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내부 “청와대가 검역중단 뒤집어”…청와대는 부인
‘검역 중단’서 ‘수입 계속’ 급선회…4월 25일 무슨일 있었나
[한겨레] 김현대 선임기자 | 등록 : 2012.05.03 20:58 | 수정 : 2012.05.03 23:02
오전 10시 검역정책과 실무자
검역 중단 묻자 “그래야겠죠”
오후 1시반 식품산업정책실장
“중단 해야겠죠” 확인에 끄덕
오후 4시 공식발표
“통상마찰 우려” 검역중단 안해
미국 소의 광우병 발생 급보가 전해진 지난달 25일 오전. 농림수산식품부의 담당 라인에서는 ‘검역 중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오후 2시까지도 대세는 ‘검역 중단’이었다. 하지만 오후 4시의 공식 발표는 “수입 계속, 검역 강화”로 급반전됐다. 그날 농식품부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기자들의 취재노트를 통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본다.
■ 4월25일 취재일지 재구성
25일 오전 10시께, 농식품부의 검역정책과를 찾아갔다. 담당 실무자는 “결정된 바 없다. 아직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검역 중단?”에 대해서는 “그래야겠죠”라고 했다. 이보다 앞서, 엠비엔(MBN) 기자는 오전 8시30분께 전종민 검역정책과장의 “검역을 중단하겠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보도했다. 전 과장은 “당시에는 비정형 광우병인지 몰랐다”고 뒤에 해명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오전 9시 무렵 “농식품부 대변인실의 과장 말을 인용해, 검역 중단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농식품부는 오전 10시30분이 지나 “가축전염병예방법과 수입위생조건을 고려해 필요한 조처를 조속히 취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발표가 자꾸 늦어졌다. 오후 1시30분께 여인홍 식품산업정책실장 방으로 갔다. 여 실장은 “미국 쪽에 질의문을 보내고 소명을 듣는 (요식) 절차라도 갖춰야 통상마찰 소지를 줄일 수 있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검역 중단은 해야겠죠”란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의 박용호 본부장은 같은 날 오전 농식품부 담당자의 전화를 받았다. 박 본부장은 “검역 중단” 의견을 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박 본부장은 1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검역 중단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이 정해지기 전에 ‘비공식’ 의견을 냈다는 뜻으로 읽힌다.
■ 서규용 장관의 세 가지 억지논리
많은 전문가는, 심지어 여당 의원들조차 어떤 논의과정을 거쳐 “수입 계속” 결정이 내려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검역 중단 불가’ 결정을 내렸던 4월25일, 정부가 처음 내세웠던 이유는 “통상마찰 우려”였다. 하지만 잠정적으로 검역을 중단하다고 해서 심각한 통상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정말로 국민 건강과 안전에 위험이 없다면 금방 수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고, 미국 쪽에서는 제소를 추진할 시간적 여력도 실익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절대 안전한데 그 짓(검역 중단)을 왜 하느냐”며, ‘통상마찰 우려’에 이어 두번째 이유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광우병 발생 당일인 25일 농식품부가 확보한 정보는 미 정부에서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불충분하고 일방적인 발표 자료를 근거로 국민 안전을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던 셈이다.
서 장관은 1일 국회 농식품위에서 “법과 규정상 안 되게 돼 있는데, 법규를 어기란 말이냐”고 말했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 ‘국민 건강이 위험할 때 수입 중단할 수 있다’고 돼 있지,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하면 수입 중단해야 한다’고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우남 민주통합당 의원은 “당시 입법 취지는 ‘검역 중단 뒤 과학적 조사’였다”며 “이제 와서 무슨 소리 하느냐”고 비판했다.
■ 정설은 “청와대에서 뒤집었다”
전문가와 실무라인의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결정이 내려지고, 이를 억지논리로 강변하는 상황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농식품부에서 ‘검역 중단’ 의견을 올렸지만, 청와대에서 뒤집어졌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결국 신뢰의 문제이고, 그래서 일단 검역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농식품부와 검역검사본부에서 지배적이었다”며 “무슨 이유인지 청와대에서 완강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기조가 급선회한 것으로 모두 알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에서 능동적으로 청와대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서규용 장관과 오정규 차관, 여인홍 식품산업정책실장까지, 하나같이 축산 검역 정책에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다. 담당 국장인 소비안전정책관 자리는 지금도 빈자리로 남아 있고, 담당 과장은 서너달 전에 검역정책을 처음 맡았다. 아무도 2008년의 ‘촛불 역사’를 경험하지 않았다. 더욱이 서 장관은 ‘절대 충성’을 앞세우는 인물이다.
