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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민주당 잘못했지만, 새누리당도 ‘오버’

민주당 잘못했지만, 새누리당도 ‘오버’
누리꾼 “뺨 맞고 심장마비 걸렸다고 드러누운 꼴”
노무현 대통령 때 한나라당 의원들 막말도 회자

[한겨레] 이정국 기자 | 등록 : 2013.07.12 15:32 | 수정 : 2013.07.12 18:02


▲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박근혜 발언관련 NLL관련 국가기록원 열람회의 등 모든 일정을 취소한 새누리당이 12일 오전 긴급 최고회의를 열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귀태’(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 발언으로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새누리당이 발언을 문제 삼아 홍 대변인의 의원직 사퇴 요구와 국회 일정 전면 중단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누리꾼들은 부적절한 발언을 한 홍 대변인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동시에 새누리당이 정략적 차원에서 과민반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트위터 이용자 cskxxx는 “새누리, 뺨 한대 맞았는데 심장마비 걸렸다고 드러누운 꼴. 새누리 액션에 안톤 오노도 울고 갈 판이다. 작작해라. 뭣 땜에 그러는지 국민들 다 알거든”이라고 꼬집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한동안 수세에 몰렸던 새누리당이 홍 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의 이런 의도에 민주당이 말려들어서는 안되다는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bristoxxx는 “설마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또 ‘귀태 발언’이 옳으냐 아니냐 가지고 새누리에 끌려다닐 건 아니겠지?”라는 글을, hiroxxx는 “민주당은 질질 끌려다니는 게 잘못이다. 난국을 한번이라도 헤쳐나가봐라. 민주당아”라는 글을 올렸다.

권영길 ‘통일의 길’ 이사장도 자신의 트위터에 “새누리당이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귀태’ 발언을 문제삼아 사실상 오늘로 마감되는 공공의료 특위 일정까지 거부하는 것은 ‘공공의료 포기 정당’임을 선언하는 바와 다를 것 없다”고 밝혔다. 귀태 발언 문제와 국회 운영은 별개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 2004년 8월 ‘환생경제’ 연극을 보면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가 웃고 있다. 오마이뉴스 제공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쏟아냈던 극언들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누리꾼들이 거론하는 사례 가운데 하나가 노 전 대통령을 ‘개구리’로 비하한 것이다. 2003년 8월 22일 한나라당 당직자 회의에서 김병호 홍보위원장이 “시중 얘기 중에 개구리와 (노무현 대통령과) 공통점 다섯 가지에 대한 얘기가 있다”고 운을 띄운 뒤 “올챙이 적 시설 생각 못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지껄인다”라고 말했다. 그 뒤 박주천 사무총장이 “가끔 슬피 운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생긴 게 똑같다”며 나머지 세가지를 이어서 말했다. 대통령을 ‘개구리’에 비교한 이 사건은 당시 정치권에서 큰 논란이 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아예 대놓고 막말도 했다. 2003년 6월 노 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이상배 의원은 “등신 외교”라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덕룡 의원은 “등신이라는 말이 뭐가 아프냐”며 거들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막말’이 정점을 찍은 것은 2004년 8월 한나라당 의원 24명으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가 공연한 ‘환생경제’라는 연극에서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육XX놈’, ‘X잡놈’, ‘X알 달 자격도 없는 놈’ 등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뱉어냈다. 박근혜도 당시 당 대표 자격으로 이 연극을 관람했고, 연극을 보며 파안대소하는 박근혜의 모습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됐다. 환생경제를 찍은 동영상은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전파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을 정신 이상자로 몰기도 했다. 2005년 8월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분석을 해보니 자아균열 현상이 굉장히 강하다”고 말한 것이다.

▲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12일 국회 운영위원장실 나서고 있다. 뉴시스

당시 청와대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막말이 있을 때마다 “국가 원수와 국민에 대해 있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변변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청와대의 반발은 되풀이 되는 모양새다. 다만 막말의 주체와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10년만에 재연된 막말 논란을 바라보는 누리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트위터 이용자 cjkcxxx는 “한나라의 연극 환생경제가 막말 원조다. 야당이 하면 불륜이고, 새누리가 하면 로맨스냐?”고 꼬집었고, __hoxxx는 “귀태에 대해 사과받고 싶거든 그 연극했던 의원들, 그리고 웃고 즐겼던 박근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과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지적했다.


출처 :민주당 잘못했지만, 새누리당도 ‘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