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대적 '탈북자 간첩수사'의 종말... 국정원·검찰 망신
[해설] '보위부 직파 간첩 사건' 1심 무죄 판결의 의미
[오마이뉴스] 이병한 | 14.09.05 21:08 | 최종 업데이트 14.09.05 21:47
또 무죄가 나왔다. 국정원 합동신문센터를 거쳐 기소된 탈북자 간첩사건에서 연이어 두 번째다. 이번 판결의 의미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탈북자를 대상으로 우월적 지위를 사용해 간첩 수사를 해온 '구시대적 간첩 수사'의 종말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우수)는 5일 오전 11시 열린 선고공판에서 탈북자 홍아무개(41)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홍씨는 북한 보위사령부 소속으로 중국에서 탈북브로커 납치를 시도하고, 탈북자를 가장해 국내로 잠입한 간첩 혐의(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간첩·특수잠입)로 지난 3월 10일 기소돼 약 6개월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이번 재판은 증거조작 사건으로까지 번졌던 유우성씨의 지난 4월 25일 2심 무죄 판결 이후 진행된 유사한 탈북자 간첩사건이라는 점, 장경욱 변호사 등 유씨 사건 변호인들이 적극 결합한 '국정원·검찰 vs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제2라운드'라는 점 등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결과적으로 국정원과 검찰은 완패했다.
특히 사건의 실체를 다투기는 커녕 수사기관이 제출했던 증거들이 모두 증거능력이 없어서 무죄가 나왔기 때문에 국정원과 검찰은 더욱 고개를 들기 힘든 상황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피고인이 합동신문센터, 국정원, 검찰에서 한 자백진술이 핵심증거"라며 "하지만 그 증거들이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증거능력 인정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는 간접증거이거나 정황증거에 불과해 증명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국정원과 검찰의 공안 수사 라인, 특히 탈북자 간첩 수사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게 됐다.
이번 판결은 지금까지 국정원과 검찰의 탈북자 수사 관행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국정원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합동신문센터(이하 합신센터)를 운영했다가는 더 이상 간첩을 잡기는커녕 진짜 간첩도 무죄로 풀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원, 합신센터의 조사도 사실상 수사로 인정
국내 정착을 원하는 탈북자가 입국 즉시 제일 먼저 강제로 들어가게 되는 합신센터에 대해 그동안 국정원은 수사와는 다르다는 입장이었다. 북한이탈주민보호법 상 보호결정여부를 결정하는 행정적 조사, 즉 진성탈북자와 위장탈북자를 가려내기 위한 조사일 뿐이므로 변호인 접견권 보장 등 수사절차를 따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합신센터의 인권침해 및 불법 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장 6개월동안 영장도 없이 사실상 구금된다는 점, 회유와 강압과 폭행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 그 안에서 자백이 이루어지면 검찰 조사 단계는 형식적으로 거칠 뿐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합신센터의 위상이 행정조사 기관인지 수사기관인지 명확히 판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가지는 명확히 했다. 합신센터에서 이루어지는 조사도 일정 시점에 이르면 수사라는 점이다. 재판부는 "합신센터 2차 조사에서 각 진술서 작성 당시에, 피고인은 사실상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하여 수사를 받는 지위, 즉 사실상 피의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명확히 했다. 이어 "진술거부권, 변호인조력권 불고지로 인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판단은 지난 유우성씨 2심 판결과 맥을 같이 하지만, 그보다 반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유씨 사건에서는 피의자가 아니었던 유씨의 여동생 유가려씨의 합신센터 증언이 쟁점이었고, 이번 사건은 피의자 본인(홍씨)의 증언이 쟁점이었다.
법원이 합신센터의 조사도 수사라는 점을 명확히 한 이유는 국정원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합신센터 조사를 수사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들에 대하여 입건 후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는 대신에 '보호여부 결정 등을 위한 필요한 조사'라는 명목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사실에 관한 자백이 담긴 진술서를 받아두는 방식으로 우회적·탈법적인 수사를 시도한 위험이 크다"고 명시했다.
