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말 뿐인 해명'…그나마도 앞뒤 안맞아
자료 제출없이 '무조건 믿어 달라'…野 "사실 여부 검증 불가능"
[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 2015-07-28 04:00
여야가 27일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회 정보위원회를 열고 국정원을 집중 추궁했지만 '불법사찰은 없었지만 검증 가능한 자료는 제출할 수 없다'는 국정원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정보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간 가량 국회에서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자료 제출은 없이 국정원의 해명만 듣는 '깜깜이 검증'에 그쳐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의혹과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임모 과장의 역할과 비중에 대한 국정원 해명에 앞뒤가 안맞는 부분이 노출되면서 오히려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이날 국정원의 말뿐인 해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모순은 임 과장의 역할론이다. 이날 국정원은 이탈리아 해킹팀에서 구입한 해킹프로그램인 RCS(Remote Control System. 원격제어시스템)와 관련된 모든 일은 임 과장의 책임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RCS와 관련된 모든 일은 임 과장 주도로 해왔고 임 과장이 모든 책임을 져서 임 과장의 사망으로 상당 부분 알 수 없게 됐다는 보고가 국정원 측에서 여러번 있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임 과장이 대상 선정, 협상, 구매, 운용, 그리고 삭제에 이르기까지 과정 전반을 기획하고 승인하고 실행했으며 사후 처리까지 했다는 해명인데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19일 국정원이 밝힌 임 과장의 신분을 떠올리면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당시 국정원은 정보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을 통해 임 과장은 "20년간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의원은 전한 다음 대목. 이 의원은 "이 직원은 자기가 어떤 대상을 선정하고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었다"면서 "대상을 선정해 이 직원에게 알려주면 기술적으로 이메일을 심고 그 결과를 보고하는 기술자였다"고 전했다.
임 과장은 단지 윗선에서 시키는대로 명령을 수행하는 사이버 기술자일 뿐이라는 설명으로 국정원이 정보위에서 한 해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는 해킹 실무자인 임 과장이 파일을 삭제한 이유에 대한 의혹으로 연결된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날 정보위에서 "직(職)을 걸고 국민을 불법 사찰한 사실이 없다"며 민간인 해킹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국정원은 임 과장이 삭제한 해킹자료에 대해 대북·대테러용 10건, 국내 실험용 31건, 실패한 10건 등 모두 51건이라고 밝혔다. 민간인 사찰은 없었다는 얘기다. 특히, 대북·대테러 해킹 대상은 모두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명령이 떨어지면 수행하는 '기술자' 임 과장이 실행한 해킹은 그가 "내국인에 대한 사용이 전혀 없는"이라고 유서에서 밝힌 대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해킹이었다. 임 과장이 삭제할 이유도 전혀 없다.
그런데 임 과장은 왜 자살했을까? 이에 대해서는 국정원도 말문이 막혔던 모양이다.
신경민 의원은 "임 과장이 목숨까지 버려야 할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도 설명을 하지 못했다"면서 "국정원 측도 설명하지 못하고 우리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삭제 권한 문제도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국정원은 "임 과장이 자살 전날인 지난 17일 새벽 1~3시에 RCS 프로그램에 있는 삭제(delete)키를 썼고 컴퓨터는 업무용 컴퓨터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정원은 파일 삭제 권한에 대해서는 "국장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임 과장은 국장의 승인도 없이 임의로 파일을 삭제한 것이다.
국정원은 이에 대한 야당 의원들이 지적이 나오자 "업무용 컴퓨터를 이용해 승인 없이 자체적으로 자료에 접근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한이 없는 직원이라도 업무용 컴퓨터만 이용하면 마음대로 주요 기밀 자료를 삭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국정원 내부 보안시스템 자체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것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게 아니라면 윗선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정원은 이날 정보위에서 복구한 파일 원본자료가 파일 리스트만 여야 정보위원들에게 제공했고, 임 과장이 삭제했다는 51건의 구체적인 대상 역시 밝히지 않았다.
국정원이 SK텔레콤 회선 3개를 해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야당이 사찰에 사용됐다고 밝힌 SK텔레콤 회선 3개는 국정원이 보유한 내부 실험용 회선"이라면서도 근거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말'을 제외하고는 국정원의 해명을 입증할만한 자료나 정보는 사실상 아무 것도 제공되지 않은 것이다.
여야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철우 여당 간사는 이날 국정원의 정보위 보고에 대해 "그동안 제기된 의혹이 거의 100% 소명됐다"고 했지만, 신경민 야당 간사는 "오늘 상임위가 성립되려면 30개가 넘는 자료에 대한 소명이 있었어야 하는데 100% 가까이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서 전혀 만족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여야가 기술적 검증을 위해 국정원 기술 전문가와 민간인 전문가의 간담회를 국정원의 제안으로 추진하기로 했지만 역시 자료는 제출되지 않는다. 의혹의 완전 해소도 요원해보인다.
