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근혜 정부', 컨트롤타워 없애버리더니...
[위험한 대한민국②] 위기관리체계 다시 꾸려야... "재난은 대통령 책임"
[오마이뉴스] 진도현장팀 | 14.04.28 08:33 | 최종 업데이트 14.04.28 16:41
기획취재 : 이주빈 강성관 선대식 최지용 강민수 소중한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로 현 정부의 국가재난위기관리 체계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초동 대응은 물론 재난을 수습하는 과정 어디에서도 박근혜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 온 '안전한국'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때문에 '인재(人災)이자 관재(官災)'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정부가 초동 대응에 실패하면서 '사고'를 '대참사'로 키운 것 아니냐는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이 초래 됐을까.
전통적인 군사 분야의 위협만을 국가위기상황으로 규정하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은 국가재난위기관리 시스템의 문제, 즉 단계별 대응을 총괄·통제·조정할 수 있는 실질적 '컨트롤타워' 부재를 초래했다.
1. 세월호 참사는 국가위기상황이 아니었나
세월호 침몰사고 같은 재난 상황을 우리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국가위기 사태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비상대비 시민보호법 2004(CivilContingenciesAct 2004)' 제1조에 명시된 비상사태(Emergency)는 '국내 어디서나 시민의 행복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고를 발생시킬 수 있는 사건이나 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민의 행복'을 위협한다는 것은 생명의 손실·상해·주거소실·재산 피해·공공재의 공급 중단, 통신수단·교통수단·의료서비스 공급체제의 중단·장애 등의 사태 발생, 전쟁이나 테러 등을 의미한다.
과거 참여정부는 어땠을까. 참여정부는 국가위기를 '국가의 주권 또는 국가를 구성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체계 등 국가의 핵심요소나 가치에 중대한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거나 가해지고 있는 상태(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대형 자연·사회재난 등 비군사 분야를 국가위기관리 대상으로 확대해 위기상황을 실시간으로 통제하고 대응했다.
그 역할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NSC) 사무처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수행했다. 센터는 군사적 안보·자연재해·사회적재난 등 33개의 유형별 국가위기를 분류하고, 국가재난위기상황을 상시적으로 통제, 초동 대응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군사적 안보 위협만을 국가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 갈수록 복합적이고 피해 규모가 커지는 재난상황 등은 국가위기상황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2. 선진국은 상시·수직적 통제체계로 신속 대응
이런 인식은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기본법)'과 재난위기관리 시스템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지난 2월 정부는 개정된 기본법을 시행하면서, 안전행정부(안행부)의 안보분야를 제외한 모든 재난상황을 총괄·조정하도록 기능을 강화했다.
기본법에 따라 평시에 중앙안전관리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가 국가재난안전정책을 관리하고, 재난 발생 시 안행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를 가동해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평시에는 안전관리위원회가 관리하고 비상·재난대비 업무는 안행부가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재난관리 분야도 이원화 돼 있다. 태풍 등 자연재난은 소방방재청이 맡고, 각종 사고 등 사회재난은 안행부가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재난 유형으로 분류되는 세월호 침몰 사고는 중대본 차장·총괄조정관 등을 재난 전문성이 없는 안행부 차관 등이 맡았다.
'비상사태'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영국은 우리와 크게 다르다. 영국은 평시와 비상시의 조직운영체계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재난과 위기상황에 동일한 통합체제로 대응하고 있다.
3. 53분 지나서야 중대본 가동... 골든타임 놓쳐
영국·프랑스·독일의 경우 재난이 발생하면 신속한 사태파악을 위해 위기관리 전문가·통신전문가·위기재난 전문가 등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소규모 위기대응지원팀(팀장 재난전문가)을 급파한다. 이후 통신위성에 의한 상황 통제 즉 통신체제 및 상비구급물자 등을 갖춘 상비대응군 등을 추가 지원하는 체제로 운영된다. 일사불란한 통제·지휘체계를 갖춰 신속한 초동 대응이 가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기본법 개정 이전부터 "안행부 장관이 타 부처와 군·경 등을 지휘·총괄 조정하는데 한계가 있어 즉각적인 초동 대응에 미흡하다"면서 "재난 대응을 이원화 해 매우 비효율적이다"라고 끊임없이 비판해 왔다.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어떻게 초동 대응했는지 짚어 보자.