또한 "국내에 입국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과정에서 진술거부권, 변호인조력권, 영장주의, 수사단계에서의 구속기간 제한 등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수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본적 인권의 침해를 예방하고 그 보장을 위해 마련한 형사절차상 권리나 규정들이 형해화 될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결국 국정원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탈북자 간첩 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순 조사를 넘어 의심이 구체적이어서 본격적인 '수사'가 필요할 경우 법적 절차에 따라 외부에 알려 변호인 등을 선임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아니면 더이상 합신센터에서 진행하지 말고 대폭 검찰 단계로 넘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무죄 확률이 크다.
미란다 원칙 건성으로 고지했다 증거 날린 검찰
이번 판결이 곤혹스럽기는 검찰도 마찬가지다. 홍씨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총 8번 조사를 해서 조서를 작성했는데, 법원은 모두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2~8번 조서는 영상녹화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1번 조서는 영상녹화는 했지만 진술거부권 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검찰이 한국의 법체계를 모르고 아는 사람도 없는 탈북자를 수사할 때 얼마나 무성의하게 임하는지를 알 수 있다. 지난 2월 20일 첫 조사를 시작할 때 검사와 홍씨는 이런 문답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제244조 3항에서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알려주어야 한다"며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사는 제1회 피의자신문 전에 피의자에게 법 제244조의3 제1항에 규정된 각 호의 사항 중 제2호, 제3호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고, 제1호, 제4호는 다소 불분명·불충분하게 고지했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유일하게 영상녹화가 있어 진정성립이 됐던 1번 조서도 증거능력을 상실했다.
이런 상황은 검찰로서는 망신이다. 그동안 검찰은 수사권 조정 이슈가 나올 때마다 경찰이나 국정원보다 검찰이 인권을 더 잘 수호한다고 말해왔다. 또한 스스로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국정원과 경찰이 넘긴 사건을 그대로 기소하는 것이 아니라 꼼꼼히 검증하는 역할이라고 해왔다.
"법원 판단 받아들이기 힘들다" vs "증거능력 원칙 세운 획기적 판결"
이날 오후 검찰은 진술거부권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데 대해 "핵심부분을 수차 고지했고 피고인도 이미 국정원에서 12번 조사를 받으며 일일이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구체적인 것은 구두로 안 했지만 조사 후에 본인이 알 수 있는 확인서에 자필 서명까지 하면서 고지받았음을 확인했다"면서 "굉장히 사소한 걸 가지고 전체 증거능력까지 부정하는 것이 맞느냐"고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모든 증거가 기각된 데 대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실체와 무관하게 절차적인 하자를 이유로 무죄를 내린 것은 받아들이기 곤란하다"고 즉시 항고할 뜻을 밝혔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테러 안보 사범에 대해 기본권을 어느 정도 제약하면서까지 입증을 용이하게 하여 진상규명에 무게를 두는 게 세계적 추세"라며 "반면 우리나라는 법원이 안보 사범에 더 엄격한 증거 판단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홍씨 변호인단은 "증거능력에 대해 형사사법적으로 원칙을 세운 획기적 판결"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출처 : 구시대적 '탈북자 간첩 수사'의 종말... 흔들리는 국정원 합동신문센터, 망신당한 검찰
[해설] '보위부 직파 간첩 사건' 1심 무죄 판결의 의미
[오마이뉴스] 이병한 | 14.09.05 21:08 | 최종 업데이트 14.09.05 21:47
또 무죄가 나왔다. 국정원 합동신문센터를 거쳐 기소된 탈북자 간첩사건에서 연이어 두 번째다. 이번 판결의 의미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탈북자를 대상으로 우월적 지위를 사용해 간첩 수사를 해온 '구시대적 간첩 수사'의 종말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우수)는 5일 오전 11시 열린 선고공판에서 탈북자 홍아무개(41)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홍씨는 북한 보위사령부 소속으로 중국에서 탈북브로커 납치를 시도하고, 탈북자를 가장해 국내로 잠입한 간첩 혐의(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간첩·특수잠입)로 지난 3월 10일 기소돼 약 6개월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이번 재판은 증거조작 사건으로까지 번졌던 유우성씨의 지난 4월 25일 2심 무죄 판결 이후 진행된 유사한 탈북자 간첩사건이라는 점, 장경욱 변호사 등 유씨 사건 변호인들이 적극 결합한 '국정원·검찰 vs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제2라운드'라는 점 등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결과적으로 국정원과 검찰은 완패했다.
