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방송도 국정화한다고?
방송사 재승인에 ‘공정성 평가’ 2배로 올리기로...미국서는 20년 전 폐지
[민중의소리]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 최종업데이트 2015-11-04 08:46:08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방통위’)가 방송의 공정성, 객관성 등에 대한 방송 심의 내용을 방송사 재승인 심사에 반영하는 비율을 두 배로 높인다는 내용의 방송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행정 예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방통위는 방송사의 재허가와 재승인 심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방송 평가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방심위’)의 공정성 심의 결과를 현행보다 최대 2배 반영하겠다는 방침인데 이는 방송사의 정부 비판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저의가 담긴 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방통위의 이런 방침은 방심위가 현 정권 비판 보도에 대해 공정성 심의를 할 경우 표적·정치·공안 심의를 남발하는 불공정 심의를 반복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공정성 심의는 주관적 평가를 벗어나기 어려워 미국에서는 20여 년 전에 방송에 대한 이를 폐지했다. 방통위가 이런 사실에 눈을 감고 공정성 심의를 강화하는 것은 국제적인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다.
방통위의 이번 조치는 정부 비판성 보도에 대한 방심위의 공정성 심의가 부당하게 이뤄지면서 방송사의 탐사 보도, 비판적 보도가 자취를 감추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현실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방통위는 16일까지 이번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접수한다.
방통위가 주관적 평가를 탈피하기 어려운 공정성 심의를 강화하는 것은 과학적 심의의 기준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처럼 방송의 자율성과 표현의 자유 등을 억압하는 악의적 조치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방송 심의에서의 공정성 규정은, 미국의 경우 언론 자유 침해 등의 이유로 1987년 폐지되었다. 한국에서 정권의 방송사 장악 시도 과정에서 공정성 규정이 악의적으로 적용되어 방송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이의 폐지가 시급하다.
미국은 방송심의에서 공정성 원칙(The Fairness Doctrine)은 시청자나 청취자에게 다양한 견해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그 시행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 및 방송의 자율성 침해와 같은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미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1949~1987년까지 방송의 공정성 원칙을 도입해 방송사는 사회적 논란이 되는 주요 문제에 대해 상반되는 견해들을 공평하게 제시하는 등 합리적인 방식으로 접근해 정직하고 정당하며 균등하게 보도할 것을 요구했다. 방송사는 상반되는 견해들에 대해 같은 시간을 제공치 않을 경우 무거운 제재를 받았다. 그 결과 방송사들은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치적 문제를 피하는 자기 검열을 일삼게 되었다. 이 때문에 보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공정성 원칙이 미 헌법에 저촉된다면서 그 폐기를 주장했다.
FCC는 1987년 공정성 원칙이 미국 수정헌법의 언론 자유 보장에 위배되고 주요 문제에 대한 다양한 토론 등을 권장하기보다 억제하는 등의 비생산적인 측면이 강하다면서 이를 폐기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방송에서 선거 방송에 적용되는, 동등하게 시간을 배정하는 원칙도 방송사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폐지되어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FCC가 40년 가까이 시행하던 공정성 원칙을 폐기한 것을 살피면 우리나라에서 오늘날 드러나는 방송 심의의 심각한 부작용이 거듭 확인된다. 소의 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이게 된다는 식의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다. 방송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한다는 목적으로 방송사에 가한 제약이 오히려 방송의 사회적 책무와 기능을 위축시킨 것과 같은 현상이 과거 미국에서처럼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 방송 프로 공정성 심의에 대한 논란이 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정성 규정 심의 조항은 제9조 제2항(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사안을 다룰 때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여야 한다.), 제9조 제3항(방송은 제작기술 또는 편집기술 등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대립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에 유리하게 하거나 사실을 오인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이다. 이 조항들이 제시한 공정성의 요건 자체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애매하다. 이런 이유로 공정성의 잣대는 심의 위원의 사상, 정치적 소신 등에 의해 크게 요동치는 것이 현실이다.
공정성 규정이 고무줄 규정인 데다가 심의위는 특히 그 운영 비용이 공적 자금에서 나오기 때문에 자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태생적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심의위가 지난 수년간 정치심의, 청부심의를 일삼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지만 시정되지 않고 있는 이유의 하나다. 이런 점들을 살필 때 공정성 규정을 폐지하고 심의기구의 정치적 중립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심의위가 구조적으로 청와대 등 정치권이 주도하는 정치적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 예를 들면 심의위원 선정 방식이나 심의위 운영 원칙 등도 개선되어야 한다. 심의위에 공안검사 출신 등 방송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사들이 포함되는 것은 정치적 심의에 기울어질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개선되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방송 선진화 등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방통위가 미국에서 폐기된 방송의 공정성 심사를 강화해 방송사 재승인 심사에 반영하는 비율을 두 배로 높인다는 방침은 한국 방송을 심각하게 뒷걸음치게 할 무지한, 후진적 조치다. 방송에 대한 기초적 지식, 심의의 타당성과 정당성 등에 대한 최소한도의 상식도 없이 국제적으로 비웃음을 사는 조치를 방통위가 취하려는 것은 방송 죽이기라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폭적 조치라 하겠다.
유엔이 반대하는 등 국제적 추세에 역행하고 위헌적 요소가 있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강행되는 상황에서 방송심의에 미국이 폐기한 공정성 심의를 오히려 강화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심각한 민주주의 훼손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출처 [고승우 칼럼] 이제 방송도 국정화한다고?
