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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 장관 “광우병 ‘긴급한 경우’ 해당안돼”

농림 장관 “광우병 ‘긴급한 경우’ 해당안돼”
정부 ‘또 한번의 거짓말’
전문가들 “가축전염병예방법 선후관계 왜곡”
“‘수입중단→조사’가 맞는데 정부는 거꾸로 법해석”
캐나다·호주등과 달리 미국에만 예외적 특혜

[한겨레] 김현대 선임기자 | 등록 : 2012.04.26 18:58 | 수정 : 2012.04.27 11:17


▲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26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미국 젖소의 광우병 발병과 관련해 수입과 검역에 대한 견해를 밝히려고 기자간담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제공

가축전염병예방법 32-2조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해…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한 조처가 필요한 경우…수입중단 조치 등을 할 수 있다”

정부가 25일 가축전염병예방법과 수입위생조건을 근거로 들어 미국산 쇠고기의 즉각적인 수입중단 조처를 취하지 않은 데 대해 “정부가 법의 취지를 왜곡해 국민의 안전을 뒷전으로 미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는 26일 “가축전염병예방법의 취지는 지금처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지만 그 경로와 원인이 확실히 규명되지 않는 ‘긴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우선 잠정적인 수입중단(또는 검역중단) 조처를 취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다음 충분히 조사해 원인이 밝혀지면, 그때 가서 지속적인 수입중단을 하든지 아니면 다시 수입을 재개하든지 하면 된다”며 “정부가 일단 조사를 해서 문제가 있는지 확인한 다음에 수입중단을 하겠다는 것은 법의 취지를 정반대로 해석한 것으로 또한번의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 9월에 개정된 가축전염병예방법 32-2조는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해 …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한 조처가 필요한 경우 … 수입중단 조치 등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이후 만들어진 수입위생조건 부칙 6조에서도 비슷한 문구를 담았다. 당시 ‘촛불 사태’를 겪은 정부는 이러한 법규 개정과 함께, ‘미국 광우병 발생 때 수입중단 → 양국 공동으로 발생 원인 역학조사 → 조사 결과에 따라 지속적 수입중단 조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던 바 있다. 이에 앞서 정부가 그해 5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광고를 주요 일간지에 게재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였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인데도 법에 정해 놓은 잠정적인 수입중단 조처도 않은 채 단순히 검역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선후가 잘못됐다”며 “미국 정부의 말만 믿고 무조건 걱정하지 말라는 우리 정부의 태도 때문에 국민들의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면 일단 미국의 광우병 통제시스템의 취약점이 드러난 것으로 의심해봐야 하는 것”이라며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과 합의한 수입위생조건에서는 즉각적으로 수입중단 또는 검역중단 조처를 취할 수 있는데, 유독 미국에만 예외적인 특혜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면, 또 이러한 불필요한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위생조건을 다시 고쳐 수입중단의 구체적인 절차를 명문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못박지 않고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표현해 정부에 재량권을 부여했고, 이번 미국 광우병이 전혀 위험하지 않은 것이어서 ‘긴급한’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광우병 발생 소식이 전해진 25일 낮까지만 해도 농식품부의 실무진들 사이에서는 “최소한 검역중단 조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 : 농림 장관 “광우병 ‘긴급한 경우’ 해당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