16일 오전 사고 발생(신고 시점) 후 53분이 지나서야 정부는 중대본을 가동했다. 재난상황을 총괄할 책임이 있는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사고 보고를 받고 다른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사고 초기 중대본은 "368명 구조"라고 엉뚱한 발표를 했다. 즉 대규모 재난상황이 아니라 '사고'로 판단한 것이다.
초기통제, 즉 초기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전달 체계가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초기통제 실패는 수색·구조 등 초동 대응 실패로 이어졌다. 구조작업은 사고 발생 10시간여 만에 시도됐고 이마저도 채 2시간이 되지 않아 중단됐다. 중대본과 해양수산부 등 각 부처, 해군·해양경찰청이 위기대응반·현장수색반·가족전담반 등 역할을 분담해 입체적이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긴급한 상황에서 '숫자 맞추기'를 하며, 하루 이상을 보낸 셈이다.
혼란이 커지자 정부는 중대본 가동 하루 만에, 정홍원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이하 대책본부)'로 총괄기구를 대체했다. 정부 스스로 법적으로 부여한 재난대응체계를 부정한 것이다. 이렇게 인명구조에 필요한 '골든타임' 72시간은 흘러갔다.
4. 위기관리체제 흔들어 놓은 MB·박근혜 정부
박근혜 정부의 국가재난위기관리 시스템의 실패는 이미 예견됐다.
지난해 기본법 개정 이전은 물론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국가재난위기관리 컨트롤타워 부재'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2012년 12월 한국행정연구원이 발간한 <범정부적 국가위기 재난관리시스템 연구> 보고서는 구제역 재난 등을 거론하며 통합성·조정성·전문성 부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특히 보고서는 "이명박 정부 위기관리 체계의 문제점으로 가장 많이 지적된 것은 바로 '총괄 조정 기능'의 부재"라며 "현 정부(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를 폐지하면서 예견된 바이다"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참여정부 당시 NSC 사무처의 역할에 주목했다. 참여정부의 경우 "'NSC 국가위기관리센터장 → NSC 사무처장 → 대통령'으로 실시간 보고체계가 갖춰져 있어 국가재난·위기상황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실시간 국가안보종합상황실을 운영하며 안보·다양한 재난 징후를 통제·관리했다. 센터는 평시에는 범정부 차원의 국가위기관리 체계를 기획·구축·정비하고, 국가위기의 징후가 보일 때는 범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NSC 사무처를 폐지하는 대신 위기정보상황팀으로 축소하고, 박근혜 정부는 NSC 사무처를 부활시켰지만 국가안보실장(실장 김장수) 산하에 편입시켜 전통적 안보분야만 담당하게 했다.
5. 전문가들 "대통령 직속 상시 기구 필요"
지난 21일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초기 대응 실패를 인정했다.
박근혜는 "지금 중앙재난대책본부가 있지만 현장과 부처 간 협업, 통일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다 더 강력한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대본이 실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강력한' 재난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중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23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책임을 회피해 비난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와 각종 연구보고서는 ▲ 상시적 국가재난·위기관리시스템 대안으로 미국의 국토안전부 같은 국가위기관리부(재난관리처·장관급) 신설 ▲ 대통령 직속 국가위기관리위원회 설립 ▲ 참여정부 당시의 NSC 사무처(국가위기관리센터 기능) 재설치 등을 제안하고 있다.
정상만(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국방재학회장과 김두현(충북대 안전공학전공 교수) 한국안전학회 부회장은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을 분리해서 대응체계를 이원화 한 것이 문제다"며 "대통령이나 총리 직속으로 국가 안전을 총괄하는 실질적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당시 국가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주도했던 류희인 전 참여정부 NSC 사무차장은 "애초 안행부에 대규모 재난 대응을 총괄 조정하도록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안행부는 재난 전문성과 능력 부실 차원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조직이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그는 "과거의 NSC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를 확대, 대통령 직속 국가위기관리위원회를 설립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대통령이 대형 재난을 두고 '내 소관이 아니다'고 팔짱 끼고 외면 할 수 있느냐.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책임이다"고 지적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청와대(대통령 직속 상시운영 기구)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 '이명박근혜 정부', 컨트롤타워 없애버리더니...
