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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통합진보당 탄압

국정원, 국내정치파트 해체 막고자하는 의도 점점 확연해져

국정원, 국내정치파트 해체 막고자하는 의도 점점 확연해져
[민중의소리] 정성일 기자 | 입력 2013-09-01 21:10:02 | 수정 2013-09-02 01:48:51


국정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관련된 이른바 '내란음모 녹취록'을 유출, 공개한 이후 관련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정원이 이번 사건을 현 시점에서 발표한 배경이 점점 확연해지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28일 '내란음모' 혐의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어 곧바로 이틀 뒤 일부 언론을 통해 이른바 '내란음모 녹취록'을 유출하자 녹취록의 진위여부와 별개로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됐다.

먼저,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왜 핵심 증거로 거론되는 녹취록을 통째로 언론에 유출했냐는 점이다. 특히 일부 수사내용을 언론에 흘리는 통상적 행태를 넘어 녹취록을 통째로 유출한 건 이례적이었다. 공안사건의 경우 통상적으로 수사종료전까지는 비밀수사를 진행하는 것과 달리 사실상 공개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점도 마찬가지다.

또 120여 명이 참가했다는 행사에서 왜 일부 참가자들의 발언만 녹취록에 담겼으며, 녹취록의 입수경위와 증거능력 여부도 핵심적인 의문점이었다.

▲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공안당국의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 수사와 관련해 "언론에서 거론된 국정원의 협조자는 국정원에 의해 거액으로 매수됐다"며 국정원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진보당을 사찰하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댓글 조작, 대선 불법 개입도 모자라 프락치 공작, 정당 사찰에 대해서 국정원은 해명하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이것은 21세기에 있어서는 안 될 전형적인 정당사찰, 매수공작"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프락치'의 존재, 녹취록의 의문점 상당수 해소

녹취록 공개 이후 지금까지 알려진 정황에 종합하면, 해당 녹취록은 국정원이 돈으로 사람을 매수해 이른바 '프락치 공작'을 통해 사찰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1일 "국정원은 (협조자를) 거액 매수하여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진보당을 사찰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정원은 그간 '경기동부연합 내에 협조자를 통해 증거를 확보했다'고 언론에 흘려 왔다. 국정원과 진보당이 각각 '협조자'와 '프락치'라는 다른 명칭으로 부르지만, 진보당 내부 행사를 몰래 녹음하고 국정원 측에 제공해왔던 사람의 존재 자체는 양측 모두 인정하는 것이다.

'프락치'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면 제기됐던 의문 중 상당수는 자연스레 해소된다. 그간 국정원은 해당 녹취록을 어떻게 손에 넣게 됐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내부 조력자를 통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감청을 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양측 공히 '프락치'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 비춰볼 때, 최소한 '내란모의 녹취록'은 영장 발부를 통한 합법 감청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또한 녹취록 중 '권역별 토론'에서 구속된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의 발언이 유독 많은 이유도 설명된다. 이 순서에서 이 고문과 함께 토론을 한 사람들 중에 '프락치'로 활동한 인물이 있지 않겠냐는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중의소리> 취재 결과, 이 인물은 이 고문과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상당히 가깝게 지냈던 사람으로 확인됐다.


국내정치파트 해체 막고자 하는 국정원의 '전격전' '여론전'

이번 '내란음모' 사건이 발표된 후 정치권에서는 국정원 국정조사 이후 국정원 개혁논의가 본격화되자 국내정치파트 해체를 막기 위해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게 아니냐는 관측을 강하게 제기돼 왔다. 실제로 국정원이 녹취록을 통째로 언론에 유출한 이후 국정원 개혁 논의는 증발된 상태다.

사건 발표 후 국정원 등 공안당국이 언론에 흘린 내용에는 국정원 국내정치파트의 활동 중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도 일부 포함됐다. 정치개입 논란을 일으킬 수 있어 예전 같으면 외부로 새나오기 힘든 내용들도 별 거리낌없이 언론에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해 2월 검찰, 경찰, 기무사와 함께 합동태스크포스(TF)를 꾸려 통합진보당 인사들을 집중내사해왔다. 특히 이들이 내사에 나서게 된 핵심적인 계기 중 하나가 총선을 앞두고 있던 2011년 민주노동당-참여당-진보신당의 합당과정에서 정보력을 부재를 느낀데 따른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또한 이 TF팀은 대선을 앞둔 시기까지 운영되다 해산했지만 국정원은 단독으로 계속 내사를 진행했다고 알려졌다.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대한 정보수집과 개입을 광범위하게 진행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지난해 통합진보당의 분당 과정에서 나오던 국정원 개입설과의 연관성에도 새삼 눈길이 가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위의 예를 포함해 국정원의 이번 '내란음모' 사건 발표에는 상당한 무리수가 동반돼 있다. 녹취록에 나오는 내용을 볼 때 지난해 5월의 이른바 '내란음모' 모임은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없는 일부 참가자의 의견교환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내란모의'가 성립되기 힘들다는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한 국정원이 '프락치'를 매수해 녹취록을 확보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녹취록의 증거능력도 인정받기 힘들다는 게 통설이다. 자칫 국정원은 제대로 된 증거를 아무 것도 제시하지 못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원은 피의사실 공표가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정황'들을 한꺼번에 언론을 통해 유포함으로써 '여론전'을 펼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란음모'라는 상상하기 힘든 혐의를 붙임으로써 증거수집과정과 국내정치사찰의 불법성은 거론조차 되기 힘든 상황 조성을 노린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국정원의 발표 이후 '여론 재판'이 이뤄지고 있고 국정원 개혁 주장도 힘이 실리지 않고 있는 데 비춰볼 때, 현재까지는 국정원의 의도가 제대로 먹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 국정원, 국내정치파트 해체 막고자하는 의도 점점 확연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