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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4대강 기고] (1) 보를 당장 해체할 수 없다면 나눠진 물관리체계 통합을

[4대강 사업 기고]
(1) 보를 당장 해체할 수 없다면 나눠진 물관리체계 통합을

[경향신문]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소 소장 | 입력 : 2013-01-20 22:10:44 | 수정 : 2013-01-20 22:26:22


대하천을 식수원으로 이용하는 우리나라에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때 많은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이 수질오염 문제였다. 보를 만들어서 물이 고이게 되면 체류시간이 늘어나서 물이 썩게 되고, 소위 ‘녹차라떼’로 불린 녹조류 문제와 같은 수질사고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우려는 현실화됐다.

그동안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호언하던 정부는 감사원 발표로 수질오염이 논란이 되니 이제 와서 보의 목적이 수질 개선이 아니었다고 발뺌한다. 사실 4대강 사업에서 수질대책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수질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문제가 제기되고 사회적 논란이 일자 하수처리장에 인 제거시설을 설치한다는 명목으로 5,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한 것이 거의 유일했다. 그 방식도 일시에 전국의 하수처리장에 인 제거시설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처리공정이 복잡한 하수처리장에 인 제거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다양한 조건과 영향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검토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역시 질풍노도처럼 추진했다.

전국의 모든 큰 하수처리장에 2년 만에 설치할 수 있는 인 처리시설은 다량의 화학약품을 투입해야 하는 화학적 처리시설밖에 없었다. 앞으로 하수처리장마다 이로 인한 여러 가지 후유증을 감당해야 한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4대강 사업으로 인 처리시설을 설치한 이후 전국 301개 하수처리장의 약품사용량은 240% 증가했고, 슬러지 처리비도 57%나 늘어났다.

4대강 사업 이후에 수질이 악화됐다는 감사원의 발표는, 하천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최대한 관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로 인해 야기된 수질 악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강바닥의 모래를 파내 하천의 자정능력이 떨어지고, 물을 가두어 체류시간이 늘어난 것이 수질오염의 원인인데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대책을 세우지 않고 하천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 탓만 한 결과다. 몸이 허약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에 자주 걸리는 사람에게 몸을 건강하게 하고 체력을 기르는 것은 접어둔 채, 바이러스의 접근만 막으면 된다고 처방하는 격이다.

하천변에 산업과 도시가 발달해 있고, 하수처리장의 방류수가 하천으로 바로 유입되는 우리나라 4대강과 같은 조건에서는 하천의 자정능력이 떨어지고, 강물의 흐름이 정체되면 수질 악화는 피할 수 없다. 더욱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인해 하천 수온이 높아지는 추세인데 이는 길어진 체류시간과 더불어 조류 번성의 최적 조건이다.

4대강으로 인한 수질오염 문제와 하천생태계 파괴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하천의 자정능력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강물이 정체되지 않고 흐르게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수질 전문가들은 보를 모두 열어놓아야 한다고 하고, 일부에서는 보의 해체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는 이미 선진국들에서 많이 하고 있는 방법이다.

선진국의 경우 댐을 허물거나 수문을 개방해 물을 흐르게 하면 기존의 물 이용자들이 강하게 반발하여 갈등이 야기되곤 한다. 수문을 열어버리면 이용할 수 있는 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4대강 보 건설로 추가 확보된 물을 이용하는 공장도 도시도 없다. 오히려 부산시나 대구시는 4대강에 있는 기존의 취수시설들도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하는 판이다. 보를 상시개방하면 담수여력이 늘어나서 홍수 시에 훨씬 더 많은 수량을 감당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보를 허물지 않고도 수질을 개선할 여지가 많은 것이다.

4대강 수질의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 보와 관련이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물관리체계는 보와 수질관리를 전혀 연계시키지 못하고 있다.

보를 관리하는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수자원 확보와 홍수만 신경을 쓰면 되고, 보에 대해서 권한이 없는 환경부가 수질관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4대강 수질오염 원인은 보에 있는데 문제가 제기되면 발표는 보의 관리와 무관한 환경부에서 한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서 건설된 보를 당장 해체할 수 없다면, 수질관리를 위해 보를 관리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분절된 물관리체계부터 통합해야 할 것이다.


출처 : [‘총체적 부실 4대강 사업’ 릴레이 기고](1) 보를 당장 해체할 수 없다면 나눠진 물관리체계 통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