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국정원의 불법 사이버 사찰 의혹 밝혀야

국정원의 불법 사이버 사찰 의혹 밝혀야
[민중의소리] 사설 | 최종업데이트 2015-07-10 07:36:46


한 이탈리아 감청 솔루션 업체가 해킹을 당해 고객 명단이 모두 노출되었는데 여기에 우리나라 '5163부대'가 있었다. 드러난 자료에 따르면 이 고객의 주소는 '서울 서초우체국 사서함 200'으로서 국정원이 민원 창구 접수처로 공개한 것과 같다. 5163부대는 국정원이 외부에 기관명을 밝히지 않고 위장할 때 사용해 온 명칭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자번호를 조회한 결과 역시 고유번호가 부여된 국가기관이라 하니 당사자의 침묵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국정원이 구입한 감청 프로그램의 작동 범위를 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흔히 'RCS'라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표적 감시자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해킹해 사용자가 무엇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전송해 준다. 일반적인 채팅 메신저와 보이스톡은 기본이며 폰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풍경과 마이크로 들리는 음성까지 모두 뽑아낼 수 있을 만큼 광범위하다. 운영체제와 버전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사양을 뚫을 수 있다고 하니 적어도 이 프로그램에 감염되면 웹 기반의 사생활은 온전히 노출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나의 24시간 일상을 누군가 엿보며 수집한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가. 문제는 그 감시자가 무소불위의 정보기관, 즉 국정원이라는 데 있다.

국정원은 2012년부터 이 업체와 거래하면서 6개월마다 유지 보수 비용을 지불하는 등 올해까지 총 8억6000만원을 썼다고 한다. 2012년이라면 국정원이 대선을 앞두고 사이버상의 '댓글부대'를 운용해 선거운동을 벌이면서 불법을 일삼던 때다. 이 과정에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또 다른 불법 사찰을 저질렀는지 살펴보는 것은 합리적 의심의 영역이다. 더군다나 3년째 업체와 거래한 기록을 보면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어떻게든 사용됐을 것이란 개연성을 부정할 수 없다. 드러난 해킹 자료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 앞으로 더욱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지난 6월 1일 새누리당 의원들이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도 놓쳐서는 안 된다. 이 법안의 핵심은 통신사 또는 SNS 운영업체로 하여금 감청설비를 의무화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처벌하는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개인의 사생활을 권력 앞에 그대로 송출하는 기술적 조처가 합법화되는 것과 다름없다.

역사적으로 부정한 권력은 '감시와 처벌'에 의지해 민중의 진보적 요구를 억눌러 왔다. 하물며 집권여당이 투표로 선출한 원내대표까지 막무가내 쫓아내는 청와대다. 헌법 가치의 기초인 삼권 분립이 무너져 버렸다. 경찰국가가 들여다 볼 우리 국민의 인권도 더욱 위태로워질 것이다. 그냥 넘어가서는 절대 안 된다.


출처  [사설] 국정원의 불법 사이버 사찰 의혹 밝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