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불능 <조선일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네
[게릴라칼럼] 세월호 참사 100일, 변하지 않은 보수 언론들
[오마이뉴스] 박주현 | 14.07.24 20:16 | 최종 업데이트 14.07.24 21:09
"신문과 방송은 여전히 세월호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실상을 말하지 않는다.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다. 그러한 점에서 100일 전과 똑같다."
뼈아픈 지적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규찬 대표가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한 언론에 기고한 글이 가슴을 후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부분 언론이 진실규명에 관해 너무나 무력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하기 때문에 따가운 비판을 들어도 싸다. 하지만 참사 발생 100일이 넘도록 진실과 책임 규명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
더욱이 진실 규명에 앞장서야 할 언론은 국가적 재난 앞에서 오보와 왜곡된 속보경쟁, 그것도 모자라 예의에 어긋난 취재와 거짓 인터뷰까지, 심지어 그러한 무례함을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정정하거나 사과조차도 하지 않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누구보다 따가운 질책과 비판을 들어 마땅하다.
유족들 두 번 세 번 울리는 <조선일보>
언론 스스로 100일을 돌아봐도 부끄럽고 민망했던지 24일자 조간신문들은 자책과 한숨, 성찰을 다짐하는 기사들로 넘쳐났다. 1면과 사설 등에서 쏟아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팽목항에는 오늘도 변함없이 파도가 밀려왔다 흩어진다', '숨진 채 발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시신 앞에 넋 놓고 있는 한심한 검찰과 경찰' 등의 제목과 기사들이 눈에 띈다.
그런가 하면 세월호 100일을 맞으면서도 여전히 요지부동, 구제불능의 모습으로 일관하는 보수언론의 견강부회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조선일보>의 이날 1면 '세월호 100일…그들의 희생이 안전의식 깨웠다'란 특집기사는 대표적 케이스다. 차가운 바다 한 가운데서 비명에 숨져 간 자식과 가족들 앞에서 절규하며 참사의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족들을 두 번 세 번 울리는 기사다.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3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한 대 참사다. 그런데 참사의 원인과 책임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더구나 10명의 실종자가 여전히 구조되지 못하고 있는 판국에 '그들의 희생 때문에 사회가 달라지고 있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제목과 기사를 내보냈을까? 기사의 제목만 봐도 '원인규명이고 뭐고 세월호 참사를 이제 빨리 잊자'는 의미가 함의돼 있음이 절로 읽힌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보도행태는 이날 거의 대부분 일간지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우리사회 곳곳은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고 한 것과는 다르다. 특히 성과를 내지도 못하면서 인사 참극으로 국민을 조롱하는 듯한 박근혜 정부의 국가개조론,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시큰둥한 정치권, 쳇바퀴만 도는 검경 수사 등을 비판한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안전 불감증이 치유되는 희망적인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상식과 규정, 기본에 충실해지려는 변화"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사 어디에도 세월호 참사 100일이 되도록 진실규명에 다가서지 못하고 엉뚱한 의제설정과 보도태도를 취해온데 대해 반성하는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주호영 "세월호 참사는 교통사고" 발언이 '직언'이라니, '황당'
더욱 가관인 것은 이날 극우 보수논객인 조갑제씨가 운영하는 <조갑제닷컴>에 '주호영, '세월호 참사는 교통사고' 직언'이란 제목의 기사다. 국가적 재난인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한 것도 모자라 언론이 재차 부추겼으니 이를 바라본 유족들은 얼마나 참담하고 비통했을까.
'주호영 '세월호 참사,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는 <조선닷컴>의 기사와 누리꾼들의 반응을 부각시킨 <조갑제닷컴>은 기사에서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24일 '세월호 사건은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고 말한데 대해 대부분 누리꾼들은 주 의장의 직언에 동감했다"고 썼다. 참으로 황당하고 기가 막힌다.
<조선닷컴>이 이날 올린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의 세월호 관련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올린데 대해 맞장구를 치는 보수언론의 황당한 궤변이야말로 보수언론의 저널리즘 기능이 '침몰 상태'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다.
되돌아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주일여 만인 지난 4월 23일부터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신문들과 그들의 종합편성채널(종편)들은 '유병언' 프레임에 함몰된 채 언론이 의당 설정해야 할 의제의 핵심에서 점점 멀어졌다.
특히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신문들은 많은 지면을 할애해 국민의 시선을 '유병언'과 그 주변으로 돌기기 시작했다. 정치적 목적의 징벌적 수사에 갇혀 환경감시와 상관조정 기능을 상실한 보도프레임이 난무했다.
