중재를 제기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의 공공정책권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다.

법무부는 ISD가 외국 투자자에게만 보장돼, 국내 투자자가 불평등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또 체코 정부가 2003년에 2건의 소송 방어비용으로만 1000만 달러를 부담한 사례를 적시하며 "중재사건 건당 평균 법률비용이 100만 달러에서 2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ISD가 우리 헌법 정신에 위배됨에도, 한국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이를 준수하기 위해 '초헌법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우리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 조치가 국제 중재판정부에 의해 인용될 경우, 우리 정부가 배상판정을 집행하고 관련 조치를 시정하는 '초헌법적 조치'를 강제로 취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FTA로 인해 헌법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해석과 정반대…여야 대립 새변수 되나

그간 정부가 ISD는 대부분 협정에 포함된다는 의견을 견지해 왔으나 법무부 해석은 백팔십도 달랐던 셈이다. 당장 31일 오전에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ISD는 1976년 영국과의 투자보장협정체결부터 들어가 있던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2006년 법무부는 "기존 체결한 협정의 상대국은 개발도상국이거나 제소가능성이 낮은 국가였던 반면, (한국이) 미국과 협정 체결시에는 현실적으로 소송이 빈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투자분쟁범위도 광범위하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가 발간된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ISD의 문제점을 보고받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재한 한·미 FTA 대책회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천 장관의 지적을 듣고 그 자리에서 관계부처로 하여금 태스크 포스를 구성해 ISD 문제를 검토하도록 지시했지만, 천 의원이 7월 말 장관직에서 물러난 이후 유야무야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결국 노무현 정부 이래 줄곧 한·미 FTA 협정 과정서 ISD 주무부서인 법무부 의견은 사실상 배재된 채, 외교부의 주도로 협상이 이뤄진 셈이다.

김 의원은 "법무부조차 ISD가 우리 사법 주권을 침해하고 위헌소지가 크다고 인정했다"며 "이명박 정부는 불평등협상을 주도한 외교부 관계자들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대통령이 한·미 FTA 비준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ISD 등 독소조항 삭제를 위해 미국과 재재협상에 나서도록 지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11031112537§ion=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