출처 : 농식품부 내부 “청와대가 검역중단 뒤집어”…청와대는 부인
‘검역 중단’서 ‘수입 계속’ 급선회…4월 25일 무슨일 있었나
[한겨레] 김현대 선임기자 | 등록 : 2012.05.03 20:58 | 수정 : 2012.05.03 23:02
▲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분장을 한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회원이 3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27일 서 장관이 경기도의 한 냉동창고에서 수입쇠고기 검역시스템을 점검하던 모습을 풍자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
오전 10시 검역정책과 실무자
검역 중단 묻자 “그래야겠죠”
오후 1시반 식품산업정책실장
“중단 해야겠죠” 확인에 끄덕
오후 4시 공식발표
“통상마찰 우려” 검역중단 안해
미국 소의 광우병 발생 급보가 전해진 지난달 25일 오전. 농림수산식품부의 담당 라인에서는 ‘검역 중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오후 2시까지도 대세는 ‘검역 중단’이었다. 하지만 오후 4시의 공식 발표는 “수입 계속, 검역 강화”로 급반전됐다. 그날 농식품부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기자들의 취재노트를 통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본다.
■ 4월25일 취재일지 재구성
25일 오전 10시께, 농식품부의 검역정책과를 찾아갔다. 담당 실무자는 “결정된 바 없다. 아직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검역 중단?”에 대해서는 “그래야겠죠”라고 했다. 이보다 앞서, 엠비엔(MBN) 기자는 오전 8시30분께 전종민 검역정책과장의 “검역을 중단하겠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보도했다. 전 과장은 “당시에는 비정형 광우병인지 몰랐다”고 뒤에 해명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오전 9시 무렵 “농식품부 대변인실의 과장 말을 인용해, 검역 중단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농식품부는 오전 10시30분이 지나 “가축전염병예방법과 수입위생조건을 고려해 필요한 조처를 조속히 취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발표가 자꾸 늦어졌다. 오후 1시30분께 여인홍 식품산업정책실장 방으로 갔다. 여 실장은 “미국 쪽에 질의문을 보내고 소명을 듣는 (요식) 절차라도 갖춰야 통상마찰 소지를 줄일 수 있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검역 중단은 해야겠죠”란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의 박용호 본부장은 같은 날 오전 농식품부 담당자의 전화를 받았다. 박 본부장은 “검역 중단” 의견을 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박 본부장은 1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검역 중단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이 정해지기 전에 ‘비공식’ 의견을 냈다는 뜻으로 읽힌다.
많은 전문가는, 심지어 여당 의원들조차 어떤 논의과정을 거쳐 “수입 계속” 결정이 내려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검역 중단 불가’ 결정을 내렸던 4월25일, 정부가 처음 내세웠던 이유는 “통상마찰 우려”였다. 하지만 잠정적으로 검역을 중단하다고 해서 심각한 통상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정말로 국민 건강과 안전에 위험이 없다면 금방 수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고, 미국 쪽에서는 제소를 추진할 시간적 여력도 실익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절대 안전한데 그 짓(검역 중단)을 왜 하느냐”며, ‘통상마찰 우려’에 이어 두번째 이유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광우병 발생 당일인 25일 농식품부가 확보한 정보는 미 정부에서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불충분하고 일방적인 발표 자료를 근거로 국민 안전을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던 셈이다.
서 장관은 1일 국회 농식품위에서 “법과 규정상 안 되게 돼 있는데, 법규를 어기란 말이냐”고 말했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 ‘국민 건강이 위험할 때 수입 중단할 수 있다’고 돼 있지,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하면 수입 중단해야 한다’고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우남 민주통합당 의원은 “당시 입법 취지는 ‘검역 중단 뒤 과학적 조사’였다”며 “이제 와서 무슨 소리 하느냐”고 비판했다.
■ 정설은 “청와대에서 뒤집었다”
전문가와 실무라인의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결정이 내려지고, 이를 억지논리로 강변하는 상황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농식품부에서 ‘검역 중단’ 의견을 올렸지만, 청와대에서 뒤집어졌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결국 신뢰의 문제이고, 그래서 일단 검역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농식품부와 검역검사본부에서 지배적이었다”며 “무슨 이유인지 청와대에서 완강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기조가 급선회한 것으로 모두 알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에서 능동적으로 청와대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서규용 장관과 오정규 차관, 여인홍 식품산업정책실장까지, 하나같이 축산 검역 정책에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다. 담당 국장인 소비안전정책관 자리는 지금도 빈자리로 남아 있고, 담당 과장은 서너달 전에 검역정책을 처음 맡았다. 아무도 2008년의 ‘촛불 역사’를 경험하지 않았다. 더욱이 서 장관은 ‘절대 충성’을 앞세우는 인물이다.
출처 : 농식품부 내부 “청와대가 검역중단 뒤집어”…청와대는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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