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왜 직원의 여자친구까지 감시했나
[헌법위의 이마트⑤] 2011년 복수노조 시행 전 '선제적 대응'... 전방위 직원 사찰로
[오마이뉴스] 최지용 | 13.01.16 10:20 | 최종 업데이트 13.01.18 14:22
신세계 그룹 이마트의 '최대 적'은 누굴까? 동종업계에서 경쟁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일까? 아니다. 노동자다. 정확히 말해 노동조합을 만들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다.
실제로 노조를 세우려고 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평소 회사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최대 적'으로 낙인찍힌다.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된다. <전태일 평전>을 가지고만 있어도, 친한 지인이 다른 직장에서 노조 관련 일을 하고 있다면 사찰과 퇴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마트가 수년 동안 직원들을 사찰하고 감시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평소 회사에 문제 제기를 한 직원 뿐 아니라 이성교제 등 친밀도를 파악해 관련된 동료들까지 감시했다. 노조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이마트는 이들을 '최대 적'으로 간주했고, 상황발생(노조설립시도) 시에 '징계와 해고를 통해 해결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할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이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사기업이 어떻게 박탈하고 있는지 이번 이마트 사례가 잘 보여준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여러 가지 내부문건에 따르면, 이마트는 마치 노조가 생기면 회사가 망할 것처럼 맹목적인 '무노조 경영'의 원칙을 앞세우며 노조설립에 대처하는 방안만 열심히 내놓고 있다. 협력사 직원까지 수 천 명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민주노총 사이트 회원가입을 조회하는 것과 같은 비상식적인 행동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관련기사 보기 : '아이디 찾기'로 직원들 노조가입 감시>
이마트의 이러한 작업은 지난 2011년 7월 복수노조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그것도 인사담당자의 '오버스러움'에서 발생한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이마트 본사 차원에서 전 매장을 대상으로 시행된 것이다.
"노조 사전에 원천적으로 봉쇄"... 이마트 본사 지침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내부 자료 가운데 이마트 기업문화팀이 작성한 '복수노조 대응전략'이라는 PPT 문건을 보면, 이마트의 과도한 직원 감시가 왜 발생했는지 알 수 있다. 이 문건은 복수노조가 시행되기에 앞서 지난 2011년 3월에 작성됐다.
기업문화팀은 이 문건에서 "지금 발표할 자료는 '우리가 이렇게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듣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노조 설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얼마나 강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다.
여기서 이마트 수지점에 있었던 노동조합 설립시도가 다시 거론된다. 지난 2004년 12월 이마트 수지점과 서수원점에서 22명의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다. 이에 사측은 징계와 해고로 대응하고 이 사건은 여러 차례 소송을 거쳐 지난 2009년 5월에야 종결된다. 결과적으로 노조는 살아남지 못했다.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이 사건은 이마트에게 노조 대응의 예방주사 같은 역할을 한다. 일단 노조가 생긴 다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 봉쇄하겠다는 원칙이 수립되고, 이에 따라 직원들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는 것이다. 또 이마트는 이 문건의 6페이지에 '불만요인, 촉매자, 동조자를 사전에 파악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통해 '노조설립 이후의 대응이 아니라 사전에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복수노조는 노동자들의 조합선택권과 다양성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노조 활동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기존에는 1기업 1노조로 회사에 이미 노조가 있으면 다른 노조를 세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노조를 없애고 싶은 기업 입장에서는 유령노조 하나만 있으면 해결됐던 일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노조설립을 막기 위해 이마트가 가장 집중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문제인력(MJ인력)에 대한 파악 작업이다. 평소 회사에 불만이 있어 노조를 세울 것 같은 사람을 사전에 감시하겠다는 취지다. 같은 문건 9페이지에는 '월마트 MJ 인력 파악'이라는 제목 아래 '처우에 대한 불만 기타 개인사에 대한 현황파악, 문제 인력의 분사조치를 통한 체계적 인력관리'라는 지침이 적혀 있다.
이는 최근 이마트노조를 설립한 전수찬 위원장을 비롯해 '월마트 MJ 3인방'에 대한 과도한 감시가 "담당과장의 개인적인 오버"라는 회사 측의 설명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월마트 출신 직원들에 대한 특수 관리는 일개 담당과장이 아닌 본사차원의 지시였음을 알 수 있다.
회사에는 노조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몫이다. 대한민국의 어떤 법령에도 사측이 노동조합의 결성과 가입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 결국 노조를 막기 위해 이마트는 은밀한 방법을 선택했고, 그것은 대형마트 유통업 1위라는 간판 이면에 감춰진 부끄러운 모습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출처 : 이마트는 왜 직원의 여자친구까지 감시했나
[헌법위의 이마트⑤] 2011년 복수노조 시행 전 '선제적 대응'... 전방위 직원 사찰로
[오마이뉴스] 최지용 | 13.01.16 10:20 | 최종 업데이트 13.01.18 14:22
신세계 그룹 이마트의 '최대 적'은 누굴까? 동종업계에서 경쟁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일까? 아니다. 노동자다. 정확히 말해 노동조합을 만들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다.
