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아들은 친노? TV조선의 황당한 배후설

노무현 아들은 친노? TV조선의 황당한 배후설
[비평] ‘오해 하지말라’가 친노세력이 쓰는 단어? 근거없는 ‘노건호 총선 출마설’까지 읊어대
[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 | 입력 : 2015-05-24 11:17:27 | 노출 : 2015.05.25 01:28:59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노건호씨가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돌직구를 날려 화제가 됐다. TV조선 등 종편은 노씨의 발언을 전하며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소설을 썼다.

노건호씨는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 “이 자리에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 있다”며 “전직 대통령이 NLL(서해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며 내리는 빗속에서 정상회의록 일부를 피토하도록 줄줄 읽던 모습이 선한데, 어려운 발걸음을 해줬다”고 밝혔다. 추도식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를 겨냥한 것. (盧 장남 노건호, 김무성에 직격탄 “제발 나라 생각 좀 하라”)

노씨는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로도 모자라 선거에서 이기려고 국가기밀 문서를 뜯어 읊어대고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댓글을 달아 종북몰이를 해댔다”며 “정치, 제발 좀 대국적으로 하라”고 비판했다.

▲ 노건호씨가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6주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유족 인사를 하고 있다. 팩트TV 화면 갈무리

추도식에 참여한 여당 대표를 직접 겨냥해 작심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노씨의 발언은 큰 화제가 됐고, 주요 언론은 노씨의 발언을 보도했다. 이 중 돋보인 것은 TV조선 보도였다. TV조선은 일반 회사원인 그가 이런 발언을 할 수 없다며 ‘배후세력’을 거론했다.

23일 저녁 방송된 TV조선 <황금펀치>에서 출연자들은 하나같이 노씨의 행동이 잘못됐다며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난했다. “이상한 결의에 찬 친노패권선언”(양영태 자유언론인협회장) “추모식에서 정치하는 것도 아닌데 품격있게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고영신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모든 내용들이 정치적으로 계산된 발언”(허성우 국가디자연구소 이사장)

고영신 전 논설위원은 “김무성 대표가 참석하는 것이 잘 알려져 있기에 친노 핵심세력들이 대리해서 쓴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친노 모여라, 노무현 6주기를 계기로 해서 궐기해라는 선동문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허성우 이사장 역시 “(노씨는) 정치권에 몸 담았던 경험이 전혀 없다. 회사원인데, 단어나 문장을 쓰는 것이 굉장히 격하다”며 “본인이 추도사를 썼을까. 친노들이 많이 쓰는 용어가 들어가 있다”고 주장했다.

진행자가 ‘친노들이 쓰는 용어가 뭐냐’고 묻자 허 이사장은 “‘오해하지 마십시오’, ‘사과도 반성도 필요없다’가 주로 친노세력들이 많이 쓰는 단어들”이라며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친노에서 대독시키지 않았겠나”라고 답했다. ‘오해하지 말라’ ‘사과도 반성도 필요없다’는 말이 친노가 쓰는 단어라는 황당한 주장이 노씨의 발언이 기획됐다는 주장의 근거였다.

허 이사장은 또한 “노씨는 42세다. 김무성 대표는 65세다. 23살 차이 나는, 정치에 전혀 발도 안 디뎌본 사람이 당 대표 여당 대표에게 그렇게 경고하고 충고한다는 것은 굉장히 무례하다”고 말했다. ‘나이가 어리다’ ‘정치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노씨의 발언이 부적절했고 무례하다는 꼰대적 발상의 절정을 보여줬다.

허성우 이사장은 “문재인 대표도 발언에 대해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친노세력들이 김무성 대표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묵인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 23일자 TV조선 ‘주말뉴스’ 갈무리

출연자들은 노씨의 발언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친노를 결집시키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황금펀치>의 진행자 민영삼씨가 “가족의 입장에서 여권세력이 몰아쳐서 (죽음으로 몰고 간) 경향이 있다고 지적 한 것 아니나”고 묻자 양영태 협회장은 “그것이 아니다. 문재인을 소생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추도식에 나타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고영신 전 위원은 “실질적으로 비노들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라며 “당신들이 싸워야할 것은 여당이다. 내가 투쟁으로 보여주겠다는 식이다. 대국정치하라고 하는 것도 비노들한테 하는 말 아닌가”라고 해석했다.

노건호씨가 총선에 출마하려고 한다는 시나리오까지 제기됐다. 허성우 이사장은 “친노는 노건호를 앞세워 출마를 권유하고 반드시 당선시킬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친노의 구심력, 친노의 부활을 꿈꿀 것이고 이를 대선과 총선까지 몰고 갈 것이다. 오늘 발언은 내년 총선을 출마하기 위한 발판”이라고 말했다.

TV조선은 <주말뉴스>에서도 비슷한 보도를 이어갔다. 배성규 조선일보 정치부 차장은 “노건호씨와 친한 친노 일부가 이런 발언을 하는데 관여한 것 아닌가. 위축된 친노진영을 결집시켜 전면전으로 붙어보겠다는 것”이라며 “노건호씨가 본격적으로 정치 일선에 나서려는 것 아닌가. 내년 총선에 나서서 출마하려는 것 아닌가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진행자인 엄섭성 앵커가 “일반 평범한 회사원 아닌가. 이런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혼자 이것을 했을까”라고 묻자 배 차장은 “일반 회사원이 이를 본인 손으로 적었겠나. 누군가 분명 있다”고 답했다. 배 차장은 “가까운 친노 진영 일부가 개입한 것 아니냐. 시나리오를 짜서 친노의 부활을 위해 게임 시작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 23일자 TV조선 ‘주말뉴스’ 갈무리

물론 노건호씨의 발언을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TV조선은 ‘야당 관계자’의 증언도 없는 상황에서 노씨가 친노진영의 말을 대독했느니 총선에 출마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근거라고는 ‘회사원인 그가 저런 말을 썼을 리 없다’는 것. 회사원은 정치적 발언을 하면 안 되는 것이고, 그럴 능력도 없다는 걸까. TV조선은 친노진영이 ‘시나리오’를 썼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시나리오를 쓴 것은 TV조선 자신들이다.


출처  노무현 아들은 친노? TV조선의 황당한 배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