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강바닥 뻘 시궁창 냄새 진동…지척에 132만명이 먹는 취수장

강바닥 뻘 시궁창 냄새 진동…지척에 132만명이 먹는 취수장
[심층리포트 ‘재앙’이 된 4대강 사업]
② 르포 몸살 앓는 낙동강

[한겨레] 낙동강/최상원 김일우 기자 | 등록 : 2014.07.07 20:15 | 수정 : 2014.07.08 10:35


▲ 6일 오후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강바닥에서 퍼올린 뻘을 손에 들고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보 때문에 물 흐름이 나빠져 강바닥에 뻘층이 형성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합천/최상원 기자

“강바닥 흙에서 왜 시궁창 썩은 냄새가 나지?”

낙동강 바닥에서 퍼올린 흙냄새를 맡던 연구원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이렇게 말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를 단장으로 환경 관련 학과 교수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4대강 조사단’은 지난 6~7일 낙동강 전역에서 녹조 발생 현황, 하천 구조와 생태계 변화, 시설물 안전성 등을 집중 점검했다.

조사 결과,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8개 보를 완공한 지 2년 만에 낙동강 바닥 곳곳에 뻘층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창근 교수는 “4대강 사업 이후 강바닥 흙을 처음으로 조사했는데 예상보다 심각하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든 보 때문에 물길이 막히면서 낙동강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닥에서부터 죽어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창녕함안보 등 유속 1/10로 느려져
까맣고 비릿한 3~8㎝ 뻘층 형성
큰빗이끼벌레 중상류서도 발견
“녹조 번성해 서식 적합해져
앞으로 수질 오염 걱정”


6일 오전 박창근 교수 연구팀은 배를 타고 창녕함안보 상류로 나가 강물이 흐르는 속도를 재고, 저질토 채취기로 강바닥의 흙을 퍼올렸다. 창녕함안보는 낙동강 중류인 경남 창녕군과 함안군을 가로지르는 보로,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낙동강 8개 보 가운데 가장 하류에 있다.

수심 1.4~2.0m 지점의 유속은 초속 6~14㎝에 그쳤다. 4대강 사업으로 보를 건설하기 전 평상시 낙동강 유속인 초속 60~70㎝에 견줘 최고 10분의 1 수준으로 느려진 것이다.

퍼올린 강바닥 흙의 윗부분은 3~10㎝ 두께로 뻘층이 형성돼 있었다. 뻘은 까만 색깔에 비릿한 냄새가 났으며, 알갱이는 매우 고와 손끝에 촉감만 있을 뿐 잡히지 않았다.

경남 합천군과 창녕군을 가로지르는 합천창녕보의 상류에서도 강물이 흐르는 속도는 초당 2~8㎝였고, 강바닥에는 3~8㎝ 두께의 뻘층이 형성돼 있었다.


7일 오전 낙동강 중상류인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상류에서도 강바닥에서 검은색 뻘이 나왔다. 이곳에서 수백m 안에는 대구 중·남·서·달서구와 달성군 주민 132만여명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매곡취수장이 있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 경북 칠곡군 칠곡보와 구미시 구미보 상류의 강바닥을 조사한 결과 두 곳 모두 뻘층이 발견됐다. 강물이 흐르는 속도는 초속 2㎝까지 측정할 수 있는 유속기로 잴 수 없을 만큼 느렸다.

박창근 교수는 “4대강 사업을 하기 전에는 낙동강과 바다를 분리시킨 낙동강 하굿둑의 상류인 부산 강서구 낙동강 하구에만 뻘이 쌓여 해마다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준설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보 상류마다 뻘이 쌓여 중상류에서도 준설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강바닥에 뻘이 계속 쌓이면 그 아래 모래층에 사는 생물들이 호흡을 하지 못해 모두 죽게 되며, 결국 부영양화의 가속으로 녹조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이는 낙동강이 흐르지 않거나 매우 느리게 흐르는 호소화(호수와 늪으로 변하는 현상)됐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8개 보의 수문을 완전히 열어 강물이 흐르는 속도를 높이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이현정 국토환경연구소 연구원도 “원래 낙동강과 같은 하천의 바닥은 유속이 강한 상류부터 암반, 자갈, 모래 순서로 형성된다. 그런데 중상류의 바닥에 뻘층이 형성됐다는 것은 4대강 사업으로 유속이 느려지며 하천이 호소화됐다는 것을 말해준다. 흐르는 물에서 고인 물로 낙동강 생태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인데 앞으로 수질 오염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창녕함안보 상류 300m 지점의 한국수자원공사 선착장과 상류 7㎞ 지점의 남지대교 아래에서는 어른 손바닥만한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됐다. 강정고령보 하류 4㎞ 지점에선 축구공만한 큰빗이끼벌레 덩어리가 10여개 발견됐다.

▲ 7일 오전 11시20분께 낙동강 강정고령보 하류 4㎞ 지점에 있는 사문진교 동쪽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낙동강변에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이 물속에서 축구공만한 크기의 큰빗이끼벌레를 발견해 꺼내들고 있다. 대구/김일우 기자

최근 금강, 영산강에 이어 낙동강 중상류에서도 잇따라 발견되는 큰빗이끼벌레는 저수지 같은 고인 물에서 녹조 등 조류를 먹고 사는 외래종 생물이다. 녹조처럼 수온이 20도를 넘으면 번성한다. 지름 1~2㎜ 크기의 포자로 물 위에 떠다니다,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나면 물풀이나 구조물에 붙어 반투명한 배설물로 서로 뭉쳐 크게는 지름 2m까지 커진다.

정민걸 공주대 교수(환경교육과)는 “큰빗이끼벌레는 그 자체로 수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강물이 흐르지 않고 호소화됐는지 여부를 밝혀주는 지표종으로 활용된다. 저수지에서 발견되던 큰빗이끼벌레가 낙동강 본류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낙동강이 흐르지 않고 고인 물이 된데다 녹조까지 번성하는 등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췄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창녕함안보와 합천창녕보의 수자원공사 선착장에는 황토살포기를 갖춘 배가 정박해 있었다. 바다에 적조가 발생했을 때 황토를 뿌려 적조생물을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히는 것처럼, 낙동강에 녹조 현상이 심각할 때 황토를 뿌려 녹조생물을 강바닥에 가라앉히는 것이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사실상 고여 있는 낙동강에 황토를 대량 살포하면, 당장 눈에 보이는 녹조를 줄일 수 있겠지만 결국은 바닥에 쌓여 수생태계를 심각하게 교란시킬 것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 낙동강 수생태계를 복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강바닥 뻘 시궁창 냄새 진동…지척에 132만명이 먹는 취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