실제로 노조를 세우려고 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평소 회사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최대 적'으로 낙인찍힌다.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된다. <전태일 평전>을 가지고만 있어도, 친한 지인이 다른 직장에서 노조 관련 일을 하고 있다면 사찰과 퇴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마트가 수년 동안 직원들을 사찰하고 감시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평소 회사에 문제 제기를 한 직원 뿐 아니라 이성교제 등 친밀도를 파악해 관련된 동료들까지 감시했다. 노조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이마트는 이들을 '최대 적'으로 간주했고, 상황발생(노조설립시도) 시에 '징계와 해고를 통해 해결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할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이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사기업이 어떻게 박탈하고 있는지 이번 이마트 사례가 잘 보여준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여러 가지 내부문건에 따르면, 이마트는 마치 노조가 생기면 회사가 망할 것처럼 맹목적인 '무노조 경영'의 원칙을 앞세우며 노조설립에 대처하는 방안만 열심히 내놓고 있다. 협력사 직원까지 수 천 명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민주노총 사이트 회원가입을 조회하는 것과 같은 비상식적인 행동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관련기사 보기 : '아이디 찾기'로 직원들 노조가입 감시>
이마트의 이러한 작업은 지난 2011년 7월 복수노조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그것도 인사담당자의 '오버스러움'에서 발생한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이마트 본사 차원에서 전 매장을 대상으로 시행된 것이다.
"노조 사전에 원천적으로 봉쇄"... 이마트 본사 지침
▲ 이마트가 지난 2011년 7월 복수노조 시행에 앞서 회사 차원의 대응계획을 세운 자료. 노조설립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 이마트 내부자료 |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내부 자료 가운데 이마트 기업문화팀이 작성한 '복수노조 대응전략'이라는 PPT 문건을 보면, 이마트의 과도한 직원 감시가 왜 발생했는지 알 수 있다. 이 문건은 복수노조가 시행되기에 앞서 지난 2011년 3월에 작성됐다.
기업문화팀은 이 문건에서 "지금 발표할 자료는 '우리가 이렇게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듣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노조 설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얼마나 강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다.
여기서 이마트 수지점에 있었던 노동조합 설립시도가 다시 거론된다. 지난 2004년 12월 이마트 수지점과 서수원점에서 22명의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다. 이에 사측은 징계와 해고로 대응하고 이 사건은 여러 차례 소송을 거쳐 지난 2009년 5월에야 종결된다. 결과적으로 노조는 살아남지 못했다.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이 사건은 이마트에게 노조 대응의 예방주사 같은 역할을 한다. 일단 노조가 생긴 다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 봉쇄하겠다는 원칙이 수립되고, 이에 따라 직원들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는 것이다. 또 이마트는 이 문건의 6페이지에 '불만요인, 촉매자, 동조자를 사전에 파악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통해 '노조설립 이후의 대응이 아니라 사전에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복수노조는 노동자들의 조합선택권과 다양성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노조 활동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기존에는 1기업 1노조로 회사에 이미 노조가 있으면 다른 노조를 세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노조를 없애고 싶은 기업 입장에서는 유령노조 하나만 있으면 해결됐던 일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노조설립을 막기 위해 이마트가 가장 집중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문제인력(MJ인력)에 대한 파악 작업이다. 평소 회사에 불만이 있어 노조를 세울 것 같은 사람을 사전에 감시하겠다는 취지다. 같은 문건 9페이지에는 '월마트 MJ 인력 파악'이라는 제목 아래 '처우에 대한 불만 기타 개인사에 대한 현황파악, 문제 인력의 분사조치를 통한 체계적 인력관리'라는 지침이 적혀 있다.
이는 최근 이마트노조를 설립한 전수찬 위원장을 비롯해 '월마트 MJ 3인방'에 대한 과도한 감시가 "담당과장의 개인적인 오버"라는 회사 측의 설명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월마트 출신 직원들에 대한 특수 관리는 일개 담당과장이 아닌 본사차원의 지시였음을 알 수 있다.
회사에는 노조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몫이다. 대한민국의 어떤 법령에도 사측이 노동조합의 결성과 가입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 결국 노조를 막기 위해 이마트는 은밀한 방법을 선택했고, 그것은 대형마트 유통업 1위라는 간판 이면에 감춰진 부끄러운 모습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 이마트가 월마트 MJ(문제) 인력 사원을 파악을 지시한 내용. ⓒ 최지용 |
출처 : 이마트는 왜 직원의 여자친구까지 감시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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