[위험한 대한민국②] 위기관리체계 다시 꾸려야... "재난은 대통령 책임"
[오마이뉴스] 진도현장팀 | 14.04.28 08:33 | 최종 업데이트 14.04.28 16:41
세월호 침몰 사고는 국가 재난 대응 시스템의 위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국가 차원의 재난 대응훈련, 재난 발생 시 컨트롤타워 운용, 피해자 가족과 관계맺기, 안전전문가와 전문센터 육성 등을 통해 국가 재난 대응 시스템의 문제점을 짚고 그 대안을 모색해볼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기획취재 : 이주빈 강성관 선대식 최지용 강민수 소중한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로 현 정부의 국가재난위기관리 체계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초동 대응은 물론 재난을 수습하는 과정 어디에서도 박근혜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 온 '안전한국'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때문에 '인재(人災)이자 관재(官災)'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정부가 초동 대응에 실패하면서 '사고'를 '대참사'로 키운 것 아니냐는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이 초래 됐을까.
전통적인 군사 분야의 위협만을 국가위기상황으로 규정하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은 국가재난위기관리 시스템의 문제, 즉 단계별 대응을 총괄·통제·조정할 수 있는 실질적 '컨트롤타워' 부재를 초래했다.
▲ 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과 여행객 등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고 있다. ⓒ 해양경찰청 제공 |
1. 세월호 참사는 국가위기상황이 아니었나
세월호 침몰사고 같은 재난 상황을 우리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국가위기 사태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비상대비 시민보호법 2004(CivilContingenciesAct 2004)' 제1조에 명시된 비상사태(Emergency)는 '국내 어디서나 시민의 행복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고를 발생시킬 수 있는 사건이나 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민의 행복'을 위협한다는 것은 생명의 손실·상해·주거소실·재산 피해·공공재의 공급 중단, 통신수단·교통수단·의료서비스 공급체제의 중단·장애 등의 사태 발생, 전쟁이나 테러 등을 의미한다.
과거 참여정부는 어땠을까. 참여정부는 국가위기를 '국가의 주권 또는 국가를 구성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체계 등 국가의 핵심요소나 가치에 중대한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거나 가해지고 있는 상태(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대형 자연·사회재난 등 비군사 분야를 국가위기관리 대상으로 확대해 위기상황을 실시간으로 통제하고 대응했다.
그 역할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NSC) 사무처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수행했다. 센터는 군사적 안보·자연재해·사회적재난 등 33개의 유형별 국가위기를 분류하고, 국가재난위기상황을 상시적으로 통제, 초동 대응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군사적 안보 위협만을 국가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 갈수록 복합적이고 피해 규모가 커지는 재난상황 등은 국가위기상황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2. 선진국은 상시·수직적 통제체계로 신속 대응
이런 인식은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기본법)'과 재난위기관리 시스템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지난 2월 정부는 개정된 기본법을 시행하면서, 안전행정부(안행부)의 안보분야를 제외한 모든 재난상황을 총괄·조정하도록 기능을 강화했다.
기본법에 따라 평시에 중앙안전관리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가 국가재난안전정책을 관리하고, 재난 발생 시 안행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를 가동해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평시에는 안전관리위원회가 관리하고 비상·재난대비 업무는 안행부가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재난관리 분야도 이원화 돼 있다. 태풍 등 자연재난은 소방방재청이 맡고, 각종 사고 등 사회재난은 안행부가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재난 유형으로 분류되는 세월호 침몰 사고는 중대본 차장·총괄조정관 등을 재난 전문성이 없는 안행부 차관 등이 맡았다.
'비상사태'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영국은 우리와 크게 다르다. 영국은 평시와 비상시의 조직운영체계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재난과 위기상황에 동일한 통합체제로 대응하고 있다.
▲ 차에 갇힌 정홍원 총리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정부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20일 새벽 실종자 가족 일부가 "청와대로 가자"며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면담을 한 정홍원 국무총리가 돌아가지 못한 채 3시간 가까이 차안에 머무르며 항의를 받았다. ⓒ 권우성 |
3. 53분 지나서야 중대본 가동... 골든타임 놓쳐
영국·프랑스·독일의 경우 재난이 발생하면 신속한 사태파악을 위해 위기관리 전문가·통신전문가·위기재난 전문가 등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소규모 위기대응지원팀(팀장 재난전문가)을 급파한다. 이후 통신위성에 의한 상황 통제 즉 통신체제 및 상비구급물자 등을 갖춘 상비대응군 등을 추가 지원하는 체제로 운영된다. 일사불란한 통제·지휘체계를 갖춰 신속한 초동 대응이 가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기본법 개정 이전부터 "안행부 장관이 타 부처와 군·경 등을 지휘·총괄 조정하는데 한계가 있어 즉각적인 초동 대응에 미흡하다"면서 "재난 대응을 이원화 해 매우 비효율적이다"라고 끊임없이 비판해 왔다.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어떻게 초동 대응했는지 짚어 보자.
