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준비했다는 국정원, 왜 '지금' 내란 음모 터트렸나
'강제 개혁' 목전에 국면전환용 압수수색?... "타이밍 오해 소지 많아"
[오마이뉴스] 이주연 | 13.08.28 18:49 | 최종 업데이트 13.08.29 14:29
"이건 폭탄 수준이다. 2013년 대한민국에서 내란죄라는 게 말이 되냐. 통합진보당은 원내 제3당으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 후보를 내 선거를 치른 정당이다. 이런 정당에 내란죄라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충격적인 일이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의 말이다. 국가정보원과 수원지방검찰청이 28일 '내란예비 음모' 혐의로 이석기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 의원 등 관계자 10명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진보당은 '멘붕' 상태에 빠졌다.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진보당 관계자 30명은 이석기 의원실 앞을 지키며 압수수색을 저지하고 있다. 진보당에 따르면, 국정원은 "완력을 사용해서라도 압수수색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3년 전부터 압수수색 대상자를 내사해 왔다고 알려진 국정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총기 준비 지시 등에 관해) 물증을 갖고 있다, 자신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수사를 해왔고, 입증에 대한 자신감에 차있는 국정원이 '왜 지금' 이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혹의 눈길이 쏟아졌다. 불법 선거 개입으로 인해 국정원을 향한 개혁의 칼날이 드리워진 시점에서 '내란예비 음모'를 들고 나옴으로써 국정원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려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이 압수수색을 벌인 타이밍에 오해의 소지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국정원 개혁 초읽기 돌입...'물타기'용 내란죄 소탕작전?
실제, 국정원 개혁은 초읽기에 돌입했다. 국정원은 근시일 내에 '셀프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민주당을 필두로 한 야권은 '셀프 개혁'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민주당 측 위원들은 '국정원 개혁 패키지 4법'을 발표했고, 오는 29일 워크숍에서 당론으로 해당 법안을 추진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4법에는 '국가정보원 개정안, 국가정보원직원법 개정안,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이 포함됐다.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의 핵심 골자는 대공수사권을 제외한 수사권을 폐지하는 데 있다. 더불어 국정원 직원의 정치 관여죄에 대한 형량을 올리고,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 의무도 담았다. 또 국정원 예산의 투명화, 정치인·언론사 동향 파악 금지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국가정보원 직원법 개정안은 국정원 직원이 원장 허가 없이 국회 증언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같은 법안이 통과될 시 국정원의 역할 축소는 불보듯 뻔한 상황. 오병윤 진보당 원내대표가 발의한 국정원 개혁 법안은 여기서 더 나아가 국정원 해체까지 상정했다.
홍 대변인은 "국정원 해체 수준의 개혁법안이 나오자 마자 국정원이 (의원실에) 난입한 건 상징하는 바가 있다"며 "진보당뿐 아니라 민주노총,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등 국정원이 한꺼번에 터트리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의도를 갖고 사건을 이용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국정원이 정상회담 회의록을 무단 공개했을 때처럼 국정원 독자 판단으로 압수수색을 벌이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 지시·묵인이 있었을 거"라고 주장했다.
정청래 의원도 "국정원 개혁을 목전에 두고 이 사건을 터트린 것은 타이밍상 오해의 소지가 많다"며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국정원 개혁이 묻히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석기 의원을 향해서 정 의원은 "본인이 나와서 떳떳하게 얘기를 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치공작이 만천하에 드러나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지금, 개혁 대상인 국정원이 내란죄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다"며 "국정원의 존재 이유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물타기용 압수수색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회의원과 공당의 간부들에게 행해지는 국정원의 마구잡이식 수사는 유례가 없는 일이며 이에 대해서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사건으로 국정원 개혁요구에 찬물을 끼얹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 하는 모든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한편, 진보당은 '문서 파쇄, 이석기 의원의 변장 및 도주, 총기 준비 지시' 등의 의혹에 대해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홍 대변인은 "(국정원이) 내란죄라는 큰 거짓말을 제목으로 뽑고 나니 작은 거짓말을 붙여야 할 것"이라며 "총기 등 해괴한 소리가 쏟아지고 있는데 내란죄 자체도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란죄라는 낙인은 진보당에게만 찍은 게 아니라 촛불 시민에게 찍은 것"이라며 "촛불을 든 야당, 시민사회와 공동 대응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3년 준비했다는 국정원, 왜 '지금' 내란 음모 터트렸나
'강제 개혁' 목전에 국면전환용 압수수색?... "타이밍 오해 소지 많아"
[오마이뉴스] 이주연 | 13.08.28 18:49 | 최종 업데이트 13.08.29 14:29
▲ 이석기 의원실 나오는 국정원 직원들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김홍열 경기도당위원장을 포함한 통합진보당 현역 의원 및 당직자 등 관련 인사의 자택 또는 사무실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전격 착수한 가운데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이석기 의원실에서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2013.08.28 |
"이건 폭탄 수준이다. 2013년 대한민국에서 내란죄라는 게 말이 되냐. 통합진보당은 원내 제3당으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 후보를 내 선거를 치른 정당이다. 이런 정당에 내란죄라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충격적인 일이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의 말이다. 국가정보원과 수원지방검찰청이 28일 '내란예비 음모' 혐의로 이석기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 의원 등 관계자 10명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진보당은 '멘붕' 상태에 빠졌다.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진보당 관계자 30명은 이석기 의원실 앞을 지키며 압수수색을 저지하고 있다. 진보당에 따르면, 국정원은 "완력을 사용해서라도 압수수색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3년 전부터 압수수색 대상자를 내사해 왔다고 알려진 국정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총기 준비 지시 등에 관해) 물증을 갖고 있다, 자신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수사를 해왔고, 입증에 대한 자신감에 차있는 국정원이 '왜 지금' 이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혹의 눈길이 쏟아졌다. 불법 선거 개입으로 인해 국정원을 향한 개혁의 칼날이 드리워진 시점에서 '내란예비 음모'를 들고 나옴으로써 국정원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려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이 압수수색을 벌인 타이밍에 오해의 소지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국정원 개혁 초읽기 돌입...'물타기'용 내란죄 소탕작전?
