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 폭력' 컨택터스, 국책사업에도 투입됐다
[단독] 4월 한전 새만금 송전로 공사... 갈비뼈 골절 등 부상자 발생
[오마이뉴스] 최지용 | 12.09.23 12:48 | 최종 업데이트 12.09.23 15:59
용역업체의 폭력은 노사분규나 철거현장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다. 정부가 계획을 수립하고 공기업이 발주한 국가정책사업에도 개입해 주먹을 휘둘렀다. 최근 경기도 안산의 자동차부품업체 에스제이엠(SJM)에서 노조원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논란을 일으킨 용역업체 '컨택터스'가 국책사업 현장에도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 4월 18일부터 20일까지 한국전력에서 발주한 전북 군산 새만금 일대의 송전선로 공사현장에서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막아섰다. 이 사업은 지난해 2월 지식경제부가 인가하고 한국전력이 발주해 GS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주민들에 따르면, 첫째 날 컨택터스 소속 용역직원 80여 명이 시공업체의 지질측정 작업을 저지하기 위해 나온 주민들을 넘어뜨리고 발로 밟는 등 폭력을 사용했다. 주민들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었다. 팔이 부러지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부상자도 발생해 119가 출동하기도 했다. 둘째 날에는 더 많은 인원이 투입됐고 여기에는 할머니들을 상대하기 위해 여성용역도 포함됐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현장 사진에는 'CONTACTUS'라고 적힌 검정 티셔츠를 입은 용역이 주민들을 둘러싸고 있다.
"100kg 넘는 용역들은 우리 손자들보다 어렸다"
전북 군산시 옥구읍 수산리 장형찬(66) 이장은 2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송전탑을 세우기 위해 지질측정을 한다고 해서 주민들이 막으러 나섰는데 위 아래로 검은 옷을 입은 용역들이 새까맣게 몰려왔다"며 "노인들 서너 명이 현장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용역들이 밀고 발로 밟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주변 밭에 흙을 뿌리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100킬로도 넘는 용역들은 우리 손자들보다도 어렸다"며 "그런 애들이 할머니들에게 '이×아 저리 가라', 그 보다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새만금 일대에 세워지는 송전탑 공사는 지난 2008년 처음 제기됐지만 주민들이 지중화(전선을 땅에 묻는 방식)를 요구해 착공이 3년 가량 지연됐다. 송전탑이 지나가는 지역 7개 면 주민들은 송전탑이 지상에 세워질 경우 토지를 잃게 되고 고압전류에 의한 피해를 걱정했다. 최근 주민들이 사업절차의 문제를 들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한전의 손을 들어줘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지역 말고도 한전의 다른 송전탑 건설현장에서도 용역 폭력이 있었다. 삼성건설이 시공 중인 경남 밀양에서도 지난 1월 용역업체가 투입돼 주민들을 폭행했다. 새만금 지역과 마찬가지로 여성용역들까지 동원한 이들은 노인들을 논바닥으로 끌어내고 듣기 민망한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용역들의 폭력은 역시 한전 송전탑 건설현장인 경북 청도에서도 벌어져 지난 7월에는 용역업체 직원에게 폭행당한 환경단체 활동가가 응급실로 실려 가기도 했다.
이계삼 밀양송전탑대책위 사무국장은 2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밀양에는 딱 한 번 용역이 투입됐다, 그 전에도 한전 직원들, 인부들과 대치가 있었으나 용역들의 위협은 차원이 달랐다"며 "나이 많은 주민들은 욕설에 심각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뒤로는 용역들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주민 이치우씨가 분신하셨기 때문"이라며 "용역들은 그날 '할배들 또 올게요'하고 돌아갔다, 거기서 깊은 치욕과 절망을 느꼈을 것이고, 분신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밀양 송전탑 문제는 최근 건설업체 직원들의 여성 시의원 폭행과 대책위위원장 감금 폭행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관련기사 : 노끈으로 묶고...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 폭행 논란) 이와 관련해 이 사무국장은 "어쩔 수 없이 용역이 못 들어오고 있지만 현장에서 한전과 건설사 직원들의 폭언, 폭행이 계속되고 있다"며 "어떻게 국책사업을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는지 끔찍하고 잔혹하다"고 말했다.
