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총영사관 직원의 면담 요청 거절한 이유
美주간지 ‘더 네이션’ 편집장 '로언 캐리' 인터뷰
[경향신문] 워싱턴 손제민 특파원 | 입력 : 2015-12-08 10:52:47ㅣ수정 : 2015-12-08 22:17:42
박근혜 정부의 노동 정책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판한 기사를 실은 미국 주간지 ‘더 네이션(The Nation)’의 로언 캐리 편집장(사진)은 언론으로서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주뉴욕 한국총영사관 측의 만남 요청을 거부했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더 네이션의 뉴욕 사무실에 있는 캐리 편집장은 이날 경향신문과 e메일 인터뷰에서 “외국 정부가 우리 편집 방침에 부당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인상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외교관이 압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느냐는 물음에는 “매우 정중하게 요청해왔고 겁을 주려 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단순한 반론 청구를 위해 만나서 얘기하자는 제의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캐리 편집장은 “총영사관 직원은 (전화 통화와 e메일 소통에서) 팀 셔록의 기사가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사태 전개의 배경을 충분히 소개하지 않았고 한국이 최근 수십년간 이룬 엄청난 발전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더 네이션은 올해 창간 150주년을 맞은 주간지로 노동조합, 환경단체, 인권단체 등 미국 내 좌파 지식인들과 활동가들이 즐겨 읽는 잡지다. 아래는 캐리 편집장과 주고 받은 일문일답.
- 팀 셔록은 뉴욕총영사관이 사실관계의 오류를 다투지 않고 일단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고 하더라. 뉴욕총영사관이 그런 요구를 해왔나.
“사실이다. 나는 뉴욕총영사관으로부터 e메일과 전화로 팀 셔록의 기사에 대해 우리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서 토론해보자는 요청을 몇차례 받았다.”
- 하지만 한국 외교관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하던데 맞나?
“직접 만나는 것은 사양했다. 하지만 총영사관 측에 셔록의 기사를 반박하고 싶다면 편지를 쓰라고 했다.”
- 만약 그들이 셔록의 기사를 반박하는 글을 보내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그것을 게재할 용의가 있다고 그들에게 얘기했다.”
- 그 기사는 잡지에 실린 것이 아니고 더 네이션의 블로그에 실린 것으로 안다. 반론문이 오면 온라인에 싣게 되는 것인가?
“그렇다. 셔록의 글은 온라인판에만 실렸다. 따라서 우리의 통상적인 관행에 따라 독자들의 편지도 그 플랫폼에만 게재할 것이다.”
- 뉴욕총영사관 관계자가 전화 통화에서 만나자는 제의 이 외에 기사의 내용에 대해서는 뭐라고 얘기했나?
“그들은 나와의 소통 과정에서 그 기사의 사실관계가 잘못됐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내가 전화로 얘기한 총영사관 직원은 셔록의 기사가 현재 벌어지는 사태 전개의 배경을 충분히 소개하지 않았고 한국이 최근 수십년간 이룬 엄청난 발전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 외국 정부가 미국 언론사의 기사를 반박하기 위해 만나자고 제의해오는 것이 이례적인가?
“외국 정부가 더 네이션의 기사와 관련해 접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더 이례적인 것은 편집자에게 직접 만나자고 요청하는 것이다. 이번 건의 경우 그러한 요청을 한 것은 셔록의 한국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때문만이 아니라 특히 그의 글이 한국어로 번역돼 한국 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총영사관이 나를 만나자고 한 것을 못마땅해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총영사관 측에도 설명했듯이 우리는 정치 잡지로서 일상적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정부들과 다른 권력 기관들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게재한다. 더 네이션의 핵심 임무 중 하나는 언론사로서의 독립성과 정확성을 지키고 편집자들이나 기자들에 미칠 어떠한 부당한 영향력도 피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정중하게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
- 뉴욕총영사관이 더 네이션의 편집자를 겁주려 한다고 느꼈나? 이것을 물어보는 이유는 한국 내에서는 뉴욕총영사관이 당신들에게 접근한 방식이 독립적인 언론에 겁을 줄 수 있는 행동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겁을 주려했을 것’이라는 말은 셔록 본인이 사용한 표현이다. 한국에서는 언론사의 비판적인 기사에 대해 정부나 권력기관들이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거나 전화를 통해, 그리고 광고 압력 등의 수단을 동원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매우 정중했고, 그저 나를 한번 만나고 싶다고 얘기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그것은 겁박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면담 요청을 거절한 이유 중 하나는, 정확하게는, 외국 정부가 우리 편집 방침에 부당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인상조차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를 포함한 모든 당사자들의 비판을 환영하고 우리가 실수한 것이나 빠뜨린 것 등을 지적하는 건설적 비판은 더 환영한다. 하지만 우리의 언론 기업이 정부들이나 권력 있는 기업들, 또는 유사한 기관들에 의해 관리되기를 원치는 않는다. 따라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출처 美주간지 ‘더네이션’ 편집장이 뉴욕총영사관 직원의 면담 요청 거절한 이유
美주간지 ‘더 네이션’ 편집장 '로언 캐리' 인터뷰
[경향신문] 워싱턴 손제민 특파원 | 입력 : 2015-12-08 10:52:47ㅣ수정 : 2015-12-08 22:17:42
박근혜 정부의 노동 정책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판한 기사를 실은 미국 주간지 ‘더 네이션(The Nation)’의 로언 캐리 편집장(사진)은 언론으로서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주뉴욕 한국총영사관 측의 만남 요청을 거부했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더 네이션의 뉴욕 사무실에 있는 캐리 편집장은 이날 경향신문과 e메일 인터뷰에서 “외국 정부가 우리 편집 방침에 부당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인상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외교관이 압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느냐는 물음에는 “매우 정중하게 요청해왔고 겁을 주려 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단순한 반론 청구를 위해 만나서 얘기하자는 제의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캐리 편집장은 “총영사관 직원은 (전화 통화와 e메일 소통에서) 팀 셔록의 기사가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사태 전개의 배경을 충분히 소개하지 않았고 한국이 최근 수십년간 이룬 엄청난 발전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더 네이션은 올해 창간 150주년을 맞은 주간지로 노동조합, 환경단체, 인권단체 등 미국 내 좌파 지식인들과 활동가들이 즐겨 읽는 잡지다. 아래는 캐리 편집장과 주고 받은 일문일답.
