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노조 파괴 신종기법 기업에 확산… 용역 투입, 직장폐쇄, 노조 무력화

노조 파괴 신종기법 기업에 확산… 용역 투입, 직장폐쇄, 노조 무력화
SJM도 17일 만에 새 노조
[경향신문] 이영경·경태영 기자 | 입력 : 2012-08-14 21:23:04 | 수정 : 2012-08-14 22:53:50


경기 안산의 자동차 부품업체 SJM에 새 노조가 설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7일 경비업체 컨택터스 소속 용역 300여명을 공장에 투입해 노조원들을 끌어내고 직장폐쇄를 한 지 20일도 안돼서다. 같은 날 용역 투입과 직장폐쇄가 이뤄진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는 사흘 만에 새 노조가 설립됐다.

용역 투입과 직장폐쇄가 친기업적 노조 설립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안산시청은 지난 13일 SJM 직원 20명이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신고서에서 “기존 노조가 외부세력에 영향을 받고 있어 조합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새 노조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산시청은 신고서를 검토해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신고증을 발급할 계획이다.

새 노조의 위원장은 SJM 현장관리자인 작업반장 윤모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폐쇄 후 공장 밖에서 파업 중인 금속노조 SJM지회는 이들의 새 노조 설립 사실을 알지 못했다. 윤씨 등은 SJM지회 조합원이었지만 직장폐쇄 후 SJM지회의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업무에 복귀했다. SJM지회는 이들이 회사의 도움을 받아 노조를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SJM지회 관계자는 “윤씨는 SJM지회 조합원이긴 했지만 열심히 활동하지는 않았다”면서 “과거 사측에 협력적인 사람들과 함께 지회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가 미리 계획된 시나리오에 따라 친기업 노조를 설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처럼 ‘용역 투입→공격적 직장폐쇄→친기업적 노조 설립’으로 이어지는 ‘노조 무력화 시나리오’는 2~3년 전부터 시작됐다. ‘센 노조’로 알려진 금속노조 핵심 사업장들이 주요 대상이 됐다. 2010~2011년 발레오전장, 상신브레이크, KEC, 유성기업 등의 노조가 이런 과정을 거쳐 무너지거나 약화됐다. 그 이면에는 정권의 제도적 뒷받침과 사측의 자본력이 있었다.

2010년 시행된 타임오프(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한도제)는 노조 전임자의 수를 줄여 노조의 힘을 약화시켰다. 여기에 지난해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시행하면서 사측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노조는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다.

기업은 이런 기회를 틈타 공격적으로 노조 무력화에 나서고 있다. 노무컨설팅 업체와 용역업체들은 돈을 위해 이들 기업의 손발 역할을 한다. 노무법인들은 전문가들의 잘 짜인 논리와 각본으로 사측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노동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사설 용역업체는 이들과 연계해 돈을 받고 물리력을 행사한다.

금속노조 김지희 대변인은 “용역폭력을 동원한 공격적 직장폐쇄, 복수노조 설립을 통한 노조 와해 시도가 하나의 시나리오로 정형화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사측의 불법행위에 대해 즉각 대응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JM의 회사 관계자는 “새 노조 설립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회사 측 지원으로 새 노조가 설립됐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출처 : 노조 파괴 신종기법 기업에 확산… 용역 투입, 직장폐쇄, 노조 무력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