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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칠곡보 때문에 타는 농심... "이렇게는 농사 못 짓는다"

칠곡보 때문에 타는 농심... "이렇게는 농사 못 짓는다"
보 준공 뒤 농경지 지하수위 높아져 농사 피해
[오마이뉴스] 조정훈 | 13.04.12 09:34 | 최종 업데이트 13.04.12 10:10


▲ 낙동강 칠곡보 담수로 인해 경북 칠곡군 약목면 덕산리 일대 농경지의 지하수위가 높아져 농사를 지을수 없을 지경이다. 한 농민이 감자밭에 심어놓은 감자가 싹이 트지 않고 썩었다며 손으로 들어보이고 있다. ⓒ 조정훈

"감자를 심었는데 다 썩고 문드러져서 싹이 하나도 안 났어요. 이것 좀 보이소. 이 일대가 다 지하수위가 높아져 농사를 하나도 지을 수 없는데 수자원공사는 아무런 대책도 세워주지 않고 이제 와서 용역(지하수 영향 조사)이라니… 백날 용역 해봐야 무슨 소용 있습니까?"

전수보(64)씨의 부인 추영희(62)씨가 감자밭으로 들어가 땅을 파헤치고 썩은 감자씨를 들어보이며 한숨을 쉬었다. 1500여 평의 감자밭에 싹이 난 감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추씨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농사를 망쳤다며 하소연하는 것은 이명박정부 들어 4대강 공사를 하면서 칠곡보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경북 칠곡군 약목면에 위치한 이곳 덕산들은 칠곡보가 준공되고 담수를 하면서 지하수위가 상승했다. 칠곡보의 담수 수위를 25.5m로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저지대인 덕산들에는 지하수위가 높아져 농경지에서 40~50cm만 파내려가도 물이 나와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지난해 홍수 때는 농민들이 수자원공사에 수문을 열고 수위를 2~3m 낮춰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묵살되면서 농경지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전수보씨는 이곳에서 30년 이상 소를 키우고 농사를 지었지만 단 한 번도 지하수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당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칠곡보에 담수를 하면서 안개가 끼고 습도가 높아져 기르던 소가 설사를 하고 송아지가 폐사했다는 것. 감자농사와 옥수수 농사도 망쳐 큰 손해를 봤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보상도 없다.


칠곡보 준공 뒤 지하수위 상승해 피해입은 농민들

▲ 낙동강 칠곡보 담수로 인해 경북 칠곡군 약목면 덕산리 일대의 농경지에 지하수위가 상승해 농사를 짓기가 어렵다. 한 농민이 갈수기임에도 밭고랑에 물이 차올라와 있다며 손으로 가르키고 있다. ⓒ 조정훈

▲ 낙동강 칠곡보의 담수로 인해 지하수위가 높아져 감자밭에 심어놓은 감자가 싹이 트지 않고 썩어버렸다. ⓒ 조정훈

약목면 관호1리 박용식 이장은 "지하수 때문에 작물이 안 되고 우기에 침수가 되어 마당에 무릎까지 물이 차오른다"며 "올해도 마찬가지일텐데 누가 해결해 주느냐"고 반문했다. 보가 없을 때에는 자연스럽게 물이 빠졌지만 지금은 펌핑을 해도 100% 다 빠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박씨는 "지금 우리 논을 파보니 40cm 밑에 물이 고여 있다, 이 정도면 벼농사도 못짓는다"며 "7000만 원 들여 하우스농사를 하는데 누가 책임지나? 억울하고 울분이 터져서 못살겠다, 어디에 하소연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소를 키우며 옥수수 농사를 짓고 있는 백민기(74)씨도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였다. 백씨는 사료를 만들기 위해 옥수수대를 발효시키는 콘크리트 저장소를 밭 가장자리에 만들었지만 콘크리트 틈으로 물이 스며들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양수기를 이용해 물을 퍼내면 하루도 지나지않아 다시 물이 차오르기 때문이다.