'유병언 비리 추가', '정황 포착', '측근 소환', '수사망 좁혀' 등의 기사로 지면을 가득 메웠지만 결국 언론은 죽은 유병언을 사냥하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언론이 유령의 포로가 되어 방향을 잃고 헤맨 것이다. 검찰과 경찰이 그랬던 것처럼.
종편, '유병언 추격전' 연일 생중계하더니...'허탈'
종편과 지상파 방송사들도 '유병언 추격전'을 연일 생중계식으로 보도해 세월호 참사의 초점에서 시선을 멀리하는데 주력한 꼴이 되고 말았다. TV조선을 비롯한 종편들의 지난 100일은 온통 '유병언'에 관한 의제가 핵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병언'을 세월호 참사의 주범으로 몰았으나 결국 그가 '죽음'으로 나타나자 허탈함과 아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 주류 언론들은 '유병언'으로 시작해 '유병언'으로 끝났다고 할 정도로 호들갑을 떨었다. 사고 초기 대응과 해경의 구조과정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책임소재의 칼끝이 점점 청와대와 박근혜에게 다가가자 보수언론사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유병언' 프레임을 작동시키며 오직 그 길을 고집했다. 다른 언론사들의 속보경쟁까지 부추겼다.
그러나 대부분 기사들은 검찰과 경찰 발 받아쓰기 또는 추측성이 주를 이뤘다.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지니고 있는 의혹의 시선들을 세월호에서 점점 멀리 하려는 것처럼. 그간의 편집과 보도행태에서 드러난 과다한 집착에서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보수언론사들은 유병언의 죽음을 향해 '세월호의 정점', '책임의 정점'이란 표현과 함께 세월호 참사에서 서서히 시선을 떼려하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참사 발생 100일이 지났지만 책임규명은커녕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이 문제만 나오면 정부와 정치권은 딴짓을 한다. 누구보다 의혹의 실체에 관심을 갖고 진실을 향해 적극 파헤쳐 나가야 할 언론들조차 딴전을 피우고 있으니 국민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유족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럴 순 없다. 그럼에도 그들을 바라보는 일부 보수언론인들의 시선은 갈수록 싸늘하기만 하다. 저널리즘의 본령이 정령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것일까. 기레기 소릴 들어도 싸다.
출처 : 구제불능 <조선일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네
[게릴라칼럼] 세월호 참사 100일, 변하지 않은 보수 언론들
[오마이뉴스] 박주현 | 14.07.24 20:16 | 최종 업데이트 14.07.24 21:09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신문과 방송은 여전히 세월호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실상을 말하지 않는다.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다. 그러한 점에서 100일 전과 똑같다."
뼈아픈 지적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규찬 대표가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한 언론에 기고한 글이 가슴을 후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부분 언론이 진실규명에 관해 너무나 무력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하기 때문에 따가운 비판을 들어도 싸다. 하지만 참사 발생 100일이 넘도록 진실과 책임 규명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
더욱이 진실 규명에 앞장서야 할 언론은 국가적 재난 앞에서 오보와 왜곡된 속보경쟁, 그것도 모자라 예의에 어긋난 취재와 거짓 인터뷰까지, 심지어 그러한 무례함을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정정하거나 사과조차도 하지 않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누구보다 따가운 질책과 비판을 들어 마땅하다.
유족들 두 번 세 번 울리는 <조선일보>
언론 스스로 100일을 돌아봐도 부끄럽고 민망했던지 24일자 조간신문들은 자책과 한숨, 성찰을 다짐하는 기사들로 넘쳐났다. 1면과 사설 등에서 쏟아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팽목항에는 오늘도 변함없이 파도가 밀려왔다 흩어진다', '숨진 채 발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시신 앞에 넋 놓고 있는 한심한 검찰과 경찰' 등의 제목과 기사들이 눈에 띈다.
