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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환경부, 4대강 사업 첫 중단 명령…국토부 `묵살`

환경부, 4대강 사업 첫 중단 명령…국토부 '묵살'
뒤늦은 '한강 6공구 재조사' 명령…'부실' 환경영향평가 사실로
기사입력 2010-04-22 오후 2:42:27



환경부가 멸종 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 훼손으로 논란이 됐던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도리섬(삼합리섬) 일대의 4대강 사업 공사를 중단할 것을 한국수자원공사에 지시한 사실이 22일 확인됐다. 환경부는 또 한국수자원공사에 공문을 보내 한강 6공구 전체 사업 구간에 대한 생태계 전수 조사를 벌일 것을 요청했다.

지난해 11월 전국에서 4대강 사업을 위한 착공에 들어간 뒤, 환경부가 생태계 파괴 문제로 공사 중단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생태계 조사가 이뤄질 한강 6공구는 '한강 살리기 사업' 구간 전체의 4분의 1에 이르는 큰 규모여서, 향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4대강 사업 추진 명분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 준설 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도리섬(삼합리섬) 일대의 모습. 이곳엔 세계 유일의 희귀 식물인 단양쑥부쟁이가 대규모 서식하고 있으나, 지난해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에선 누락됐다. ⓒ프레시안(선명수)

22일 '4대강 사업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4대강 범대위)'가 공개한 환경부의 '법정 보호종 전수 조사 요청' 공문을 보면, 환경부는 지난 19일 4대강 사업 추진 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에 "삼합리섬에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 2급인 단양쑥부쟁이와 표범장지뱀이 새로 발견됨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시 조사되지 않은 법정 보호종이 인근 사업 구간에서도 서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빠른 시일 안에 6공구 전 사업 구간을 대상으로 법정 보호종의 전면적인 전수 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환경부가 전수 조사를 요청한 한강 6공구는 여주군 여주읍 상리에서 점동면 삼합리까지 총 17.5킬로미터에 이르는 구간으로, 한강 전체 공사 구간 69.7킬로미터의 4분의 1에 해당된다. 이 지역은 멸종 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를 비롯해 표범장지뱀, 삵, 가창오리, 돌상어 등의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꼽힌다.


"환경부, '부실·졸속' 환경영향평가 스스로 인정한 꼴"

이번 환경부의 공사 중단과 생태계 조사 요청은 지난해 환경부가 시행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실제 환경부가 공사 중단을 요구한 도리섬 일대는 지난해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단양쑥부쟁이·표범장지뱀 서식 사실이 누락된 곳이어서, '부실 환경영향평가'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도리섬에 서식하는 단양쑥부쟁이. ⓒ프레시안(선명수)
특히 표범장지뱀·가창오리·돌상어의 경우,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는 서식 사실이 기재됐으나 본안에는 삭제됐다. 지난해 11월 환경부가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는 한강 사업 구간에 서식하고 있는 법적 보호 야생동물이 총 20종이라고 명시돼 있는데, 이는 초안에서 밝힌 31종에 비해 약 30퍼센트 이상이 축소된 것이다. 평가서 본안에는 "최근 5년간의 조사 자료만 반영한다"는 정부의 방침 때문이었다.

환경부는 넉달만에 마무리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부실 논란'이 일자, 기존 조사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대부분의 조사가 현장 조사가 아닌 문헌 조사에 그친데다, 문헌 조사조차도 한정적으로 반영돼 환경단체들의 비판을 샀다.

이에 대해 4대강 범대위는 "환경부의 이번 조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멸종 위기종이 무참히 죽어가는 것을 환경부 관계자가 직접 확인한 후에야 내린 결정이었다"며 "도리섬에는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 2급'인 단양쑥부쟁이와 표범장지뱀이 집단 서식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환경영향평가 검토 과정 없이 불법적으로 공사가 추진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생동식물보호법 제68조는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 2급을 포획·채취·훼손하거나 고사시킨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밝히고 있다.


환경부 '공사 중단 요청'에 국토부 '묵살'…공사는 '쭈욱'

한편, 환경부 산하 환경유역환경청은 도리섬 일대의 단양쑥부쟁이 군락지 훼손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 15일 "전수 조사 등 보전 방안을 마련한 뒤 공사를 진행하라"며 국토해양부에 공사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환경부의 공문이 발송된 지 일주일이 지난 22일 현재까지 공사를 중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녹색연합 황민혁 간사는 "환경부가 일주일 전 도리섬 일대에 대한 전면적인 공사 중단을 요청했지만, 공사는 단양쑥부쟁이 군락지 일부에서만 중단됐을 뿐, 여전히 도리섬 전역에서 준설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수자원공사와 국토해양부 측은 "단양쑥부쟁이가 사는 지역에 대해서만 공사를 중단하라는 의미"라며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15일 준설 공사에 파헤쳐진 단양쑥부쟁이의 모습. 이날 환경부는 단양쑥부쟁이 훼손이 사실로 드러나자, 한국수자원공사에 도리섬 일대에 대한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4대강범대위

더구나 이번 환경부의 한강 6공구 사업 구간 생태계 조사 요청에 한국수자원공사는 "일주일 동안 자체 조사하겠다"고 밝혀, '면피 조사'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22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새로 발견될 가능성이 많은 종을 중심으로 일주일가량 조사를 할 것"이라며 "모든 개체에 대한 정밀 조사를 벌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조처를 보완 조사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이번 전수 조사가 '형식적 조사'에 그칠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4대강 범대위는 22일 오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7.5킬로미터의 구간을 단 일주일 만에 조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한국수자원공사와 국토해양부는 또 다시 졸속 조사를 진행하고 공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환경부의 첫 공사 중단 요청과 전수 조사 명령은 사태의 엄중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부의 불법적인 공사가 정부 스스로를 통해 확인된 만큼, 즉각 공사를 중단하고 민관 합동의 공동 조사단을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선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