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강관리서비스 정책, 기업 시나리오대로 착착?
‘투자 활성화’ 기업 보고서 내용대로 가이드라인 추진
건강 영향 연구도 안 해…의료계 “자본에 종속” 비판
[경향신문] 최희진 기자 | 입력 : 2016.02.19 06:00:39
정부가 지난 17일 투자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부가가치·일자리 창출 규모나 시민 건강에 미칠 영향 등 정책 추진의 근거는 마련하지 않은 채, 기업들이 요구해온 대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근거 없는 정책을 입법이 아닌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에 대해 의료계는 “보건의료 환경이 자본에 지배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는 18일 “(건강관리서비스의 부가가치·일자리 창출 규모에 관한 전망치는) 없다”면서 “투자가 얼마나 활성화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관리서비스는 건강 유지·질병 예방을 위해 건강 관련 개인정보를 의사면허가 없는 사업자에게 전송하고 생활습관 등을 모니터링받는 상품을 말한다.
정부는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이 조성된 일본·미국·호주에서 이 서비스가 시민 건강에 미친 영향도 살펴보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올 2분기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할 때 다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정책 추진 방향을 정한 후 건강에 대한 영향을 살펴보겠다는 것으로, 앞뒤가 뒤바뀐 셈이다. 정부는 올 3분기에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기업들이 의료법(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위반 우려 없이 사업을 벌이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가 근거도 없이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은 투자활성화 대책의 초점이 민간자본의 숙원을 이뤄주는 데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방안이 나온 배경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경제부처에 ‘웨어러블 기기 등을 활용하는 사업 모델이 많으니 정부가 기준을 만들어 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관리서비스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생명공학기술(BT), 보험업계 등에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LG경제연구원은 2008년 한 보고서에서 “헬스케어 기기·시스템 시장은 질병 예방·조기진단 등 종합 건강관리 시스템 위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신규 사업 기회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도 2010년 보고서를 통해 “통신사업자 및 주요 IT·BT 업체들(SKT·삼성·LG·KT)은 헬스케어를 미래 핵심산업으로 선정해 사업 추진을 준비 중”이라며 “국내 U헬스(의료에 ICT 접목) 시장은 공공의료 중심의 제한적 시장 등 환경적 요인과 법·제도 미비로 활성화에 제약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KT종합기술원이 2010년 내놓은 한 보고서는 “의료의 개념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확대됨에 따라 원격질환관리 위주의 서비스에서 건강·의료정보관리 서비스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원격의료를 먼저 도입해 ICT 의료 기반을 조성한 뒤 의사면허가 없는 사업자에게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을 열어줄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현재 정부는 원격의료를 합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시범사업을 실시 중이다. 기업 산하 연구소들이 작성한 시나리오대로 정부 정책이 실현되는 모양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투자활성화 대책은 의료서비스를 통해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게 함으로써 보건의료 환경이 자본에 지배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국가 보건의료체계를 왜곡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건강관리서비스 도입은 유사 의료행위의 만연, 국민 의료비 급증 등 부작용을 양산하게 된다”며 “의료법으로 엄격히 규제해야 할 의료서비스를 법령이 아닌 가이드라인으로 해결하려는 정부 방침은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정부 건강관리서비스 정책, 기업 시나리오대로 착착?
‘투자 활성화’ 기업 보고서 내용대로 가이드라인 추진
건강 영향 연구도 안 해…의료계 “자본에 종속” 비판
[경향신문] 최희진 기자 | 입력 : 2016.02.19 06:00:39
정부가 지난 17일 투자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부가가치·일자리 창출 규모나 시민 건강에 미칠 영향 등 정책 추진의 근거는 마련하지 않은 채, 기업들이 요구해온 대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근거 없는 정책을 입법이 아닌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에 대해 의료계는 “보건의료 환경이 자본에 지배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는 18일 “(건강관리서비스의 부가가치·일자리 창출 규모에 관한 전망치는) 없다”면서 “투자가 얼마나 활성화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관리서비스는 건강 유지·질병 예방을 위해 건강 관련 개인정보를 의사면허가 없는 사업자에게 전송하고 생활습관 등을 모니터링받는 상품을 말한다.
정부는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이 조성된 일본·미국·호주에서 이 서비스가 시민 건강에 미친 영향도 살펴보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올 2분기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할 때 다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정책 추진 방향을 정한 후 건강에 대한 영향을 살펴보겠다는 것으로, 앞뒤가 뒤바뀐 셈이다. 정부는 올 3분기에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기업들이 의료법(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위반 우려 없이 사업을 벌이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가 근거도 없이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은 투자활성화 대책의 초점이 민간자본의 숙원을 이뤄주는 데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방안이 나온 배경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경제부처에 ‘웨어러블 기기 등을 활용하는 사업 모델이 많으니 정부가 기준을 만들어 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관리서비스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생명공학기술(BT), 보험업계 등에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LG경제연구원은 2008년 한 보고서에서 “헬스케어 기기·시스템 시장은 질병 예방·조기진단 등 종합 건강관리 시스템 위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신규 사업 기회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도 2010년 보고서를 통해 “통신사업자 및 주요 IT·BT 업체들(SKT·삼성·LG·KT)은 헬스케어를 미래 핵심산업으로 선정해 사업 추진을 준비 중”이라며 “국내 U헬스(의료에 ICT 접목) 시장은 공공의료 중심의 제한적 시장 등 환경적 요인과 법·제도 미비로 활성화에 제약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KT종합기술원이 2010년 내놓은 한 보고서는 “의료의 개념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확대됨에 따라 원격질환관리 위주의 서비스에서 건강·의료정보관리 서비스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원격의료를 먼저 도입해 ICT 의료 기반을 조성한 뒤 의사면허가 없는 사업자에게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을 열어줄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현재 정부는 원격의료를 합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시범사업을 실시 중이다. 기업 산하 연구소들이 작성한 시나리오대로 정부 정책이 실현되는 모양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투자활성화 대책은 의료서비스를 통해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게 함으로써 보건의료 환경이 자본에 지배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국가 보건의료체계를 왜곡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건강관리서비스 도입은 유사 의료행위의 만연, 국민 의료비 급증 등 부작용을 양산하게 된다”며 “의료법으로 엄격히 규제해야 할 의료서비스를 법령이 아닌 가이드라인으로 해결하려는 정부 방침은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정부 건강관리서비스 정책, 기업 시나리오대로 착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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