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세월호 구입·증 개축에 국정원 개입"

"세월호 구입·증 개축에 국정원 개입"
인양된 노트북에서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 나와
[오마이뉴스] 안홍기 | 14.07.25 21:26 | 최종 업데이트 14.07.25 21:26


▲ 25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진행된 증거보전 절차에서 나온 ‘[선내 여객구역 작업예정 사항] -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 침몰된 세월호에 약 2개월간 있다가 인양된 노트북PC의 데이터를 복원, 파일들을 법정에서 열어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 안홍기

국가정보원이 세월호의 객실과 편의시설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개선을 지시한 문건이 공개됐다. 세월호참사 유가족과 단체들은 세월호의 실소유주가 국정원 아니었느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25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열린 증거보전 절차에서 '선내 여객구역 작업예정 사항 -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이 공개됐다. 침몰한 세월호에 약 2개월간 있다가 인양된 노트북PC의 데이터를 복원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온 문건이다.

5쪽 분량의 이 문건엔 객실과 화장실·샤워실·식당·커피숍 등 편의시설의 청소 상태와 가구 배치, 통로의 안전 표지판 설치, 각종 출입문 경첩 교체, 중요구역 CCTV 설치, 조명 설치, 환풍기 교체 등 지적사항 100개가 표로 작성돼 있다. 지적 내용이 아주 꼼꼼해서 교체해야할 침대 등의 객실 번호도 명기해놨고, 샤워기 헤드의 이물질 제거작업까지 지시돼 있다.

문건은 2013년 2월 26일 작성해 하루 뒤 최종 수정한 걸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중고선박으로 구입한 세월호의 증·개축 작업을 마치고 복원성 검사 등 한국선급의 선박검사(1월 25일)를 마친 뒤이고, 3월 15일 첫 출항하기 전이다.

문건 내용 가운데 일본 면세점 홍보 벽지와 타일을 새로 바꾸라거나 일본어로 돼 있는 아크릴판을 떼 내라 등도 나와있어 세월호 내부 공사가 완료되기 전에 국정원의 점검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문건에는 세월호 사무부와 조리부의 2013년 3월 휴가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2월 한 달간 면세혜택과 관세환급 혜택이 있는 선용품의 사용현황, 작업수당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지시도 포함돼 있다. 또 행사장 명명, 자판기 설치 여부, 분리 수거함 및 재떨이 위치 선정 등 운영 관련 내용도 있다.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 등 세월호 참사 가족 단체들은 "이 문건에는 매우 상세하게 작업지시를 한 것으로 나와 있다"며 "국정원은 세월호가 첫 출항하기 건 배를 매우 꼼꼼하게 체크했다"고 지적했다. 또 문건의 작성 시기와 내용을 보면 청해진해운이 세월호를 구입하고 증개축하는 과정에 국정원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가족 단체들은 또 문건이 직원 관리 뿐 아니라 배의 청소상태까지 지적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세월호의 소유주가 아니면 관심을 갖지 않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제 소유주이거나 운항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정원은 청해진해운의 세월호 구입, 증·개축 그리고 운항에 깊숙이 개입한 점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세월호의 불법 증개축의 배후에 국정원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월호와 국정원과의 연관설은 그동안 제기돼 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내의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에 해양사고를 국정원 제주지부와 인천지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고, 실제 청해진해운은 사고 당일 국정원에 사고 사실을 보고했다. 국정원은 '세월호가 전쟁과 재해 등 유사시 인명과 자원을 수송하는 국가보호장비로 지정된 데에 따른 조치'라고 해명했다.


국정원 "국가보호장비 보안측정은 실시, 그런 점검한 적 없다"

▲ 지난 4월 16일 사고를 당한 세월호의 원래 모습. ⓒ 해양경찰청 제공

한편 국정원은 이날 제시된 문건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국정원은 이날 오후 낸 입장문에서 "세월호의 증·개축과 국정원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국정원은 전쟁·테러에 대비한 국가보호장비 지정을 위해 세월호에서 보안측정을 실시했지만 이 문건에 나온 것 같은 도색작업, 자판기 설치, 직원 휴가계획서 제출 등은 전혀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국정원은 "당시 국토해양부(현 해양수산부) 요청으로 세월호의 국가보호장비 지정을 위해 3월 18~20일 보안측정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를 4월 11일 해양수산부에 통보했다"며 ▲통제구역 지정 ▲CCTV 화질 불량 ▲테러 취약점 ▲화재 등 비상대응 태세 등의 지적하고 개선대책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복원했다는 노트북 문건의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는 대로 관련 내용을 추가 소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출처 : "세월호 구입·증 개축에 국정원 개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