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도 추가증거 못내놔
검찰 ‘이석기 기소’ 쟁점 분석
[한겨레] 김원철 기자, 수원/홍용덕 기자 | 등록 : 2013.09.26 20:13 | 수정 : 2013.09.26 21:46
검 “이석기 ‘전쟁준비’ 지시했다”
뒷받침할 증거는 제시 못해
RO 실체 두고도 치열한 공방 예고
검 “북 책·영화 보며 지속적 사상학습”
변호인 “5월 모임 일회성…실체없어”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이석기(51) 통합진보당 의원 등을 재판에 넘김에 따라 검찰과 변호인단의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이미 공개된 녹취록 외에 뚜렷한 추가 증거를 내놓지 못해, 법원에서 유죄 판단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 내란음모 입증될까?
수원지검 공안부(부장 최태원)는 기소된 이들 모두에게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했다. 이 의원한테는 내란선동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 의원이 물질적·기술적으로 전쟁을 준비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토론에서 국가 기간시설 타격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오갔다. 정세 인식, 타격 시설에 관한 토론, 명령시 즉각 실행 지시, 총공격 언급 등이 있다. 이것이 내란음모가 안 된다면 무엇이 내란음모냐”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의 발언이 ‘실제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내놓진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상호 수원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이 유류저장고·철도·통신시설 등 국가 기간시설에 대한 타격을 위해 장난감 총기의 살상용 개조, 사제폭탄 제조법 습득 등을 제안했다. 이씨는 실제 파괴 대상인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 등을 자신의 아이패드·스마트폰을 이용해 검색했고 다른 조직원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는 ‘니트로글리세린’ ‘드라이아이스’ 등 폭탄 제조와 관련된 파일도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단순히 검색해본 것만으로 내란음모가 입증된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녹취록에 나온 발언을 둘러싼 사전·사후 정황이 필요하다. 그게 부족하다면 진보당 주장대로 ‘급진파가 의견을 냈고 온건파가 제재했다. 토의에 불과했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이 전략적으로 재판에서 추가 증거를 공개할 가능성도 있어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재심 무죄 판결문을 보면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려면 내란의 수단과 방법·시기 등이 특정돼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녹취록 어디에도 이에 대한 내용이 특정돼 있지 않다. 5월 모임에서 구체적으로 시기를 정해, 누가 어떤 방법으로 어디에서 폭동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합의된 바도 전혀 없다”며 내란음모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 조직·활동의 지속성 있나?
이른바 ‘아르오’(RO)라는 조직이 실재하는가 여부도 중요한 대목이다. 내란의 실행력을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르오가 오랫동안 활동해온 조직이라면 ‘5월 모임 발언은 일회성 발언’이라는 이 의원 쪽 주장이 힘을 잃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의원 등 ‘아르오’ 조직원들이 2003년 8월 이 의원의 가석방 출소를 전후해 새로운 형태의 지하혁명조직을 구상했고 이후 주체사상으로 철저히 의식화된 사람들만 조직원으로 받아들이는 등 비밀스럽게 조직을 운영해왔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김일성·김정일 저작 등 북한 원전과 북한 영화를 교재로 주체사상을 학습했고, 이런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지난 5월 모임이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5월 모임은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니다. 상당 기간 대남혁명론을 따르며 비밀스럽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온 조직이 2차례에 걸쳐 회동한 자리”라고 밝혔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지난 5월 모임 외에는 지속적인 모임과 활동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검찰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5월 모임조차 경기도당 위원장이 임원들과 협의해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강연과 토론을 한 일회성 모임이었다. 이 의원은 단지 초청돼 강연을 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런 쟁점들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국정원과 검찰이 ‘내란음모’라는 무리한 법 적용으로 충격효과를 노린 ‘정치적 수사’를 벌였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출처 : ‘내란음모’도 추가증거 못내놔
검찰 ‘이석기 기소’ 쟁점 분석
[한겨레] 김원철 기자, 수원/홍용덕 기자 | 등록 : 2013.09.26 20:13 | 수정 : 2013.09.26 21:46
검 “이석기 ‘전쟁준비’ 지시했다”
뒷받침할 증거는 제시 못해
RO 실체 두고도 치열한 공방 예고
검 “북 책·영화 보며 지속적 사상학습”
변호인 “5월 모임 일회성…실체없어”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이석기(51) 통합진보당 의원 등을 재판에 넘김에 따라 검찰과 변호인단의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이미 공개된 녹취록 외에 뚜렷한 추가 증거를 내놓지 못해, 법원에서 유죄 판단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난 5일 저녁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경기 수원시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수원구치소로 이송되면서 결백을 외치고 있다. 수원/이종근 기자 |
■ 내란음모 입증될까?