출처 국정원의 '말 뿐인 해명'…그나마도 앞뒤 안맞아
자료 제출없이 '무조건 믿어 달라'…野 "사실 여부 검증 불가능"
[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 2015-07-28 04:00
▲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해킹의혹과 관련 현안보고를 위해 출석한 이병호 국정원장이 회의에 앞서 정보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
여야가 27일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회 정보위원회를 열고 국정원을 집중 추궁했지만 '불법사찰은 없었지만 검증 가능한 자료는 제출할 수 없다'는 국정원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정보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간 가량 국회에서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자료 제출은 없이 국정원의 해명만 듣는 '깜깜이 검증'에 그쳐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의혹과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임모 과장의 역할과 비중에 대한 국정원 해명에 앞뒤가 안맞는 부분이 노출되면서 오히려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RCS 관련 모두 임 과장이 주도" vs "명령만 수행하는 사이버 기술자"
이날 국정원의 말뿐인 해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모순은 임 과장의 역할론이다. 이날 국정원은 이탈리아 해킹팀에서 구입한 해킹프로그램인 RCS(Remote Control System. 원격제어시스템)와 관련된 모든 일은 임 과장의 책임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RCS와 관련된 모든 일은 임 과장 주도로 해왔고 임 과장이 모든 책임을 져서 임 과장의 사망으로 상당 부분 알 수 없게 됐다는 보고가 국정원 측에서 여러번 있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임 과장이 대상 선정, 협상, 구매, 운용, 그리고 삭제에 이르기까지 과정 전반을 기획하고 승인하고 실행했으며 사후 처리까지 했다는 해명인데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19일 국정원이 밝힌 임 과장의 신분을 떠올리면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당시 국정원은 정보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을 통해 임 과장은 "20년간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의원은 전한 다음 대목. 이 의원은 "이 직원은 자기가 어떤 대상을 선정하고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었다"면서 "대상을 선정해 이 직원에게 알려주면 기술적으로 이메일을 심고 그 결과를 보고하는 기술자였다"고 전했다.
임 과장은 단지 윗선에서 시키는대로 명령을 수행하는 사이버 기술자일 뿐이라는 설명으로 국정원이 정보위에서 한 해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삭제 자료는 대북·대테러, 실험용" vs "그런데 왜 자살했나"
이는 해킹 실무자인 임 과장이 파일을 삭제한 이유에 대한 의혹으로 연결된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날 정보위에서 "직(職)을 걸고 국민을 불법 사찰한 사실이 없다"며 민간인 해킹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국정원은 임 과장이 삭제한 해킹자료에 대해 대북·대테러용 10건, 국내 실험용 31건, 실패한 10건 등 모두 51건이라고 밝혔다. 민간인 사찰은 없었다는 얘기다. 특히, 대북·대테러 해킹 대상은 모두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명령이 떨어지면 수행하는 '기술자' 임 과장이 실행한 해킹은 그가 "내국인에 대한 사용이 전혀 없는"이라고 유서에서 밝힌 대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해킹이었다. 임 과장이 삭제할 이유도 전혀 없다.
그런데 임 과장은 왜 자살했을까? 이에 대해서는 국정원도 말문이 막혔던 모양이다.
신경민 의원은 "임 과장이 목숨까지 버려야 할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도 설명을 하지 못했다"면서 "국정원 측도 설명하지 못하고 우리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삭제는 임 과장이 Del키로" vs "삭제는 국장 권한"
삭제 권한 문제도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국정원은 "임 과장이 자살 전날인 지난 17일 새벽 1~3시에 RCS 프로그램에 있는 삭제(delete)키를 썼고 컴퓨터는 업무용 컴퓨터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정원은 파일 삭제 권한에 대해서는 "국장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임 과장은 국장의 승인도 없이 임의로 파일을 삭제한 것이다.
국정원은 이에 대한 야당 의원들이 지적이 나오자 "업무용 컴퓨터를 이용해 승인 없이 자체적으로 자료에 접근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한이 없는 직원이라도 업무용 컴퓨터만 이용하면 마음대로 주요 기밀 자료를 삭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국정원 내부 보안시스템 자체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것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게 아니라면 윗선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정원은 이날 정보위에서 복구한 파일 원본자료가 파일 리스트만 여야 정보위원들에게 제공했고, 임 과장이 삭제했다는 51건의 구체적인 대상 역시 밝히지 않았다.
국정원이 SK텔레콤 회선 3개를 해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야당이 사찰에 사용됐다고 밝힌 SK텔레콤 회선 3개는 국정원이 보유한 내부 실험용 회선"이라면서도 근거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말'을 제외하고는 국정원의 해명을 입증할만한 자료나 정보는 사실상 아무 것도 제공되지 않은 것이다.
여야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철우 여당 간사는 이날 국정원의 정보위 보고에 대해 "그동안 제기된 의혹이 거의 100% 소명됐다"고 했지만, 신경민 야당 간사는 "오늘 상임위가 성립되려면 30개가 넘는 자료에 대한 소명이 있었어야 하는데 100% 가까이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서 전혀 만족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여야가 기술적 검증을 위해 국정원 기술 전문가와 민간인 전문가의 간담회를 국정원의 제안으로 추진하기로 했지만 역시 자료는 제출되지 않는다. 의혹의 완전 해소도 요원해보인다.
출처 국정원의 '말 뿐인 해명'…그나마도 앞뒤 안맞아
'세상에 이럴수가 > 정치·사회·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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