16일 오전 사고 발생(신고 시점) 후 53분이 지나서야 정부는 중대본을 가동했다. 재난상황을 총괄할 책임이 있는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사고 보고를 받고 다른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사고 초기 중대본은 "368명 구조"라고 엉뚱한 발표를 했다. 즉 대규모 재난상황이 아니라 '사고'로 판단한 것이다.
초기통제, 즉 초기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전달 체계가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초기통제 실패는 수색·구조 등 초동 대응 실패로 이어졌다. 구조작업은 사고 발생 10시간여 만에 시도됐고 이마저도 채 2시간이 되지 않아 중단됐다. 중대본과 해양수산부 등 각 부처, 해군·해양경찰청이 위기대응반·현장수색반·가족전담반 등 역할을 분담해 입체적이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긴급한 상황에서 '숫자 맞추기'를 하며, 하루 이상을 보낸 셈이다.
혼란이 커지자 정부는 중대본 가동 하루 만에, 정홍원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이하 대책본부)'로 총괄기구를 대체했다. 정부 스스로 법적으로 부여한 재난대응체계를 부정한 것이다. 이렇게 인명구조에 필요한 '골든타임' 72시간은 흘러갔다.
4. 위기관리체제 흔들어 놓은 MB·박근혜 정부
박근혜 정부의 국가재난위기관리 시스템의 실패는 이미 예견됐다.
지난해 기본법 개정 이전은 물론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국가재난위기관리 컨트롤타워 부재'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2012년 12월 한국행정연구원이 발간한 <범정부적 국가위기 재난관리시스템 연구> 보고서는 구제역 재난 등을 거론하며 통합성·조정성·전문성 부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특히 보고서는 "이명박 정부 위기관리 체계의 문제점으로 가장 많이 지적된 것은 바로 '총괄 조정 기능'의 부재"라며 "현 정부(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를 폐지하면서 예견된 바이다"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참여정부 당시 NSC 사무처의 역할에 주목했다. 참여정부의 경우 "'NSC 국가위기관리센터장 → NSC 사무처장 → 대통령'으로 실시간 보고체계가 갖춰져 있어 국가재난·위기상황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실시간 국가안보종합상황실을 운영하며 안보·다양한 재난 징후를 통제·관리했다. 센터는 평시에는 범정부 차원의 국가위기관리 체계를 기획·구축·정비하고, 국가위기의 징후가 보일 때는 범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NSC 사무처를 폐지하는 대신 위기정보상황팀으로 축소하고, 박근혜 정부는 NSC 사무처를 부활시켰지만 국가안보실장(실장 김장수) 산하에 편입시켜 전통적 안보분야만 담당하게 했다.
▲ 박근혜 후보 '아이와 엄마가 행복한 대한민국' 약속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난 2012년 10월 19일 서울 양천문화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서울시당 선대위 출범식에서 박근혜 대선후보가 연설을 하고 있다. ⓒ 권우성 |
5. 전문가들 "대통령 직속 상시 기구 필요"
지난 21일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초기 대응 실패를 인정했다.
박근혜는 "지금 중앙재난대책본부가 있지만 현장과 부처 간 협업, 통일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다 더 강력한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대본이 실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강력한' 재난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중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23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책임을 회피해 비난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와 각종 연구보고서는 ▲ 상시적 국가재난·위기관리시스템 대안으로 미국의 국토안전부 같은 국가위기관리부(재난관리처·장관급) 신설 ▲ 대통령 직속 국가위기관리위원회 설립 ▲ 참여정부 당시의 NSC 사무처(국가위기관리센터 기능) 재설치 등을 제안하고 있다.
정상만(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국방재학회장과 김두현(충북대 안전공학전공 교수) 한국안전학회 부회장은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을 분리해서 대응체계를 이원화 한 것이 문제다"며 "대통령이나 총리 직속으로 국가 안전을 총괄하는 실질적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당시 국가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주도했던 류희인 전 참여정부 NSC 사무차장은 "애초 안행부에 대규모 재난 대응을 총괄 조정하도록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안행부는 재난 전문성과 능력 부실 차원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조직이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그는 "과거의 NSC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를 확대, 대통령 직속 국가위기관리위원회를 설립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대통령이 대형 재난을 두고 '내 소관이 아니다'고 팔짱 끼고 외면 할 수 있느냐.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책임이다"고 지적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청와대(대통령 직속 상시운영 기구)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 '이명박근혜 정부', 컨트롤타워 없애버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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