그런가 하면 세월호 100일을 맞으면서도 여전히 요지부동, 구제불능의 모습으로 일관하는 보수언론의 견강부회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조선일보>의 이날 1면 '세월호 100일…그들의 희생이 안전의식 깨웠다'란 특집기사는 대표적 케이스다. 차가운 바다 한 가운데서 비명에 숨져 간 자식과 가족들 앞에서 절규하며 참사의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족들을 두 번 세 번 울리는 기사다.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3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한 대 참사다. 그런데 참사의 원인과 책임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더구나 10명의 실종자가 여전히 구조되지 못하고 있는 판국에 '그들의 희생 때문에 사회가 달라지고 있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제목과 기사를 내보냈을까? 기사의 제목만 봐도 '원인규명이고 뭐고 세월호 참사를 이제 빨리 잊자'는 의미가 함의돼 있음이 절로 읽힌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보도행태는 이날 거의 대부분 일간지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우리사회 곳곳은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고 한 것과는 다르다. 특히 성과를 내지도 못하면서 인사 참극으로 국민을 조롱하는 듯한 박근혜 정부의 국가개조론,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시큰둥한 정치권, 쳇바퀴만 도는 검경 수사 등을 비판한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안전 불감증이 치유되는 희망적인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상식과 규정, 기본에 충실해지려는 변화"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사 어디에도 세월호 참사 100일이 되도록 진실규명에 다가서지 못하고 엉뚱한 의제설정과 보도태도를 취해온데 대해 반성하는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주호영 "세월호 참사는 교통사고" 발언이 '직언'이라니, '황당'
▲ 주호영 의장의 발언을 보도한 조갑제닷컴 화면. ⓒ 조갑제닷컴 |
더욱 가관인 것은 이날 극우 보수논객인 조갑제씨가 운영하는 <조갑제닷컴>에 '주호영, '세월호 참사는 교통사고' 직언'이란 제목의 기사다. 국가적 재난인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한 것도 모자라 언론이 재차 부추겼으니 이를 바라본 유족들은 얼마나 참담하고 비통했을까.
'주호영 '세월호 참사,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는 <조선닷컴>의 기사와 누리꾼들의 반응을 부각시킨 <조갑제닷컴>은 기사에서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24일 '세월호 사건은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고 말한데 대해 대부분 누리꾼들은 주 의장의 직언에 동감했다"고 썼다. 참으로 황당하고 기가 막힌다.
<조선닷컴>이 이날 올린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의 세월호 관련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올린데 대해 맞장구를 치는 보수언론의 황당한 궤변이야말로 보수언론의 저널리즘 기능이 '침몰 상태'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다.
되돌아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주일여 만인 지난 4월 23일부터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신문들과 그들의 종합편성채널(종편)들은 '유병언' 프레임에 함몰된 채 언론이 의당 설정해야 할 의제의 핵심에서 점점 멀어졌다.
특히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신문들은 많은 지면을 할애해 국민의 시선을 '유병언'과 그 주변으로 돌기기 시작했다. 정치적 목적의 징벌적 수사에 갇혀 환경감시와 상관조정 기능을 상실한 보도프레임이 난무했다.
'유병언 비리 추가', '정황 포착', '측근 소환', '수사망 좁혀' 등의 기사로 지면을 가득 메웠지만 결국 언론은 죽은 유병언을 사냥하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언론이 유령의 포로가 되어 방향을 잃고 헤맨 것이다. 검찰과 경찰이 그랬던 것처럼.
종편, '유병언 추격전' 연일 생중계하더니...'허탈'
▲ 5월 23일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화면 갈무리 ⓒ TV조선 |
종편과 지상파 방송사들도 '유병언 추격전'을 연일 생중계식으로 보도해 세월호 참사의 초점에서 시선을 멀리하는데 주력한 꼴이 되고 말았다. TV조선을 비롯한 종편들의 지난 100일은 온통 '유병언'에 관한 의제가 핵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병언'을 세월호 참사의 주범으로 몰았으나 결국 그가 '죽음'으로 나타나자 허탈함과 아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 주류 언론들은 '유병언'으로 시작해 '유병언'으로 끝났다고 할 정도로 호들갑을 떨었다. 사고 초기 대응과 해경의 구조과정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책임소재의 칼끝이 점점 청와대와 박근혜에게 다가가자 보수언론사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유병언' 프레임을 작동시키며 오직 그 길을 고집했다. 다른 언론사들의 속보경쟁까지 부추겼다.
그러나 대부분 기사들은 검찰과 경찰 발 받아쓰기 또는 추측성이 주를 이뤘다.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지니고 있는 의혹의 시선들을 세월호에서 점점 멀리 하려는 것처럼. 그간의 편집과 보도행태에서 드러난 과다한 집착에서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보수언론사들은 유병언의 죽음을 향해 '세월호의 정점', '책임의 정점'이란 표현과 함께 세월호 참사에서 서서히 시선을 떼려하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참사 발생 100일이 지났지만 책임규명은커녕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이 문제만 나오면 정부와 정치권은 딴짓을 한다. 누구보다 의혹의 실체에 관심을 갖고 진실을 향해 적극 파헤쳐 나가야 할 언론들조차 딴전을 피우고 있으니 국민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유족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럴 순 없다. 그럼에도 그들을 바라보는 일부 보수언론인들의 시선은 갈수록 싸늘하기만 하다. 저널리즘의 본령이 정령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것일까. 기레기 소릴 들어도 싸다.
출처 : 구제불능 <조선일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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