4대강·제주해군기지·평택 대추리 현장에도 용역 투입 의혹
한편, 지난 7월 27일 SJM에 투입돼 폭력을 휘두른 컨택터스는 '민간군사기업'을 표방하며 물대포와 경비견 등 경찰력 수준의 장비를 갖추는 등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해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며 용역업체와 SJM의 관계자 4명이 구속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오는 24일 그동안 노사분규에 개입한 용역업체 폭력행위를 밝혀내고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산업현장 용역폭력 청문회'를 개최한다.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용역폭력문제는 노사문제에만 개입한 게 아니다, 한국전력의 새만금과 밀양 송전탑 사업뿐 아니라 4대강 사업과 제주해군기지 건설,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건설 현장에도 용역이 들어갔다"며 "국가차원에서 용역 깡패를 동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국회 청문회에서 산업현장뿐만 아니라 국가가 이용한 용역 폭력의 진상도 밝혀져야 하며 관련 기관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용역 폭력' 컨택터스, 국책사업에도 투입됐다
[단독] 4월 한전 새만금 송전로 공사... 갈비뼈 골절 등 부상자 발생
[오마이뉴스] 최지용 | 12.09.23 12:48 | 최종 업데이트 12.09.23 15:59
▲ 지난 4월 19일 용역 폭력 논란을 일으킨 용역업체 '컨택터스'가 전북 군산 송전탑 건설현장에 투입돼 지역주민들과 대치하고 있다. 이 현장은 한국전력에서 발주한 사업이다. ⓒ 전북일보 |
용역업체의 폭력은 노사분규나 철거현장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다. 정부가 계획을 수립하고 공기업이 발주한 국가정책사업에도 개입해 주먹을 휘둘렀다. 최근 경기도 안산의 자동차부품업체 에스제이엠(SJM)에서 노조원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논란을 일으킨 용역업체 '컨택터스'가 국책사업 현장에도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 4월 18일부터 20일까지 한국전력에서 발주한 전북 군산 새만금 일대의 송전선로 공사현장에서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막아섰다. 이 사업은 지난해 2월 지식경제부가 인가하고 한국전력이 발주해 GS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주민들에 따르면, 첫째 날 컨택터스 소속 용역직원 80여 명이 시공업체의 지질측정 작업을 저지하기 위해 나온 주민들을 넘어뜨리고 발로 밟는 등 폭력을 사용했다. 주민들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었다. 팔이 부러지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부상자도 발생해 119가 출동하기도 했다. 둘째 날에는 더 많은 인원이 투입됐고 여기에는 할머니들을 상대하기 위해 여성용역도 포함됐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현장 사진에는 'CONTACTUS'라고 적힌 검정 티셔츠를 입은 용역이 주민들을 둘러싸고 있다.
"100kg 넘는 용역들은 우리 손자들보다 어렸다"
전북 군산시 옥구읍 수산리 장형찬(66) 이장은 2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송전탑을 세우기 위해 지질측정을 한다고 해서 주민들이 막으러 나섰는데 위 아래로 검은 옷을 입은 용역들이 새까맣게 몰려왔다"며 "노인들 서너 명이 현장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용역들이 밀고 발로 밟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주변 밭에 흙을 뿌리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100킬로도 넘는 용역들은 우리 손자들보다도 어렸다"며 "그런 애들이 할머니들에게 '이×아 저리 가라', 그 보다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새만금 일대에 세워지는 송전탑 공사는 지난 2008년 처음 제기됐지만 주민들이 지중화(전선을 땅에 묻는 방식)를 요구해 착공이 3년 가량 지연됐다. 송전탑이 지나가는 지역 7개 면 주민들은 송전탑이 지상에 세워질 경우 토지를 잃게 되고 고압전류에 의한 피해를 걱정했다. 최근 주민들이 사업절차의 문제를 들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한전의 손을 들어줘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지역 말고도 한전의 다른 송전탑 건설현장에서도 용역 폭력이 있었다. 삼성건설이 시공 중인 경남 밀양에서도 지난 1월 용역업체가 투입돼 주민들을 폭행했다. 새만금 지역과 마찬가지로 여성용역들까지 동원한 이들은 노인들을 논바닥으로 끌어내고 듣기 민망한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용역들의 폭력은 역시 한전 송전탑 건설현장인 경북 청도에서도 벌어져 지난 7월에는 용역업체 직원에게 폭행당한 환경단체 활동가가 응급실로 실려 가기도 했다.
이계삼 밀양송전탑대책위 사무국장은 2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밀양에는 딱 한 번 용역이 투입됐다, 그 전에도 한전 직원들, 인부들과 대치가 있었으나 용역들의 위협은 차원이 달랐다"며 "나이 많은 주민들은 욕설에 심각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뒤로는 용역들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주민 이치우씨가 분신하셨기 때문"이라며 "용역들은 그날 '할배들 또 올게요'하고 돌아갔다, 거기서 깊은 치욕과 절망을 느꼈을 것이고, 분신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밀양 송전탑 문제는 최근 건설업체 직원들의 여성 시의원 폭행과 대책위위원장 감금 폭행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관련기사 : 노끈으로 묶고...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 폭행 논란) 이와 관련해 이 사무국장은 "어쩔 수 없이 용역이 못 들어오고 있지만 현장에서 한전과 건설사 직원들의 폭언, 폭행이 계속되고 있다"며 "어떻게 국책사업을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는지 끔찍하고 잔혹하다"고 말했다.
4대강·제주해군기지·평택 대추리 현장에도 용역 투입 의혹
한편, 지난 7월 27일 SJM에 투입돼 폭력을 휘두른 컨택터스는 '민간군사기업'을 표방하며 물대포와 경비견 등 경찰력 수준의 장비를 갖추는 등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해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며 용역업체와 SJM의 관계자 4명이 구속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오는 24일 그동안 노사분규에 개입한 용역업체 폭력행위를 밝혀내고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산업현장 용역폭력 청문회'를 개최한다.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용역폭력문제는 노사문제에만 개입한 게 아니다, 한국전력의 새만금과 밀양 송전탑 사업뿐 아니라 4대강 사업과 제주해군기지 건설,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건설 현장에도 용역이 들어갔다"며 "국가차원에서 용역 깡패를 동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국회 청문회에서 산업현장뿐만 아니라 국가가 이용한 용역 폭력의 진상도 밝혀져야 하며 관련 기관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용역 폭력' 컨택터스, 국책사업에도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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