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원 김씨 인터넷 글, ‘지시 말씀’ 의도 충실히 따른듯
원장이 ‘해군기지 반대’ 우려하자 한달여 뒤부터 6차례 댓글 올려
대통령 외교성과 지속 강조에 “순방 역대 최고” 잇달아 칭송
여론 대처 구체적 방안까지... 김씨 작성 어투에 영향 준듯
[한겨레] 정환봉 기자 | 등록 : 2013.03.18 08:25 | 수정 : 2013.03.18 14:38
지시 내용-댓글 비교해 보니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의 지시를 담았다는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내용은 대선 여론조작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가 ‘오늘의 유머’(오유) 게시판 등에 올린 글과 상당한 유사성을 보인다. 지시 내용 중 방점이 찍힌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주민 비판 △이명박 전 대통령 해외순방 칭송 △야당 정치인 종북 낙인 등은 김씨가 작성한 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유사성은 김씨의 인터넷 활동이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21일 지시 내용 중 “제주에서 개최된 세계자연보전총회 시 종북좌파들이 행사장 앞에서 방해활동”을 하고 있다며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판하는 내용이 나온다. 한달여 뒤부터 김씨는 ‘오유’ 게시판에 모두 6차례에 걸쳐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단체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진짜 무슨 생각으로 해군기지 반대하는 건지?”(2012년 11월2일), “해군기지사업 이제 와서 중단하라니”(2012년 11월12·13일), “팽 당한 구럼비바위”(2012년 11월20일), “해군기지 뭐 어쩌자는 거지?”(2012년 11월30일), “하루라도 빨리 완공하라고 쪼는 게 정상 아님?”(2012년 12월10일) 등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해외순방 칭송도 마찬가지다. 이 전 대통령이 2010년 6~7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제4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캐나다·파나마·멕시코 등 북중미 3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대통령님의 외교가 국내 정세와 연계될 수 있도록 원이 더욱 역할을 다해야 함”(2010년 7월19일)이라는 지시 사항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강조하라는 홍보 방침은 2년여 뒤까지 계속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지난해 ‘오유’ 게시판에 “이명박 대통령이 내일부터 5일간 인도네시아와 태국을 순방한다고 한다. 이번이 자그마치 48번째 해외순방이라는데 압도적인 역대 최고”(11월6일), “평창올림픽, GCF(녹색기후기금) 유치 등등 MB(엠비) 외교력이야 워낙 정평이 나있지 않나. 이번에도 UAE(아랍에미리트)의 원전 3~4호기를 우리 기업이 추가 수주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한다”(11월19일), “이명박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무려 49회의 해외순방을 했다고 한다. (중략) 외교가 바로 경제이고 경제가 외교인 시대에 사는 지금 우리 대통령이 외교에 강점이 있다는 사실이 참 다행스럽다”(11월27일) 등 4차례에 걸쳐 이 전 대통령의 외교력을 칭송하는 글을 썼다.
김씨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3차례(2012년 12월5·6·7일) 쓴 것 역시 “이번 선거 결과 다수의 종북인물들이 국회 진출함으로써 국가 정체성 흔들기, 원(국정원)에 대한 공세 예상되니 대처할 것”(2012년 4월20일)이라는 지시 사항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국정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는 여론 개입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대목도 있다. “원(국정원)도 훈수두기식 활동을 탈피, 국정성과 홍보 확산 실행 주력할 것”(2012년 1월27일), “홍보내용도 많은 것을 하려 하지 말고 핵심적이고 중요한 것을 선별하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홍보방법에서도 우리 시각이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구체적이면서도 인과관계를 명확히 설명할 것”(2012년 9월21일) 등이다. 실제로 국정원 직원 김씨가 욕설이나 과격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여러번 반복적으로 옹호한 것은 이 지시 사항에 부합한다.
지시 사항 대부분이 김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작성한 글에 반영됐다는 점에서 국정원이 지난 대선 때 정부·여당에 유리한 활동을 조직적으로 벌였다는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1월 김씨가 ‘오유’ 등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글을 쓴 사실이 <한겨레> 보도(1월31일치 1면)로 드러나자 곧바로 “정상적인 대북심리전 활동”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국정원은 이후 “(게시글 작성은) 김씨가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고 말을 바꿨다.