방송사 재승인에 ‘공정성 평가’ 2배로 올리기로...미국서는 20년 전 폐지
[민중의소리]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 최종업데이트 2015-11-04 08:46:08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방통위’)가 방송의 공정성, 객관성 등에 대한 방송 심의 내용을 방송사 재승인 심사에 반영하는 비율을 두 배로 높인다는 내용의 방송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행정 예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방통위는 방송사의 재허가와 재승인 심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방송 평가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방심위’)의 공정성 심의 결과를 현행보다 최대 2배 반영하겠다는 방침인데 이는 방송사의 정부 비판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저의가 담긴 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방통위의 이런 방침은 방심위가 현 정권 비판 보도에 대해 공정성 심의를 할 경우 표적·정치·공안 심의를 남발하는 불공정 심의를 반복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공정성 심의는 주관적 평가를 벗어나기 어려워 미국에서는 20여 년 전에 방송에 대한 이를 폐지했다. 방통위가 이런 사실에 눈을 감고 공정성 심의를 강화하는 것은 국제적인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다.
방통위의 이번 조치는 정부 비판성 보도에 대한 방심위의 공정성 심의가 부당하게 이뤄지면서 방송사의 탐사 보도, 비판적 보도가 자취를 감추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현실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방통위는 16일까지 이번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접수한다.
▲ 지난해 6월 취임식을 하고 있는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뉴시스
탐사 보도, 비판적 보도 실종된 방송
방통위가 주관적 평가를 탈피하기 어려운 공정성 심의를 강화하는 것은 과학적 심의의 기준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처럼 방송의 자율성과 표현의 자유 등을 억압하는 악의적 조치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방송 심의에서의 공정성 규정은, 미국의 경우 언론 자유 침해 등의 이유로 1987년 폐지되었다. 한국에서 정권의 방송사 장악 시도 과정에서 공정성 규정이 악의적으로 적용되어 방송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이의 폐지가 시급하다.
미국은 방송심의에서 공정성 원칙(The Fairness Doctrine)은 시청자나 청취자에게 다양한 견해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그 시행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 및 방송의 자율성 침해와 같은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미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1949~1987년까지 방송의 공정성 원칙을 도입해 방송사는 사회적 논란이 되는 주요 문제에 대해 상반되는 견해들을 공평하게 제시하는 등 합리적인 방식으로 접근해 정직하고 정당하며 균등하게 보도할 것을 요구했다. 방송사는 상반되는 견해들에 대해 같은 시간을 제공치 않을 경우 무거운 제재를 받았다. 그 결과 방송사들은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치적 문제를 피하는 자기 검열을 일삼게 되었다. 이 때문에 보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공정성 원칙이 미 헌법에 저촉된다면서 그 폐기를 주장했다.
FCC는 1987년 공정성 원칙이 미국 수정헌법의 언론 자유 보장에 위배되고 주요 문제에 대한 다양한 토론 등을 권장하기보다 억제하는 등의 비생산적인 측면이 강하다면서 이를 폐기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방송에서 선거 방송에 적용되는, 동등하게 시간을 배정하는 원칙도 방송사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폐지되어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FCC가 40년 가까이 시행하던 공정성 원칙을 폐기한 것을 살피면 우리나라에서 오늘날 드러나는 방송 심의의 심각한 부작용이 거듭 확인된다. 소의 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이게 된다는 식의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다. 방송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한다는 목적으로 방송사에 가한 제약이 오히려 방송의 사회적 책무와 기능을 위축시킨 것과 같은 현상이 과거 미국에서처럼 나타나고 있다.
▲ Jtbc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후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와 인터뷰 보도와 관련, 방송통신심의위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이 징계를 무효로 판결했다. ⓒ1분뉴스
중립성 실추된 방통위, 공정성 심사 강화?
한국에서 방송 프로 공정성 심의에 대한 논란이 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정성 규정 심의 조항은 제9조 제2항(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사안을 다룰 때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여야 한다.), 제9조 제3항(방송은 제작기술 또는 편집기술 등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대립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에 유리하게 하거나 사실을 오인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이다. 이 조항들이 제시한 공정성의 요건 자체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애매하다. 이런 이유로 공정성의 잣대는 심의 위원의 사상, 정치적 소신 등에 의해 크게 요동치는 것이 현실이다.
공정성 규정이 고무줄 규정인 데다가 심의위는 특히 그 운영 비용이 공적 자금에서 나오기 때문에 자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태생적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심의위가 지난 수년간 정치심의, 청부심의를 일삼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지만 시정되지 않고 있는 이유의 하나다. 이런 점들을 살필 때 공정성 규정을 폐지하고 심의기구의 정치적 중립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심의위가 구조적으로 청와대 등 정치권이 주도하는 정치적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 예를 들면 심의위원 선정 방식이나 심의위 운영 원칙 등도 개선되어야 한다. 심의위에 공안검사 출신 등 방송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사들이 포함되는 것은 정치적 심의에 기울어질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개선되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방송 선진화 등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방통위가 미국에서 폐기된 방송의 공정성 심사를 강화해 방송사 재승인 심사에 반영하는 비율을 두 배로 높인다는 방침은 한국 방송을 심각하게 뒷걸음치게 할 무지한, 후진적 조치다. 방송에 대한 기초적 지식, 심의의 타당성과 정당성 등에 대한 최소한도의 상식도 없이 국제적으로 비웃음을 사는 조치를 방통위가 취하려는 것은 방송 죽이기라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폭적 조치라 하겠다.
유엔이 반대하는 등 국제적 추세에 역행하고 위헌적 요소가 있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강행되는 상황에서 방송심의에 미국이 폐기한 공정성 심의를 오히려 강화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심각한 민주주의 훼손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출처 [고승우 칼럼] 이제 방송도 국정화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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