특히 사건의 실체를 다투기는 커녕 수사기관이 제출했던 증거들이 모두 증거능력이 없어서 무죄가 나왔기 때문에 국정원과 검찰은 더욱 고개를 들기 힘든 상황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피고인이 합동신문센터, 국정원, 검찰에서 한 자백진술이 핵심증거"라며 "하지만 그 증거들이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증거능력 인정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는 간접증거이거나 정황증거에 불과해 증명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국정원과 검찰의 공안 수사 라인, 특히 탈북자 간첩 수사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게 됐다.
이번 판결은 지금까지 국정원과 검찰의 탈북자 수사 관행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국정원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합동신문센터(이하 합신센터)를 운영했다가는 더 이상 간첩을 잡기는커녕 진짜 간첩도 무죄로 풀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원, 합신센터의 조사도 사실상 수사로 인정
▲ 북한 보위사령부 직파간첩 사건으로 기소된 홍아무개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은 5일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간첩·특수잠입 혐의로 구속기소 된 홍아무개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그를 석방했다. 이날 오전 석방된 홍아무개씨가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국내 정착을 원하는 탈북자가 입국 즉시 제일 먼저 강제로 들어가게 되는 합신센터에 대해 그동안 국정원은 수사와는 다르다는 입장이었다. 북한이탈주민보호법 상 보호결정여부를 결정하는 행정적 조사, 즉 진성탈북자와 위장탈북자를 가려내기 위한 조사일 뿐이므로 변호인 접견권 보장 등 수사절차를 따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합신센터의 인권침해 및 불법 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장 6개월동안 영장도 없이 사실상 구금된다는 점, 회유와 강압과 폭행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 그 안에서 자백이 이루어지면 검찰 조사 단계는 형식적으로 거칠 뿐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합신센터의 위상이 행정조사 기관인지 수사기관인지 명확히 판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가지는 명확히 했다. 합신센터에서 이루어지는 조사도 일정 시점에 이르면 수사라는 점이다. 재판부는 "합신센터 2차 조사에서 각 진술서 작성 당시에, 피고인은 사실상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하여 수사를 받는 지위, 즉 사실상 피의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명확히 했다. 이어 "진술거부권, 변호인조력권 불고지로 인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판단은 지난 유우성씨 2심 판결과 맥을 같이 하지만, 그보다 반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유씨 사건에서는 피의자가 아니었던 유씨의 여동생 유가려씨의 합신센터 증언이 쟁점이었고, 이번 사건은 피의자 본인(홍씨)의 증언이 쟁점이었다.
법원이 합신센터의 조사도 수사라는 점을 명확히 한 이유는 국정원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합신센터 조사를 수사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들에 대하여 입건 후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는 대신에 '보호여부 결정 등을 위한 필요한 조사'라는 명목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사실에 관한 자백이 담긴 진술서를 받아두는 방식으로 우회적·탈법적인 수사를 시도한 위험이 크다"고 명시했다.
또한 "국내에 입국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과정에서 진술거부권, 변호인조력권, 영장주의, 수사단계에서의 구속기간 제한 등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수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본적 인권의 침해를 예방하고 그 보장을 위해 마련한 형사절차상 권리나 규정들이 형해화 될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결국 국정원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탈북자 간첩 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순 조사를 넘어 의심이 구체적이어서 본격적인 '수사'가 필요할 경우 법적 절차에 따라 외부에 알려 변호인 등을 선임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아니면 더이상 합신센터에서 진행하지 말고 대폭 검찰 단계로 넘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무죄 확률이 크다.
미란다 원칙 건성으로 고지했다 증거 날린 검찰
이번 판결이 곤혹스럽기는 검찰도 마찬가지다. 홍씨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총 8번 조사를 해서 조서를 작성했는데, 법원은 모두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2~8번 조서는 영상녹화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1번 조서는 영상녹화는 했지만 진술거부권 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검찰이 한국의 법체계를 모르고 아는 사람도 없는 탈북자를 수사할 때 얼마나 무성의하게 임하는지를 알 수 있다. 지난 2월 20일 첫 조사를 시작할 때 검사와 홍씨는 이런 문답을 주고받았다.