▲ 더 네이션’의 로언 캐리 편집장.
“사실이다. 나는 뉴욕총영사관으로부터 e메일과 전화로 팀 셔록의 기사에 대해 우리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서 토론해보자는 요청을 몇차례 받았다.”
- 하지만 한국 외교관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하던데 맞나?
“직접 만나는 것은 사양했다. 하지만 총영사관 측에 셔록의 기사를 반박하고 싶다면 편지를 쓰라고 했다.”
- 만약 그들이 셔록의 기사를 반박하는 글을 보내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그것을 게재할 용의가 있다고 그들에게 얘기했다.”
- 그 기사는 잡지에 실린 것이 아니고 더 네이션의 블로그에 실린 것으로 안다. 반론문이 오면 온라인에 싣게 되는 것인가?
“그렇다. 셔록의 글은 온라인판에만 실렸다. 따라서 우리의 통상적인 관행에 따라 독자들의 편지도 그 플랫폼에만 게재할 것이다.”
▲ 박근혜 정부 비판 기사를 보도한 ‘더 네이션’ 팀 셔록 기자. 트위터 갈무리
“그들은 나와의 소통 과정에서 그 기사의 사실관계가 잘못됐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내가 전화로 얘기한 총영사관 직원은 셔록의 기사가 현재 벌어지는 사태 전개의 배경을 충분히 소개하지 않았고 한국이 최근 수십년간 이룬 엄청난 발전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 외국 정부가 미국 언론사의 기사를 반박하기 위해 만나자고 제의해오는 것이 이례적인가?
“외국 정부가 더 네이션의 기사와 관련해 접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더 이례적인 것은 편집자에게 직접 만나자고 요청하는 것이다. 이번 건의 경우 그러한 요청을 한 것은 셔록의 한국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때문만이 아니라 특히 그의 글이 한국어로 번역돼 한국 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총영사관이 나를 만나자고 한 것을 못마땅해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총영사관 측에도 설명했듯이 우리는 정치 잡지로서 일상적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정부들과 다른 권력 기관들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게재한다. 더 네이션의 핵심 임무 중 하나는 언론사로서의 독립성과 정확성을 지키고 편집자들이나 기자들에 미칠 어떠한 부당한 영향력도 피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정중하게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
▲ 미국 주간지 ‘더 네이션’은 올해로 창간 150주년을 맞았다. 150주년 특집호 표지.
- 뉴욕총영사관이 더 네이션의 편집자를 겁주려 한다고 느꼈나? 이것을 물어보는 이유는 한국 내에서는 뉴욕총영사관이 당신들에게 접근한 방식이 독립적인 언론에 겁을 줄 수 있는 행동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겁을 주려했을 것’이라는 말은 셔록 본인이 사용한 표현이다. 한국에서는 언론사의 비판적인 기사에 대해 정부나 권력기관들이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거나 전화를 통해, 그리고 광고 압력 등의 수단을 동원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매우 정중했고, 그저 나를 한번 만나고 싶다고 얘기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그것은 겁박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면담 요청을 거절한 이유 중 하나는, 정확하게는, 외국 정부가 우리 편집 방침에 부당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인상조차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를 포함한 모든 당사자들의 비판을 환영하고 우리가 실수한 것이나 빠뜨린 것 등을 지적하는 건설적 비판은 더 환영한다. 하지만 우리의 언론 기업이 정부들이나 권력 있는 기업들, 또는 유사한 기관들에 의해 관리되기를 원치는 않는다. 따라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출처 美주간지 ‘더네이션’ 편집장이 뉴욕총영사관 직원의 면담 요청 거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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