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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피폭과 내부피폭

외부피폭과 내부피폭
후쿠시마 원전사고, 다시 도마 위로
[사이언스타임즈] 김형근 객원기자 | 2013년 10월 01일(화)


이제까지는 “이거 중국산 아냐?”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제 점차 바뀌고 있다. “이거 일본산 아냐?”라는 말로 말이다. 그동안 잠잠했던 일본 원전사건이 다시 도마 위로 오르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연어는 먹어도 되나? 고등어는? 도대체 원산지 표시는 믿을 수 있는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 유출되고 있다는 보도 이후 국내 수산물 소비가 줄고 있다. 일본산 아몬드, 아보카드, 사과 등의 농산물이 타격을 입은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일본 당국은 최근 방사능 오염수 유출에 대한 사고등급을 ‘일탈’에 해당하는 1등급에서 ‘중대한 이상 현상’에 해당하는 3등급으로 올렸다. 이후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국내산 수산물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방사능에 의한 피폭은 외부피폭과 내부피폭으로 나뉜다. ⓒ한국동위원소협회
수산업계에 따르면 7월까지 꾸준히 늘던 국내산 수산물 판매량이 일본의 오염수 누출 문제가 불거진 이후 급감했다. 우리가 즐겨 먹는 갈치와 고등어는 판매량이 반으로 줄어들었고 광어 매출도 30% 이상 줄었다.

올해 초만 해도 ‘금치’라고 불리던 비싼 갈치는 이젠 옛말이 됐다. 일부 대형 마트들은 인기가 높은 제주산 갈치를 평상시의 반값에 팔고 있다. 그나마 추석 전의 일이다. 추석특수가 끝난 금주부터는 수산물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돼 어민과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는 간혹 외부피폭 혹은 내부피폭이라는 말을 접하게 된다. 피폭이라는 말 자체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게 들릴지 모른다. 피폭이란 일본과 같이 원자력 사고로 인해 방사능에 노출되는 경우를 이야기한다.

미래 사회를 다룬 영화 같은 것들을 보면 핵전쟁으로 인해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들의 모습이 간혹 나오곤 한다. 그리고 1945년 히로시마 원폭투하로 인해 방사능 피해자들의 처참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종종 보기도 한다.


외부피폭보다 내부피폭이 더 위험하고 오래 가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가 일어나면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외부피폭과 내부피폭으로 나뉜다. 외부피폭은 공기 중에 있는 방사선에 의해 우리 몸이 영향을 받는 것을 말한다. 내부피폭은 방사성 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와 신체 내부에서 핵분열에 노출되는 현상이다.

호흡기를 통한 외부피폭보다 음식물을 통한 내부피폭이 훨씬 더 큰 위협이다. 우크라이나 보건 당국의 조사 결과 200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선 피폭 경로의 80∼95%는 음식 섭취였다.

외부피폭에서 중요한 것은 방사성 물질의 농도와 피폭자의 거리다. 거리가 일정한 상태에서 방사성 물질이 10배 많아지면 사람은 10배 더 피폭된다. 반대로 방사성 물질은 일정한데 피폭자와의 거리가 10배 가까워진다면 피폭량은 제곱으로 증가한다.

거리가 10배 가까워지면 피폭량은 100배 증가한다. 내부피폭은 경로가 다양하다. 오염된 토양에서 생산된 농산물에도 방사성 물질이 고스란히 축적된다.

인하대 의과대학 임종한 교수는 먹이사슬을 통한 생물학적 농축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생물학적 농축이란 수직적 먹이사슬이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해당 생물의 단위체중당 축적되는 중금속이나 난분해성 오염물질의 농도가 7∼10배씩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반감기가 긴 물질일수록 먹이사슬의 높은 단계에 있는 동물에게 고농도로 축적된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생선에서 고농도로 검출된 세슘의 반감기는 30년이다. 인체에 무해한 정도가 되는 데는 10배의 반감기, 즉 300년이 지나야 한다.


일본 정부 방사성 물질 해양 누출 숨겨와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의 해양 누출과 수산물 오염에 대해 이제까지 모른 체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년이 넘도록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가 바다로 유출된 사실을 부인하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이후에야 인정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스스로 수출을 제한한 후쿠시마 인근 13개 현의 농산물과 가공식품 26종, 8개 현의 수산물 50종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 10개 현의 모든 식품과 사료까지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일본의 원전사고에 따른 외부피폭의 경우 사실 마스크, 샤워, 우산쓰기 등과 같이 일반행동수칙만 지켜도 인체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더구나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연중 편서풍이 불기 때문에 일본의 방사능 물질이 공기에 있다 하더라도 직접 날아올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내부피폭의 경우는 약간 복잡해진다. 세슘-137, 요오드-131, 스트론튬-90 등의 방사성 물질은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이 크다. 그래서 정부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일본 식품에 대한 검열을 강화했다.

특히 세슘에 관한 검열을 더 세분화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방사선 세슘은 인체에 유입될 경우 근육에 침착되어, 위나 장으로 침투돼 피하지방이나 근육에 쌓이면 DNA 손상과 암을 일으키는 대단히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다.


일본 열도의 70%가 방사능에 오염

일본은 열도의 70%가 방사능에 오염되었고, 20%가 고농도 오염지역으로 조사되고 있다. 오염된 토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에는 땅속에 잔류하는 방사능물질이 고스란히 축적된다. 토양의 오염이 제거되는 수백 년에서 수천 년 동안 방사능에 의한 내부피폭을 피할 수 없다.

방사성물질의 해양 노출과는 별도로 지난 7월 18일부터 일본 후쿠시마 원전 3호기에서는 고농도의 방사능이 포함된 수증기가 배출되는 것이 육안으로 관측되었다. 방사능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배출된 수증기는 시간당 무려 2천170mSv(밀리시버트)의 초고농도 방사능으로 성인에게 1년간 허용된 방사능 한계치인 1m㏜보다 2천 배 이상의 초고농도 방사능이다. 방호복을 입어도 8분 이상 버티지 못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원전 3호기에는 우라늄 235보다 20만 배 이상 독성이 강한 플루토늄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향후 방사능 오염 제거에 최근 3년간 투입한 금액의 4배를 웃도는 비용을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성 물질 제거 비용을 후쿠시마현만 기준해 최대 5조1천300억엔, 우리나라 돈으로 약 5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방사능 괴담’ 기승 부려

한편 최근 SNS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방사능 괴담’이 기승을 부렸다. 상당히 광범위하게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문자로 유포되기도 했다. 주 내용은 일본 원전의 피해가 생각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것. 그래서 생선 및 젓갈 등은 방사능 피폭의 위험성이 있으니 먹으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국민들의 염려가 증폭되자 해양수산부는 국내산 수산물의 방사능 안전성 조사 결과 모두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농식품부도 국산 농산물에 방사능 검출이 없다고 밝히며 괴담 진화에 나섰다. 악의적으로 괴담을 조작, 유포하는 행위는 추적해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전하기도 했다.

원전사고의 피해가 상당하다. 일어났다 하면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바로 원전사고다. 외부피폭은 한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부피폭이 내재하고 있는 위험은 수천 년, 아니 수만 년 이상 잠재할 수 있다.


출처 : 외부피폭과 내부피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