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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자니 윤만 있는 게 아니었네… 공공기관 감사 ‘정치인 낙하산’ 줄줄이

자니 윤만 있는 게 아니었네… 공공기관 감사 ‘정치인 낙하산’ 줄줄이
박근혜 ‘적폐 해소’ 약속 무색
전문성 무관 ‘논공행상’ 인선 늘어
기관장보다 노조·여론 반발 덜해
‘자니 윤 낙점’ 조롱거리로 전락

[한겨레] 석진환 기자 | 등록 : 2014.08.11 21:05 | 수정 : 2014.08.12 09:20


재미 방송인 자니 윤(본명 윤종승·78)씨가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되면서, 정부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특히 그가 정부 내부의 반대를 뚫고 ‘감사’ 자리에 낙점된 과정이 알려지면서, 공공기관과 준정부기관의 허술한 감사 인선 기준도 도마에 올랐다.

관가에선 이번 인사가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척결과 공공기관 적폐 해소를 내세운 박근혜의 약속을 무색하게 한 최악의 인사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윤 감사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당시 후보의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냈을 뿐 관광산업에 대한 업무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코미디 인사’라는 조롱마저 등장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가 관피아 척결과 사회 적폐 해소를 밝혔지만, 오히려 이후 진행된 공공기관 및 준정부기관 감사 인선을 보면, 자니 윤 사례에서 보듯 전문성과 아무런 상관 없는 ‘정피아’(정치권 인사) 출신들의 ‘논공행상식 전리품 인선’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도의원과 구청장 등을 지낸 ‘평생 정치인’이 금융기관 감사로 가는가 하면, 어린이집연합회 회장 출신 정치인이 중소기업 관련 기관 감사로 가기도 했다. 통일·여성 관련 업무를 했던 도의원 출신이 대선 선대위에서 기여했다는 이유로 광물자원공사 감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군 출신으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에스엔에스(SNS)소통자문위원장을 지낸 이는 발전회사 감사로 갔다.

지난달 23일 선임된 권영상 한국거래소 상임감사는 금융 관련 이력이 전혀 없는 옛 한나라당 경남도당 부위원장 출신이다. 당시 거래소 상임감사를 공모할 때는 박근혜가 관피아 척결이나 낙하산 인사 근절 방침을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전문성을 가진 지원자를 포함해 17명이나 공모를 신청했지만, 권 감사로 낙점됐다.


지난달 케이엔비(KNB)금융지주 상임감사위원에 선임된 박판도 위원도 경남도의회 의장과 홍준표 경남도지사 보선캠프 공동선대본부장, 한나라당 경남도당 홍보위원장 등을 지낸 전형적인 ‘낙하산 감사’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민영화된 은행의 상임감사위원을 하기에는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성과 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됐다”며 케이엔비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에 반대 의견을 냈지만,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다.

지난 6월엔 중소기업진흥공단 상임감사에 전국어린이집연합회 회장과 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이영애씨가 선임됐다. 중소기업유통센터 상임감사에는 새누리당 서울시당 선거대책위원을 지낸 건설회사 출신의 윤정균씨가 선임됐다. 앞서 지난 5월엔 새누리당 광주남구당협위원장을 지낸 문상옥씨가 한전케이디엔(KDN) 감사에 선임됐다. 세월호 참사 이전인 지난 3월엔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를 지낸 89살의 윤기영씨가 한전산업개발 감사로 임명돼,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너무한 인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등은 사기업보다 상대적으로 감시가 소홀해 방만한 경영이나 도덕적 해이가 쉽게 발생할 수밖에 없어, 이를 감시해야 할 감사의 전문성이 다른 기업보다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 감사 인사는 이와 반대로 전문성이 없고 정부나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선 이런 현상을 두고 공공기관의 기관장에 대한 낙하산 인사는 여론뿐 아니라 소속 기관의 노조 등이 반발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반면, 감사 인사는 상대적으로 반발이 덜하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1년 반 동안 대선 때 고생한 이들을 챙겨주는 게 이전 정부 때보다 훨씬 덜했고, 누가 나서 그런 걸 챙겨줄 사람도 없었다. 그만큼 각 직역이나 지역에서 내부적으로 불만이 많다. 그나마 감사는 계속해서 빈자리가 생기면서 조금씩 숨통을 틔워주고 있는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공공기관은 16곳에 이르고 임기가 만료됐는데도 기관장이 계속 업무를 하고 있는 곳이 13곳이나 되는 반면, 감사 자리가 공석인 곳이 많지 않은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사정이 이런데도 상임감사에 대한 감시와 평가는 올해 들어 후퇴했다. 기획재정부가 올 들어 공공기관장 평가방식을 바꾸면서, 상임감사에 대한 평가도 ‘매년’에서 ‘재임 중 1회’로 바꿨다. 이와 관련해 김갑순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행하는 <공공기관 이슈 포커스> 8월호에서 “박근혜 정부 들어 공공기관 상임감사가 줄줄이 낙하산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상임감사 임기 중 1회 평가는 그들이 전문성을 향상하도록 유도하던 긍정적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38개 중점 관리대상 공공기관 중 상임감사 11명이 정치인 출신이고, 감사원 출신이 아닌 관료 출신이 11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출처 : 자니 윤만 있는 게 아니었네… 공공기관 감사 ‘정치인 낙하산’ 줄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