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은 용역 동원한 '노조파괴' 진원지

대구·경북은 용역 동원한 '노조파괴' 진원지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들, 대구노동청 책임자 국정조사 요구
[오마이뉴스] 조정훈 | 12.08.17 20:26 | 최종 업데이트 12.08.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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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금속노조 구미KEC 지회는 회사에 임금인상 및 사내 복지개선, 고용안정,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단체교섭을 사측에 요구했으나 회사는 타임오프제 위반이라며 교섭에 성실히 응하지 않았다.

이후 노조는 지방노동위의 조정 절차를 거쳐 6월 9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하자 회사는 6월 30일 오전 1시경 650여 명의 용역을 배치하고 여성기숙사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하고 기숙사 밖으로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성폭력과 인권침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는 용역들을 직고용 했다며 경찰서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용역업체는 유성기업에서 노조를 무력화시켜 유명한 CJ시큐리티와 SGTS였으며 올해 6월까지 지원가드(CJ시큐리티 후신)가 용역으로 배치됐다. 노조가 지금까지 추산한 용역 투입인원만 10만7천 명에 인건비만 무려 21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EC는 금속노조 KEC지회를 와해시키고 친기업성향 노조를 만들기 위해 '직장폐쇄 출구전략 로드맵'을 작성한 문건이 발견되기도 했으며 이 문건에는 노조활동비 7억 원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후 경북에서 최초로 KEC노조가 복수노조로 새로 설립되었다.

현재 KEC노조는 9명의 노조전임자를 두고 있어 처음 타임오프제 위반을 이유로 KEC지회의 파업을 불법으로 몰고 갔던 회사의 주장이 거짓이고 기획된 민주노총 소속 노조파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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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0년 2월 발레오만도 경주공장에서 용역들이 노동자들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하고 있다. ⓒ 발레오만도 경주공장 노조 제공

대구 달성군 논공공단에 위치한 상신브레이크도 2010년 8월 23일 노조의 불법파업을 이유로 회사는 150여 명의 용역을 배치하고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29일에는 경비용역 전문업체인 에스텍에서 노사분쟁 전문업체인 컨텍터스(CONTACCTUS)로 용역업체를 변경했다.

컨텍터스의 용역 직원들은 노조사무실을 봉쇄하고 노조원들과 대치하면서 물대포를 쏘고 소화기를 분사하면서 노조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간부가 이들 용역이 휘두른 곤봉에 맞아 머리가 찢어지기도 했으나 경찰은 무혐의 처리했다.

이루 상신브레이크는 노조원들을 개별적으로 연락해 업무에 복귀시키면서 불법파업 인정, 배치전환 동의, 파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 등에 대해 서약서를 받고 휴대폰 등을 압수한 뒤 회사에서 강제 숙식을 시켜 인권위로부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상신브레이크는 노조간부 5명을 해고하고 회사에 우호적인 노조를 출범시킨 뒤 금속노조를 탈퇴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올해 2월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해 벌금을 부과하고 서울중앙지법은 상신브레이크지회의 금속노조 탈퇴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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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용강공단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발레오만도 노조는 2009년부터 노사협의를 진행했으나 진전되지 않고 해를 넘겨 2010년 1월에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회사가 일방적으로 경비실 조합원들을 현장으로 발령내려 한 데 반발해 노조는 2월 6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회사는 2월 16일 용역을 투입하고 회사에 있던 조합원들을 강제로 내보낸 후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때 동원된 용역업체는 SNA와 SGTS로 400명에서 1000명까지 동원해 정문을 봉쇄한 뒤 조합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소화기를 분사하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다친 조합원들의 치료비가 2천만 원을 넘는다.

발레오만도 역시 기존 조합원들에게 금속노조를 탈퇴하도록 종용해 회사에 협조할 수 있는 새로운 노조를 출범했다. 그리고 조합원들에게는 '화랑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쪼그려뛰기, 피티체조 등 삼청교육대에서나 볼 수 있는 비인간적 교육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구·경북은 용역 동원한 노조파괴의 진원지

▲ 민주노총 소속 경주 발레오만도, 구미KEC, 대구 상신브레이크, 경산 경상병원 노동자들과 민변 등 시민단체는 16일 대구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조파괴 용역폭력은 지역에서 먼저 시작되었다고 폭로했다. ⓒ 조정훈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와 경북본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등은 최근 안산 SJM에서 벌어진 용역업체 컨텍터스의 폭력진압이 주목받고 있지만, 전국을 휩쓴 기획노조파괴의 진원지가 '대구·경북'이라며 대구노동청을 비롯한 경찰 등 관계기관을 성토하고 국정감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오전 대구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미 2010년 대구의 상신브레이크와 경주 발레오만도, 구미 KEC, 경산 경상병원에서 용역깡패를 투입하고 직장폐쇄를 단행한 뒤 민주노조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0년 경주 발레오만도에서 기획노조 파괴의 신호탄이 터졌다"며 "노조의 준법투쟁에 용역깡패를 동원하고 직장폐쇄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해 6월에는 구미에서 650명의 용역을 새벽에 여성노동자의 기숙사에 난입해 폭행하고 내쫓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신브레이크에서도 8월에 용역을 동원한 노조파괴가 자행되는 등 '대구·경북'이 노조파괴의 첫 진원지라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인건비 24억을 줄이자고 정리해고까지 자행한 경주KEC가 3년 동안 10만 명이 넘는 용역 투입과 인건비만 200억이 넘는 돈을 들여 '노조깨기'에 나섰다는 것에 대해 분노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 김태욱 변호사는 "노조가 쟁의하기 위해선 굉장히 어려운 절차를 거친다, 또 절차를 조금이라도 어기면 바로 불법이라는 딱지를 달게 되지만, 사측의 직장폐쇄는 너무도 간단하다"며 "직장폐쇄가 이뤄진 후에는 (용역업체의) 폭력이 벌어져도 크게 처벌받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대구·경북지역본부 등은 "용역투입-직장폐쇄-교섭거부-금속노조 탈퇴-친기업노조 설립은 이미 공식화된 시나리오"라며 "지난 3년간 대구·경북을 휩쓴 이 잔인한 시나리오가 충북 유성기업을 거쳐 안산 SJM, 만도에서 반복되며 진화하고 있다"며 기획노조파괴의 공범을 처벌하고 노사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출처 : 대구·경북은 용역 동원한 '노조파괴' 진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