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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사고 접수 경찰, 공장 진입에만 70분 넘게 걸렸다

사망사고 접수 경찰, 공장 진입에만 70분 넘게 걸렸다
[삼성 불산누출 사고] 경찰 "공장 정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오마이뉴스] 강민수 | 13.01.29 18:28 | 최종 업데이트 13.01.30 11:16


▲ 29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환경부 공무원,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 감식반이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장에서는 불산 가스가 누출돼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하는 등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 연합뉴스

불산이 누출된 지 25시간이 지나도록 관계기관에 통보하지 않은 삼성전자의 늦장 대책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세계적 기업, 초인류적 기업이라고 홍보하던 삼성전자가 영세업자와 다를 바 없이 대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애초 불산 누출 사고가 외부에 처음 알려진 것은 삼성전자의 신고가 아니었다. 밸브 교체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 박아무개(34)씨가 숨져 관할 경찰에 통보되면서부터다.

경기 화성 동부경찰서는 29일 오후 기자 브리핑을 통해 이번 누출사고의 개요를 간략하게 정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누출이 일어난 시각은 27일 오후 1시 30분경이다. 불산 누출에 따라 경보기가 울리고 직원이 대처에 나섰지만, 고작 한 일이라고는 비닐봉지로 유출 부위를 막은 것이다.

이후로 10시간이 지난 28일 오전 2시부터 공장 협력업체 STI의 직원 5명이 누출된 밸브 교체에 나섰다. 오전 5시 30분경 작업자 박아무개씨가 목과 가슴에 통증을 호소해 서울 영등포의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됐다. 하지만 박씨는 오후 1시 30분경에 숨졌다.


삼성 공장, 출동한 경찰에 정문을 열지 않아

▲ 29일 오후 경기도 화성동부경찰서 유보국 형사과장은 이날까지의 경찰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보국 형사과장은 "공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 알고 수사팀을 급파했지만 30여분 뒤 (내가) 현장에 갈 때까지도 정문을 통과하지 못했다"며 "정문에서 40여분을 더 기다린 뒤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강민수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박씨가 사망한 이후인 오후 2시 15분께 공장 관할서인 경기 화성동부경찰서에 통보했다. 이에 화성동부경찰서 수사팀이 10km 남짓 거리에 있는 공장에 접근을 시도했지만, 내부로 들어가는 데 70여 분이나 걸렸다.

유보국 화성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은 "공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 알고 수사팀을 급파한 후 30여분 뒤 (내가) 현장에 갈 때까지도 정문을 통과하지 못했다"며 "정문에서 40여분을 더 기다린 뒤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은 사건을 접수한 지 2시간이 다 된 오후 4시께에 사고 현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전까지도 경찰은 공장에서 불산이 누출됐는지도 몰랐다.

경찰이 경위 파악에 나서자 삼성전자는 오후 2시 40분께 경기도청에 연락해 "불산 누출사고가 났었다, 응급조치했다"며 신고했다. 불산이 누출된 지 25시간이 지나서야 관계 기관에 신고한 것이다.


"초일류적 은폐문화, 안전불감증에 경악"

▲ 28일 1명이 숨지고 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사업장 불산 유출 사고 현장. 삼성전자는 정화 작업 후 사고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 연합뉴스

이같은 삼성전자의 늦장 대응과 사고 은폐 의혹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29일 "삼성전자가 보여준 초일류적인 은폐 문화, 안전 불감증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삼성백혈병에서 보여준 은폐문화를 볼 때 신고 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심 의원은 "10시간 동안 비닐로 누출 부위를 막았다는 것은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가 얼마나 미흡했는지를 보여준다"며 "삼성전자의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시민환경연구소도 "세계적 기업, 삼성조차도 화학물질사고 대처는 여느 영세 업체와 다를 바 없었으며 오히려 더 악의적"이라며 "삼성은 사고 발생 즉시 관계기관에 사고를 신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 알리지 않는 것은 공장 노동자와 인근 지역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전동수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사장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화성사업장 내에서 발생한 금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며 "아울러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 사장은 "삼성전자는 이번 사고에 대한 관계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여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여 항구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장 내의 불산 수치가 29일 오전까지도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강유역환경청은 29일 오전 11시 55분 불산사고의 현장을 측정한 결과 공장 내 사고지점으로부터 1m 이내 지점에서 불산이 0.6ppm 검출됐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에 허용된 불산 노출기준은 0.5ppm으로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다. 하지만 사고지점으로부터 2.5m 떨어진 곳에서는 불산이 0.2ppm 검출됐고 공장 외부에서는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한강유역환경청은 "삼성전자 측에서 불산 탱크 비움, 탱크 내부 압력 해제, 누출부위 밀봉 등 조치를 했지만 이미 누출됐던 것이 바닥 등에서 휘발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추가로 공장 내·외부를 정밀 측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처 : 사망사고 접수 경찰, 공장 진입에만 70분 넘게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