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4대강 사업 밀어붙이지 말고 3단계로 속도 조절해야`

"4대강 사업 밀어붙이지 말고 3단계로 속도 조절해야"
대한하천학회 창립…'강 살리기' 사업의 방향을 묻다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사업의 타당성과 사회적 합의 여부에 따라 3단계로 나누어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창근 관동대학교 교수(토목공학과)는 1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대한하천학회 세미나에서 "4대강 사업이 지금과 같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집행된다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와 예산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며 "그 대안으로 '3단계 속도 조절론'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박창근 관동대학교 교수가 18일 '4대강 사업 중 보 및 준설의 허구성과 강 살리기의 올바른 길'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

박 교수는 "수질 대책, 하천 환경 정비 등 이미 과학적인 근거가 있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사업을 1단계로 먼저 추진하고, 과학적 타당성이 인정됐으나 지역적 합의가 필요한 자전거 도로 건설 사업, 제방 보강 사업은 논의를 거쳐 2단계로 진행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 3단계로 16개의 보(洑) 설치, 5억7000만 제곱미터 규모의 준설처럼 환경 파괴가 우려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4대강 중 규모가 작은 강을 '시범 하천'으로 지정해 먼저 사업을 벌인 뒤, 그 결과를 검토해 문제점을 도출하고 대책을 마련하자는 대안도 제시했다. '시범 하천'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검토하고 점차 나머지 하천으로 사업을 넓히자는 주장이다.


"낙동강에 물이 부족하다고?…토목 공사 위한 억지 논리!"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자들은 현 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 논리를 조모조목 비판했다. 먼저 정부가 '물 부족'을 근거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낙동강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자연스럽게 물 부족이 해소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창근 교수는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2011년 낙동강 권역에서 0.11톤의 물이 남는데, 그럼에도 정부는 낙동강에서 10억 톤의 물을 확보하겠다고 한다"며 "물이 부족한 곳은 정작 산간농촌 지역이나 도서해안 지역인데, 억지 논리를 바탕으로 낙동강 본류에 8개의 보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은 지극히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서 "하천에 보를 설치하면 물의 흐름이 느려져 수질이 악화될 위험이 매우 크다"며 "하천 본류에 보를 설치해 물을 저류시켜 확보하겠다는 방안은 전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김정욱 교수(환경대학원) 역시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 낙동강 안동 하류는 10개 정도의 댐으로 연결돼 자연적인 흐름이 전혀없고, 유속은 초당 2센티미터로 떨어진다"며 "안동에서 바다까지 18.3일이면 흘러가던 물이 공사 후에는 185.8일 머물러 있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수질 개선'을 위해 추진한다는 강바닥 준설과 보 설치가 오히려 4대강의 수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홍수는 하천 '본류'보다 '지류'에서 발생…치수 대책 전환 필요"

홍수 예방과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하천 본류보다 지류에 대한 투자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 교수는 "강원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홍수는 4대강 본류 구간이 아니라 지방 하천과 소하천에서 대부분 발생한다"며 "4대강 사업 구간의 경우 97퍼센트 이상 이미 하천 정비가 완료됐는데, 다시 홍수 예방을 이유로 본류 구간에 예산을 집중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하천에 만들어진 보와 낙차공 등의 인공 시설물 때문에 홍수 피해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를 만들게 되면 수위가 높아지고 수압에 의해 바닥 부분이 유실되기 때문에, 홍수의 위험을 줄이기는커녕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기존의 본류를 중심으로 한 댐과 제방 위주의 치수 정책이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냈으며, 이에 제방을 후퇴시켜 강변 저류지를 조성하고 습지를 보존·복원하며 천변 저류지를 조성하는 등 신개념 치수 대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대한하천학회, '강 살리기' 방향 묻는 세미나 열어

그간 한반도대운하 및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온 '운하반대교수모임'의 하천 관련 학자들이 '대한하천학회'를 설립했다. 대한하천학회는 1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진정한 강 살리기, 어떤 길이 올바른가'라는 제목의 창립 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 대한하천학회는 1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진정한 강 살리기, 어떤 길이 올바른가'라는 제목의 창립 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프레시안

이날 세미나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의 기조 강연을 시작으로, 외국의 하천 정비 및 댐·보 철거 사례 발표, 4대강 사업의 적절성에 대해 분석하는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환경운동가이자 최근 대운하 반대 음반을 발표한 이기영 호서대 교수가 자작곡 '한강은 흐른다'를 불러, 청중의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대한하천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박창근 교수는 "하천 살리기, 생태 하천 등 화려한 미사여구 뒤에 숨어 있는 무분별한 하천 개발은 인간의 탐욕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라며 "정부가 대규모 수자원 개발 사업의 달콤함에 빠져 있을 때, 산간농촌지역과 도서지역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나라 수자원 정책의 이중성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전 회장은 축사에서 "4대강 사업을 둘러싼 혼란 과정에서 양심의 소리를 차마 억제하지 못하는 용기있는 학자들이 모여 큰 결심을 했다"며 "학자적인 양심과 사회적인 책임감이라는 2개의 등불을 들고서 어두움과 혼돈을 몰아내고 씩씩하게 나아가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