- 어쨌든 뭐 저희가 조사하게 되면 국정원 조사 때도 이렇게 얘기 들으셨지만 진술거부권이란 게 있습니다.
"네."
- 변호인 선임권이 있고요.
"네."
- 어쨌든 진술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가 있으시고.
"네."
- 변호인을 선임해서 조사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네."
- 이런 권리 고지 받으시고 뭐 진술거부권 행사하시겠어요?
"아니, 안하겠습니다."
- 사실대로 얘기하시겠어요?
"예."
- 그리고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으시면, 그러면 별도로 선임해서, 저희가 선임해 드릴 수는 없고.
"예."
- 선임해서 이렇게 오시거나 그럴 수 있는데 지금 뭐 어떻게, 변호인 입회 하에 조사를 받으시거나 그러시면...
"아, 그냥 갑시다."
- 그냥 가시는 걸로요.
"아, 이제 뭐, (고개를 저으며) 지루합니다. 이제는, 아..."
"네."
- 변호인 선임권이 있고요.
"네."
- 어쨌든 진술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가 있으시고.
"네."
- 변호인을 선임해서 조사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네."
- 이런 권리 고지 받으시고 뭐 진술거부권 행사하시겠어요?
"아니, 안하겠습니다."
- 사실대로 얘기하시겠어요?
"예."
- 그리고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으시면, 그러면 별도로 선임해서, 저희가 선임해 드릴 수는 없고.
"예."
- 선임해서 이렇게 오시거나 그럴 수 있는데 지금 뭐 어떻게, 변호인 입회 하에 조사를 받으시거나 그러시면...
"아, 그냥 갑시다."
- 그냥 가시는 걸로요.
"아, 이제 뭐, (고개를 저으며) 지루합니다. 이제는, 아..."
하지만 형사소송법 제244조 3항에서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알려주어야 한다"며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1.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
2. 진술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것
3.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포기하고 행한 진술을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
4. 신문을 받을 때에는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2. 진술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것
3.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포기하고 행한 진술을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
4. 신문을 받을 때에는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사는 제1회 피의자신문 전에 피의자에게 법 제244조의3 제1항에 규정된 각 호의 사항 중 제2호, 제3호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고, 제1호, 제4호는 다소 불분명·불충분하게 고지했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유일하게 영상녹화가 있어 진정성립이 됐던 1번 조서도 증거능력을 상실했다.
이런 상황은 검찰로서는 망신이다. 그동안 검찰은 수사권 조정 이슈가 나올 때마다 경찰이나 국정원보다 검찰이 인권을 더 잘 수호한다고 말해왔다. 또한 스스로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국정원과 경찰이 넘긴 사건을 그대로 기소하는 것이 아니라 꼼꼼히 검증하는 역할이라고 해왔다.
"법원 판단 받아들이기 힘들다" vs "증거능력 원칙 세운 획기적 판결"
이날 오후 검찰은 진술거부권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데 대해 "핵심부분을 수차 고지했고 피고인도 이미 국정원에서 12번 조사를 받으며 일일이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구체적인 것은 구두로 안 했지만 조사 후에 본인이 알 수 있는 확인서에 자필 서명까지 하면서 고지받았음을 확인했다"면서 "굉장히 사소한 걸 가지고 전체 증거능력까지 부정하는 것이 맞느냐"고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모든 증거가 기각된 데 대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실체와 무관하게 절차적인 하자를 이유로 무죄를 내린 것은 받아들이기 곤란하다"고 즉시 항고할 뜻을 밝혔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테러 안보 사범에 대해 기본권을 어느 정도 제약하면서까지 입증을 용이하게 하여 진상규명에 무게를 두는 게 세계적 추세"라며 "반면 우리나라는 법원이 안보 사범에 더 엄격한 증거 판단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홍씨 변호인단은 "증거능력에 대해 형사사법적으로 원칙을 세운 획기적 판결"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출처 : 구시대적 '탈북자 간첩 수사'의 종말... 흔들리는 국정원 합동신문센터, 망신당한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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