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정보 상대 요청땐 비공개”…밀실협상 합법화
거꾸로 가는 ‘통상절차법안’ 외통위 통과
‘협상 지장 가져올 우려 있을 때’도 비공개
국회 감독권도 약화…민변 “법안 폐기하라”
[한겨레] 정은주 기자 | 등록 : 20111026 19:57 | 수정 : 20111026 21:31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한 통상조약의 체결 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안(통상절차법)이 국회의 감독 권한을 제약하고 정부의 밀실협상을 부추길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통상절차법 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는 점은 정부가 통상협상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사유를 포괄적으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사실상 ‘밀실협상’을 합법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행 정보공개법을 보면, ‘외교 관계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정부가 공개하지 않도록 돼 있다. 그러나 통상절차법 제4조는 ‘상대방이 자국의 이해와 관계되는 정보라는 이유로 비공개를 요청하는 경우’나 ‘통상협상에 지장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도 정부가 통상협상 정보를 비공개하도록 추가했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비공개 사유를 포괄적으로 추가한 까닭에 통상절차법이 제정되면 앞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고 협의기구로, 협정 이행을 감독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공동위원회’의 회의 내용조차 정부가 공개를 거부할 수 있게 됐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정문 한글본의 번역 오류 정오표(296건)조차 ‘미국이 외교문서로 분류했다’는 이유를 내세워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회의 감독권이 약화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제5조와 제10조를 보면, 국회 외통위의 요구가 있거나 통상협상에서 중요 사항의 변경이 있을 때 정부가 외통위에 보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사후에 보고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또 통상조약으로 직접 영향을 받는 농림수산위원회 등 다른 상임위와 개별 국회의원에게는 보고받을 권한을 따로 부여하지 않았다. 외교부를 제외한 다른 상임위에서는 사실상 통상협상을 감독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경우 소관 상임위가 9개나 된다.
농민 등 피해 계층이 독립적으로 통상협상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되지 않았다. 야당이 국회, 전문가, 유관단체가 참여하는 ‘통상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요구했으나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빠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해 계층에 미치는 영향 평가도 ‘통상조약의 문안이 확정되는 때에’ 하도록 규정했다(제11조). 통상협상 과정에서는 산업별 이해관계자가 공식적인 의견을 제출하고, 이를 정부가 수용할 법적 장치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셈이다. 다만 공청회(제7조 제1항)와 국민의 의견 제출(제8조)은 가능하도록 했다.
이밖에 민변은 통상조약에 통째로 국내법, 곧 법률과 같은 효력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우리 법률 체계에 어긋나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경우 법률(헌법 제40조)이 아니라 대통령령(헌법 제75조)이나 부령(헌법 제95조) 등으로 처리할 조항도 많은데, 정부가 일괄적으로 법률의 지위를 부여해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는 지적이다.
거꾸로 가는 ‘통상절차법안’ 외통위 통과
‘협상 지장 가져올 우려 있을 때’도 비공개
국회 감독권도 약화…민변 “법안 폐기하라”
[한겨레] 정은주 기자 | 등록 : 20111026 19:57 | 수정 : 20111026 21:31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한 통상조약의 체결 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안(통상절차법)이 국회의 감독 권한을 제약하고 정부의 밀실협상을 부추길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통상절차법 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는 점은 정부가 통상협상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사유를 포괄적으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사실상 ‘밀실협상’을 합법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행 정보공개법을 보면, ‘외교 관계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정부가 공개하지 않도록 돼 있다. 그러나 통상절차법 제4조는 ‘상대방이 자국의 이해와 관계되는 정보라는 이유로 비공개를 요청하는 경우’나 ‘통상협상에 지장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도 정부가 통상협상 정보를 비공개하도록 추가했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비공개 사유를 포괄적으로 추가한 까닭에 통상절차법이 제정되면 앞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고 협의기구로, 협정 이행을 감독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공동위원회’의 회의 내용조차 정부가 공개를 거부할 수 있게 됐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정문 한글본의 번역 오류 정오표(296건)조차 ‘미국이 외교문서로 분류했다’는 이유를 내세워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회의 감독권이 약화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제5조와 제10조를 보면, 국회 외통위의 요구가 있거나 통상협상에서 중요 사항의 변경이 있을 때 정부가 외통위에 보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사후에 보고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또 통상조약으로 직접 영향을 받는 농림수산위원회 등 다른 상임위와 개별 국회의원에게는 보고받을 권한을 따로 부여하지 않았다. 외교부를 제외한 다른 상임위에서는 사실상 통상협상을 감독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경우 소관 상임위가 9개나 된다.
농민 등 피해 계층이 독립적으로 통상협상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되지 않았다. 야당이 국회, 전문가, 유관단체가 참여하는 ‘통상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요구했으나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빠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해 계층에 미치는 영향 평가도 ‘통상조약의 문안이 확정되는 때에’ 하도록 규정했다(제11조). 통상협상 과정에서는 산업별 이해관계자가 공식적인 의견을 제출하고, 이를 정부가 수용할 법적 장치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셈이다. 다만 공청회(제7조 제1항)와 국민의 의견 제출(제8조)은 가능하도록 했다.
이밖에 민변은 통상조약에 통째로 국내법, 곧 법률과 같은 효력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우리 법률 체계에 어긋나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경우 법률(헌법 제40조)이 아니라 대통령령(헌법 제75조)이나 부령(헌법 제95조) 등으로 처리할 조항도 많은데, 정부가 일괄적으로 법률의 지위를 부여해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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