수원지검 공안부(부장 최태원)는 기소된 이들 모두에게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했다. 이 의원한테는 내란선동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 의원이 물질적·기술적으로 전쟁을 준비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토론에서 국가 기간시설 타격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오갔다. 정세 인식, 타격 시설에 관한 토론, 명령시 즉각 실행 지시, 총공격 언급 등이 있다. 이것이 내란음모가 안 된다면 무엇이 내란음모냐”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의 발언이 ‘실제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내놓진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상호 수원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이 유류저장고·철도·통신시설 등 국가 기간시설에 대한 타격을 위해 장난감 총기의 살상용 개조, 사제폭탄 제조법 습득 등을 제안했다. 이씨는 실제 파괴 대상인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 등을 자신의 아이패드·스마트폰을 이용해 검색했고 다른 조직원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는 ‘니트로글리세린’ ‘드라이아이스’ 등 폭탄 제조와 관련된 파일도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단순히 검색해본 것만으로 내란음모가 입증된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녹취록에 나온 발언을 둘러싼 사전·사후 정황이 필요하다. 그게 부족하다면 진보당 주장대로 ‘급진파가 의견을 냈고 온건파가 제재했다. 토의에 불과했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이 전략적으로 재판에서 추가 증거를 공개할 가능성도 있어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재심 무죄 판결문을 보면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려면 내란의 수단과 방법·시기 등이 특정돼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녹취록 어디에도 이에 대한 내용이 특정돼 있지 않다. 5월 모임에서 구체적으로 시기를 정해, 누가 어떤 방법으로 어디에서 폭동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합의된 바도 전혀 없다”며 내란음모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 조직·활동의 지속성 있나?
이른바 ‘아르오’(RO)라는 조직이 실재하는가 여부도 중요한 대목이다. 내란의 실행력을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르오가 오랫동안 활동해온 조직이라면 ‘5월 모임 발언은 일회성 발언’이라는 이 의원 쪽 주장이 힘을 잃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의원 등 ‘아르오’ 조직원들이 2003년 8월 이 의원의 가석방 출소를 전후해 새로운 형태의 지하혁명조직을 구상했고 이후 주체사상으로 철저히 의식화된 사람들만 조직원으로 받아들이는 등 비밀스럽게 조직을 운영해왔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김일성·김정일 저작 등 북한 원전과 북한 영화를 교재로 주체사상을 학습했고, 이런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지난 5월 모임이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5월 모임은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니다. 상당 기간 대남혁명론을 따르며 비밀스럽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온 조직이 2차례에 걸쳐 회동한 자리”라고 밝혔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지난 5월 모임 외에는 지속적인 모임과 활동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검찰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5월 모임조차 경기도당 위원장이 임원들과 협의해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강연과 토론을 한 일회성 모임이었다. 이 의원은 단지 초청돼 강연을 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런 쟁점들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국정원과 검찰이 ‘내란음모’라는 무리한 법 적용으로 충격효과를 노린 ‘정치적 수사’를 벌였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출처 : ‘내란음모’도 추가증거 못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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