출처 : [단독] 국정원 김씨 인터넷 글, ‘지시 말씀’ 의도 충실히 따른듯
원장이 ‘해군기지 반대’ 우려하자 한달여 뒤부터 6차례 댓글 올려
대통령 외교성과 지속 강조에 “순방 역대 최고” 잇달아 칭송
여론 대처 구체적 방안까지... 김씨 작성 어투에 영향 준듯
[한겨레] 정환봉 기자 | 등록 : 2013.03.18 08:25 | 수정 : 2013.03.1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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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 내용-댓글 비교해 보니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의 지시를 담았다는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내용은 대선 여론조작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가 ‘오늘의 유머’(오유) 게시판 등에 올린 글과 상당한 유사성을 보인다. 지시 내용 중 방점이 찍힌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주민 비판 △이명박 전 대통령 해외순방 칭송 △야당 정치인 종북 낙인 등은 김씨가 작성한 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유사성은 김씨의 인터넷 활동이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21일 지시 내용 중 “제주에서 개최된 세계자연보전총회 시 종북좌파들이 행사장 앞에서 방해활동”을 하고 있다며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판하는 내용이 나온다. 한달여 뒤부터 김씨는 ‘오유’ 게시판에 모두 6차례에 걸쳐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단체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진짜 무슨 생각으로 해군기지 반대하는 건지?”(2012년 11월2일), “해군기지사업 이제 와서 중단하라니”(2012년 11월12·13일), “팽 당한 구럼비바위”(2012년 11월20일), “해군기지 뭐 어쩌자는 거지?”(2012년 11월30일), “하루라도 빨리 완공하라고 쪼는 게 정상 아님?”(2012년 12월10일) 등이다.
▲ 불법 대선 여론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오른쪽 둘째)가 지난 1월4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수사를 3개월 넘게 벌여왔지만 아직까지도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해외순방 칭송도 마찬가지다. 이 전 대통령이 2010년 6~7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제4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캐나다·파나마·멕시코 등 북중미 3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대통령님의 외교가 국내 정세와 연계될 수 있도록 원이 더욱 역할을 다해야 함”(2010년 7월19일)이라는 지시 사항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강조하라는 홍보 방침은 2년여 뒤까지 계속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지난해 ‘오유’ 게시판에 “이명박 대통령이 내일부터 5일간 인도네시아와 태국을 순방한다고 한다. 이번이 자그마치 48번째 해외순방이라는데 압도적인 역대 최고”(11월6일), “평창올림픽, GCF(녹색기후기금) 유치 등등 MB(엠비) 외교력이야 워낙 정평이 나있지 않나. 이번에도 UAE(아랍에미리트)의 원전 3~4호기를 우리 기업이 추가 수주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한다”(11월19일), “이명박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무려 49회의 해외순방을 했다고 한다. (중략) 외교가 바로 경제이고 경제가 외교인 시대에 사는 지금 우리 대통령이 외교에 강점이 있다는 사실이 참 다행스럽다”(11월27일) 등 4차례에 걸쳐 이 전 대통령의 외교력을 칭송하는 글을 썼다.
김씨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3차례(2012년 12월5·6·7일) 쓴 것 역시 “이번 선거 결과 다수의 종북인물들이 국회 진출함으로써 국가 정체성 흔들기, 원(국정원)에 대한 공세 예상되니 대처할 것”(2012년 4월20일)이라는 지시 사항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국정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는 여론 개입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대목도 있다. “원(국정원)도 훈수두기식 활동을 탈피, 국정성과 홍보 확산 실행 주력할 것”(2012년 1월27일), “홍보내용도 많은 것을 하려 하지 말고 핵심적이고 중요한 것을 선별하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홍보방법에서도 우리 시각이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구체적이면서도 인과관계를 명확히 설명할 것”(2012년 9월21일) 등이다. 실제로 국정원 직원 김씨가 욕설이나 과격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여러번 반복적으로 옹호한 것은 이 지시 사항에 부합한다.
지시 사항 대부분이 김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작성한 글에 반영됐다는 점에서 국정원이 지난 대선 때 정부·여당에 유리한 활동을 조직적으로 벌였다는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1월 김씨가 ‘오유’ 등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글을 쓴 사실이 <한겨레> 보도(1월31일치 1면)로 드러나자 곧바로 “정상적인 대북심리전 활동”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국정원은 이후 “(게시글 작성은) 김씨가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고 말을 바꿨다.
출처 : [단독] 국정원 김씨 인터넷 글, ‘지시 말씀’ 의도 충실히 따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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