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이 살인범·파렴치범인가?
[取중眞담] '조계사피신' 말고 노동개악을 봐야
[오마이뉴스] 안홍기 | 15.12.10 23:04 | 최종 업데이트 15.12.11 10:08
"저 미꾸라지 같은 놈 하나 때문에 나라가 온통 난리다. 한상균 나와!"
"여기가 치외법권 지대냐? 빨갱이 놈들 다 잡아 죽여야지!"
"범법자 한상균이 이 죽일 놈아! 나라 차(경찰버스)는 다 때려 부수고 이 테러범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체포를 위해 경찰이 조계사 경내진입을 시도하기 직전인 지난 9일 오후 조계사 10층석탑 앞, 관음전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 몰려든 시민들은 관음전 쪽으로 저마다 악을 쓰며 쌍욕을 해댔다. 대부분 노년층인 시민들은 한때 200여 명까지 불어났다.
군데군데 한 위원장을 옹호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들은 "여기 청정한 도량에서 웬 관제데모냐! 하화중생(상구보리 하화중생 :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도 모르는 너희들이 불자들이냐!"라거나 "한상균 위원장 파이팅!"을 외쳤지만 다수 시민들의 "이 미친 년이 왜 시비냐!", "한상균은 나라의 역적이야!"라는 식의 욕설 대거리에 묻혔다.
한 위원장이 피신한 관음전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욕을 하던 이들에게 한 위원장은 마치 살인·강도를 저지른 도주범과 동급이었다. 경찰이 관음전으로 가는 입구를 확보하고도 자승 총무원장의 체포 연기 요청에 병력을 물리자 이들은 "대한민국 경찰은 죽었다"고 소리치곤 썰물처럼 경내를 빠져나갔다.
같은 시각, 종합편성채널 <TV조선>는 "이렇게 24일이 지나는 동안 경찰이 한 위원장 도주를 막으며 쓴 예산만 2억7000만 원 가까이 됩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의 검거가 미뤄지면서 비용은 더 늘어나게 됐습니다"라고 보도했다.
한 위원장의 피신이 계속될 당시 <TV조선> 등은 이같이 '한 위원장이 퇴거를 약속하고도 말을 바꾸고 나가지 않았다', '종교의 힘을 빌려 도망가서도 투쟁을 선동하고 있다'는 등의 보도를 이어왔다. 마치 한 위원장을 '종교에 대한 존중을 악용해 일신의 안위를 꾀하는 파렴치범' 쯤으로 취급했다.
과연 한상균 위원장이 이같은 취급을 당해 마땅한가.
우선, 지난 6월 한 위원장에게 법원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유는 지난 4월 민주노총 총파업과 세월호 1주기 범국민대회, 5.1노동자대회, 공무원연금 개악반대 집회 등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집회를 조직한 혐의, 신고하지 않은 도로 행진을 벌인 일반교통방해죄다. 향후 경찰이 한 위원장을 상대로 조사할 혐의점들도 이와 비슷하고, 거기에 11.14 1차 민중총궐기와 관련한 집시법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이 추가됐다.
여러 혐의를 종합하면 각종 정부 비판 집회와 시위를 조직한 총책임자로서 집회·시위 과정 중 일어난 불법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 중 대부분의 집회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불법으로 규정한 일이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0일 자진해 조계사를 나가기 전 한 위원장도 이 점을 지적했다. 그는 기자회견문에서 "박근혜 정권은 저를 체포하기 위해 수천 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하였습니다. 저는 살인범도 파렴치범도, 강도 범죄, 폭동을 일으킨 사람도 아닙니다. 저는 해고 노동자입니다"라고 호소했다.