실제, 국정원 개혁은 초읽기에 돌입했다. 국정원은 근시일 내에 '셀프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민주당을 필두로 한 야권은 '셀프 개혁'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민주당 측 위원들은 '국정원 개혁 패키지 4법'을 발표했고, 오는 29일 워크숍에서 당론으로 해당 법안을 추진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4법에는 '국가정보원 개정안, 국가정보원직원법 개정안,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이 포함됐다.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의 핵심 골자는 대공수사권을 제외한 수사권을 폐지하는 데 있다. 더불어 국정원 직원의 정치 관여죄에 대한 형량을 올리고,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 의무도 담았다. 또 국정원 예산의 투명화, 정치인·언론사 동향 파악 금지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국가정보원 직원법 개정안은 국정원 직원이 원장 허가 없이 국회 증언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같은 법안이 통과될 시 국정원의 역할 축소는 불보듯 뻔한 상황. 오병윤 진보당 원내대표가 발의한 국정원 개혁 법안은 여기서 더 나아가 국정원 해체까지 상정했다.
▲ 이석기 의원실 압수수색 저지하는 통합진보당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오병윤, 이상규, 김재연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이석기 의원 사무실에서 '내란예비음모혐의'에 대한 국정원 직원들의 압수수색을 반대하며 이 의원 방앞을 막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국정원의 범죄행각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고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촛불 저항이 거세지자 촛불시위를 잠재우기 위한 공안탄압이다"며 "정당해산을 들먹이면서 진보세력을 말살시키려고 했던 집권세력의 정권유지전략이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2013.08.28 |
홍 대변인은 "국정원 해체 수준의 개혁법안이 나오자 마자 국정원이 (의원실에) 난입한 건 상징하는 바가 있다"며 "진보당뿐 아니라 민주노총,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등 국정원이 한꺼번에 터트리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의도를 갖고 사건을 이용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국정원이 정상회담 회의록을 무단 공개했을 때처럼 국정원 독자 판단으로 압수수색을 벌이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 지시·묵인이 있었을 거"라고 주장했다.
정청래 의원도 "국정원 개혁을 목전에 두고 이 사건을 터트린 것은 타이밍상 오해의 소지가 많다"며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국정원 개혁이 묻히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석기 의원을 향해서 정 의원은 "본인이 나와서 떳떳하게 얘기를 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치공작이 만천하에 드러나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지금, 개혁 대상인 국정원이 내란죄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다"며 "국정원의 존재 이유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물타기용 압수수색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회의원과 공당의 간부들에게 행해지는 국정원의 마구잡이식 수사는 유례가 없는 일이며 이에 대해서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사건으로 국정원 개혁요구에 찬물을 끼얹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 하는 모든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한편, 진보당은 '문서 파쇄, 이석기 의원의 변장 및 도주, 총기 준비 지시' 등의 의혹에 대해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홍 대변인은 "(국정원이) 내란죄라는 큰 거짓말을 제목으로 뽑고 나니 작은 거짓말을 붙여야 할 것"이라며 "총기 등 해괴한 소리가 쏟아지고 있는데 내란죄 자체도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란죄라는 낙인은 진보당에게만 찍은 게 아니라 촛불 시민에게 찍은 것"이라며 "촛불을 든 야당, 시민사회와 공동 대응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3년 준비했다는 국정원, 왜 '지금' 내란 음모 터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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