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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내란음모 정치공작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경찰수사는 한계…국정조사해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경찰수사는 한계…국정조사해야”
과거사위 위원들이 본 여직원 사건
“직원은 사적인 영역도 통제 받아
상부에서 지시 내렸을 가능성 커
수많은 행동중 하나 꼬리 잡힌것
국정조사 통해 진실규명 나서야”

[한겨레] 정환봉 기자 | 등록 : 2013.01.09 20:33 | 수정 : 2013.01.10 08:58


▲ 시민단체인 민권연대 회원들이 9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류우종 기자

국가정보원 직원 김아무개(29)씨가 대선을 앞두고 진보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정황이 경찰 수사로 드러남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으로 보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의 핵심은 김씨가 진보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서 대선과 관련된 게시글에 16개의 아이디로 90여차례에 걸쳐 ‘찬성’과 ‘반대’를 표시한 활동이 공식적인 업무였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이 커뮤니티는 특정 게시글에 대한 회원들의 ‘찬성’ ‘반대’에 따라 초기 화면 상단에 노출되는 ‘베스트’ 또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물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김씨의 행위를 여론조작으로 볼 여지가 큰 상태다. 만약 김씨의 활동이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면, 김씨뿐 아니라 국정원 자체가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국정원법을 모두 어기고 국내 정치에 개입한 것이 된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민간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정원 내부 사건들을 깊이 들여본 국정원 과거사위원들은 국정원 직원이 개인적으로 이런 행위를 했을 개연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 과거사위 위원장을 맡았던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는 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적인 영역도 조직 논리에 따라 희생하는 국정원 직원이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일을 개인 의사에 따라 했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라고 단언했다. 또 안 교수는 “지금 드러난 일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본다. 어쩌다 한 사람이 했는데 그런 일이 발견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수많은 비슷한 행동들 중 하나가 꼬리가 잡힌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국정원 과거사위 위원은 “말단 직원이 혼자 이런 일을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국정원 생리상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국정원 상부에 의해 지시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과거 정보기관이 저질렀던 정치 개입 사건들을 보면 철저한 보안 아래서 같은 팀원끼리도 모르게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방식으로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와 함께 국정원 과거사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도 “이번 사건은 직원 한 명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위가 설치됐던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막으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뤄졌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그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 국정원이 다시 정권의 ‘쓰기 좋은 칼’이 돼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씨와 (김씨가 속한) 심리전단의 구체적 업무는 국가 보안사항이라 밝힐 수 없다. 특정 사이트에서 종북 관련 글을 점검하는 것이 김씨의 업무 중 하나인 것은 맞다. 하지만 대선 관련 글에 찬성과 반대를 한 것은 김씨가 무심결에 한 것으로 보이며, 지시에 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김씨 개인뿐만 아니라 김씨가 속한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전단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경찰이 국정원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경찰 지휘부는 수사 초기 단계였던 지난달 16일 ‘김씨가 댓글을 단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성급히 발표한 바 있고, 후속 수사가 한창 진행중이던 8일 김기용 경찰청장은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경찰 수뇌부의 수사 의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인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민권연대)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 부정선거 사건은 국정을 농단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한 심각한 사태”라며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안병욱 교수는 “이번 문제를 경찰 수사만으로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회가 나서 국정조사를 통해 국정원의 국내 정치 관여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고 의혹을 말끔하게 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경찰수사는 한계…국정조사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