이 기자회견문을 읽기에 앞서 한 위원장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행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과연 얼마나 많은 분들이 노동개악에 관심을 갖고 오셨는지 아니면 한상균의 거취에 관심을 갖고 오셨는지 모르겠다"며 "이 사회가 바로 가려면 분명한 것은 노동개악이 주는 국민적 지향이 무엇인지 주목하고, 저항하고, 해부하고, 대안을 함께 고민하는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종합편성채널 <TV조선>과 <채널A>는 취재를 거부당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장에 있던 이들 언론사 취재진은 민주노총 조합원들로부터 "너희들한테 찍힐 얼굴 없다. 여기서 나가라"는 등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그동안 (종편의 민주노총에 대한) 왜곡보도가 해도 해도 너무한 수준이었다. 향후 보도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고, 그때그때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조합원들이 왜 이렇게 취재를 거부하는지 잘 알아달라"고 촉구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008년 쌍용차 대량 정리해고를 저지하려 77일간 평택공장 점거농성을 벌인 특수공무집행 방해치상 혐의에 유죄 판결을 받아 3년을 복역한 경험이 있다. 그는 기자회견문에서 자신의 해고 노동자로서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축약했다.
한 위원장은 쌍용차 정리해고에 대한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평택공장 앞 50m 고압 송전탑 위에서 한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171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경험도 있다. 이런 이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한 위원장이 일신의 안위를 위해서 장기간의 피신을 이어왔다고 생각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한 위원장의 조계사 피신에 대한 보도는 경찰의 조계사 진입 여부, 일부 신도들의 한 위원장 퇴거시도 등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달을 보라는 손가락만 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 한 위원장이 자진 출두 전 기자회견에서 힘주어 강조한 다음의 말은 '제발 손가락 말고 저 달을 봐 달라'는 호소가 아닐까.
출처 한상균이 살인범·파렴치범인가?
[取중眞담] '조계사피신' 말고 노동개악을 봐야
[오마이뉴스] 안홍기 | 15.12.10 23:04 | 최종 업데이트 15.12.11 10:08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저 미꾸라지 같은 놈 하나 때문에 나라가 온통 난리다. 한상균 나와!"
"여기가 치외법권 지대냐? 빨갱이 놈들 다 잡아 죽여야지!"
"범법자 한상균이 이 죽일 놈아! 나라 차(경찰버스)는 다 때려 부수고 이 테러범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체포를 위해 경찰이 조계사 경내진입을 시도하기 직전인 지난 9일 오후 조계사 10층석탑 앞, 관음전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 몰려든 시민들은 관음전 쪽으로 저마다 악을 쓰며 쌍욕을 해댔다. 대부분 노년층인 시민들은 한때 200여 명까지 불어났다.
군데군데 한 위원장을 옹호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들은 "여기 청정한 도량에서 웬 관제데모냐! 하화중생(상구보리 하화중생 :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도 모르는 너희들이 불자들이냐!"라거나 "한상균 위원장 파이팅!"을 외쳤지만 다수 시민들의 "이 미친 년이 왜 시비냐!", "한상균은 나라의 역적이야!"라는 식의 욕설 대거리에 묻혔다.
한 위원장이 피신한 관음전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욕을 하던 이들에게 한 위원장은 마치 살인·강도를 저지른 도주범과 동급이었다. 경찰이 관음전으로 가는 입구를 확보하고도 자승 총무원장의 체포 연기 요청에 병력을 물리자 이들은 "대한민국 경찰은 죽었다"고 소리치곤 썰물처럼 경내를 빠져나갔다.
같은 시각, 종합편성채널 <TV조선>는 "이렇게 24일이 지나는 동안 경찰이 한 위원장 도주를 막으며 쓴 예산만 2억7000만 원 가까이 됩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의 검거가 미뤄지면서 비용은 더 늘어나게 됐습니다"라고 보도했다.
한 위원장의 피신이 계속될 당시 <TV조선> 등은 이같이 '한 위원장이 퇴거를 약속하고도 말을 바꾸고 나가지 않았다', '종교의 힘을 빌려 도망가서도 투쟁을 선동하고 있다'는 등의 보도를 이어왔다. 마치 한 위원장을 '종교에 대한 존중을 악용해 일신의 안위를 꾀하는 파렴치범' 쯤으로 취급했다.
"내가 살인범인가? 해고 노동자일뿐!"
▲ 조계사 나오는 한상균 위원장 집시법, 도로교통법 위한 혐의로 수배중이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자진출두를 위해 24일간 피신중이던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떠나 체포영장 집행에 응했다. ©권우성
과연 한상균 위원장이 이같은 취급을 당해 마땅한가.