백씨는 "보공사를 하기 전에는 지하 수위가 1.6m라고 했는데 지금 논밭을 파보면 40cm만 내려가도 물이 나온다, 몇 달 전 농어촌공사에서 와서 땅을 팠는데 60cm 밑에서 물이 흥건했다"며 "수자원공사하고 정부관련부서에 진정서를 보냈지만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농민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농민들 "칠곡보 수위라도 낮춰달라"... 농어촌공사 "취수구 낮추면 가능"

▲ 낙동강 칠곡보의 담수로 인해 경북 칠곡군 약목면 덕산리 일대의 농경지 지하수 수위가 올라와 농사를 망치고 있다. 사진은 논에 파이프를 묻어 지하수 수위를 측정하고 있는 모습. 논에서 50cm 밑에까지 물이 차 있다. ⓒ 조정훈

지난 10일 오후 수자원공사 낙동강 중부물관리센터는 약목면사무소 회의실에서 주민설명회를 갖고 칠곡보 덕산들 일원 저지대 지하수 영향을 조사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칠곡보의 수위를 낮추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당초 수자원공사가 칠곡보를 건설하면서 덕산들 저지대 농경지 105ha에 대해 복토를 하는 리모델링을 하기로 했지만 예산문제와 지하 수위가 올라오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45ha만 복토를 하고 나머지는 리모델링을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최정열(75)씨는 "농민들은 얼마나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책상에 앉아서 펜대만 쥐고 용역(지하수 영향 조사)하고 어쩌고 하니 가슴만 답답하다"며 "여론조사하고 용역한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재(63)씨도 "정부에서 리모델링 할 돈이 없으면 칠곡보 수위를 2m 낮추면 된다"며 "지난해 수해왔을 때 수자원공사는 뭐했느냐, 강 수위가 올라가는데도 수문을 닫아놓고 비가 300mm 오는데도 수문을 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정희 수자원공사 경북물관리센터 차장은 '칠곡보의 수위가 25.5m인데 주민들의 요구로 0.5m 낮췄다"면서 "해평양수장 취수구 높이가 25m로 칠곡보의 수위를 낮추면 취수할 수 없기 때문에 더이상 낮출수 없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해평양수장을 관리하는 농어촌공사와 협의했지만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면서 "용역결과가 나오면 전문가 자문을 거쳐 저감대책을 세우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하지만 해평양수장을 관리하는 최성규 농어촌공사 구미김천지사 팀장은 "해평양수장 취수구를 낮추는 데는 큰 돈이 들지 않는다"면서 "최소 5억에서 최대 10억 정도면
취수구를 낮추고 칠곡보의 수위를 조절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한국수자원공사는 10일 오후 경북 칠곡군 약목면사무소에서 칠곡보 덕산들 일대의 저지대 지하수 영향 조사 용역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가졌다. ⓒ 조정훈

한편 대구환경운동연합은 11일 성명을 발표하고 "수자원공사가 주도한 설명회는 4대강 부실시공에 따른 4대강 주변 농민피해에 대한 피해대책을 마련하는 자리가 아니라 피해조사를 어떻게 하겠다는 '그들의 매뉴얼에 따른 조처'로 피해농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며 "무책임하고 황당한 정부 대응에 대한 성토의 장으로 변모했다"고 비판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피해를 막으려면 4대강 보를 해체하는 수순을 밟든지 칠곡보 수문을 상시개방해야 할 것"이라며 "그도 아니면 농민들의 주장대로 칠곡보 관리수위를 2~3미터 낮추든지 이 일대 농지들을 2~3미터 성토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낙동강 보 공사로 인해 지하수위가 높아져 농사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은 이곳 덕산들 뿐만 아니라 강정보가 있는 고령군 다산면 노곡리, 합천보가 있는 경북 고령군 우곡면 객기리, 경남 함안군 일대 등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칠곡보 때문에 타는 농심... "이렇게는 농사 못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