우선, 지난 6월 한 위원장에게 법원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유는 지난 4월 민주노총 총파업과 세월호 1주기 범국민대회, 5.1노동자대회, 공무원연금 개악반대 집회 등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집회를 조직한 혐의, 신고하지 않은 도로 행진을 벌인 일반교통방해죄다. 향후 경찰이 한 위원장을 상대로 조사할 혐의점들도 이와 비슷하고, 거기에 11.14 1차 민중총궐기와 관련한 집시법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이 추가됐다.
여러 혐의를 종합하면 각종 정부 비판 집회와 시위를 조직한 총책임자로서 집회·시위 과정 중 일어난 불법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 중 대부분의 집회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불법으로 규정한 일이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0일 자진해 조계사를 나가기 전 한 위원장도 이 점을 지적했다. 그는 기자회견문에서 "박근혜 정권은 저를 체포하기 위해 수천 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하였습니다. 저는 살인범도 파렴치범도, 강도 범죄, 폭동을 일으킨 사람도 아닙니다. 저는 해고 노동자입니다"라고 호소했다.
이 기자회견문을 읽기에 앞서 한 위원장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행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과연 얼마나 많은 분들이 노동개악에 관심을 갖고 오셨는지 아니면 한상균의 거취에 관심을 갖고 오셨는지 모르겠다"며 "이 사회가 바로 가려면 분명한 것은 노동개악이 주는 국민적 지향이 무엇인지 주목하고, 저항하고, 해부하고, 대안을 함께 고민하는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종합편성채널 <TV조선>과 <채널A>는 취재를 거부당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장에 있던 이들 언론사 취재진은 민주노총 조합원들로부터 "너희들한테 찍힐 얼굴 없다. 여기서 나가라"는 등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그동안 (종편의 민주노총에 대한) 왜곡보도가 해도 해도 너무한 수준이었다. 향후 보도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고, 그때그때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조합원들이 왜 이렇게 취재를 거부하는지 잘 알아달라"고 촉구했다.
'한상균의 피신' 아닌 '비정규직 관련법 개악' 해부했어야
▲ 10일 오전 수배중이던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이 24일간 은신하던 조계사에서 자진 퇴거를 하기 전 대웅전에서 합장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 위원장은 지난 2008년 쌍용차 대량 정리해고를 저지하려 77일간 평택공장 점거농성을 벌인 특수공무집행 방해치상 혐의에 유죄 판결을 받아 3년을 복역한 경험이 있다. 그는 기자회견문에서 자신의 해고 노동자로서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축약했다.
"저는 해고 노동자입니다.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해고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아이들은 꿈을 포기해야 하고, 단란했던 가정은 파탄 났습니다. 불나방처럼 떠돌다 때로는 생과 사의 결단을 강요받고 실제 생을 포기한 동료가 많았습니다. 누구의 잘못입니까?"
한 위원장은 쌍용차 정리해고에 대한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평택공장 앞 50m 고압 송전탑 위에서 한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171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경험도 있다. 이런 이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한 위원장이 일신의 안위를 위해서 장기간의 피신을 이어왔다고 생각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한 위원장의 조계사 피신에 대한 보도는 경찰의 조계사 진입 여부, 일부 신도들의 한 위원장 퇴거시도 등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달을 보라는 손가락만 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 한 위원장이 자진 출두 전 기자회견에서 힘주어 강조한 다음의 말은 '제발 손가락 말고 저 달을 봐 달라'는 호소가 아닐까.
"(파견법·기간제법 개정안 등) 정부와 새누리당의 비정규직 악법은 그나마 '2년 뒤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박한 꿈과 기회마저 없애 버리겠다는 것입니다. 규제 없는 파견 확대로 '합법적인 사람 장사'인 파견 노동으로 좋은 일자리를 뺏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나이 50이 넘으면 당연히 파견 노동을 해야 하는 법안이기도 합니다. 민주노총이 '귀족 노동자 조직'에 불과하다면 왜 비정규직 악법을 막기 위해 온갖 탄압과 피해를 감수하며 총궐기·총파업을 하는지 물어보기라도 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한상균이 살인범·파렴치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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