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는 왜 '투표함' 대신 '투표지 상자'를 보관할까?
중앙선관위 "투표지 상자 봉인해제 기준 마련 검토하겠다"
[오마이뉴스] 정병진 | 16.04.22 15:02 | 최종 업데이트 16.04.22 15:02
선관위가 공직선거 개표 종료 이후 투표지를 '투표함'이 아닌 '투표지 상자'에 보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지난 4.13 총선에서 26표차로 낙선한 인천 부평갑 문병호 후보 측은 지난 20일 인천지법에 '투표함' 보전 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선관위가 매번 공직선거 개표가 끝나면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어 보관하지 않고 '투표지 상자'에 보관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1일 중앙선관위 선거과의 담당 주무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오래 전부터 개표가 끝나면 투표함이 아닌 투표지 상자에 투표지를 담아 보관해왔다"고 말했다. "투, 개표에 사용한 빈 투표함은 플라스틱 재질로 돼 있어 다음 선거에 재활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문병호 후보처럼 선거 결과에 의혹이 있는 후보가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하고 '투표함 증거 보전 신청'을 하여도 투·개표 때 사용한 투표함은 텅 비어 있는 상태가 된다.
중앙선관위 해석과와 선거과에서는 개표가 끝난 뒤 투표지를 넣어 보관하는 '투표지 보관상자'는 '투표함'이 아니라고 본다. 선관위 주장대로라면, 개표가 끝난 뒤 며칠이 지나 개표부정 의혹이 제기될 경우 선관위가 자체 판단으로 투표지 박스를 열어 본다고 해도 사실상 그것을 막을 방지책은 없다.
선관위는 '투표함'을 열어 본 게 아니라 '투표지 보관상자'를 열었기에 "법령에 의하지 아니하고 투표함을 열어선 안 된다"는 '투표함 등에 관한 죄'(공선법 제243조)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개표부정 의혹이 제기됐을 때 참관인도 없는 곳에서 선관위가 비밀리에 투표지 보관상자를 열어 득표수를 맞춰 놓을 수도 있다.
기자는 지난 2013년 3월 여수의 한 투표구에서 교부한 18대 대선 투표지보다 표가 1매 더 나온 사실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규명해 달라고 여수시선관위에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여수시선관위는 "확인 결과 다른 투표구의 표가 1매 혼입되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보관 중이던 18대 대선 투표지 보관 박스를 위원회 자체 결정만으로 봉인 해제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선관위가 관리하는 봉인 투표지 박스 보관소에는 CCTV 설치의 의무가 없다. 정당추천 위원들이나 참관인들이 상주하며 매일 점검하는 것도 아니다. 외부인이 투표지 박스의 안전을 감시하고 검증할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현행 공직선거법에서는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지, 투표함, 투표록, 개표록, 선거록 기타 선거에 관한 모든 서류를", "그 당선인의 임기 중 각각 보관하여야 한다"(제186조)고 돼 있다.
'증거조사' 조항(제228조)에서는 "정당(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에 한한다) 또는 후보자는 개표완료 후에 선거 쟁송을 제기하는 때의 증거를 보전하기 위하여 그 구역을 관할하는 지방법원 또는 그 지원에 투표함 · 투표지 및 투표록 등의 보전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공직선거법은 개표가 끝나면 '투표함'과 '투표지' 등을 보관하여 선거쟁송에서 증거조사가 가능하도록 해 놓았다. 이 법령은 그 맥락상 '빈 투표함'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 개표 이후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어 보관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투표함'과 '투표지'의 보전신청을 규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만일 선관위가 투표지를 '투표지 보관 상자'에 넣어 보관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공직선거법은 '투표지 보관 상자' 또한 증거 '보전신청' 대상 목록에 넣었을 것이다. 또 선관위의 투표함이 개표 이후 비어 있는 상태임을 염두에 두고 만든 법령이라면 굳이 빈 투표함을 '증거 보전신청' 목록에 넣었을지도 의문이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이상능 사무관은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는 1회용 투표함을 쓰던 시절이 있었다. 입법 취지까지 알 순 없지만 그 문구(투표함 보전신청)가 (투표지가 들어 있음을 전제한) 그런 의미라 추정한다"고 말했다. 투표지를 투표함이 아닌 투표지 상자에 보관하는 것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라고 하였다.
투표지를 투표지 상자에 보관할 경우 함부로 봉인해제를 못하게 하도록 '최소한의 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하자, "진주 사례를 봐서 편람(에 그런 지침)이 필요한지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출처 선관위는 왜 '투표함' 대신 '투표지 상자'를 보관할까?
중앙선관위 "투표지 상자 봉인해제 기준 마련 검토하겠다"
[오마이뉴스] 정병진 | 16.04.22 15:02 | 최종 업데이트 16.04.22 15:02
선관위가 공직선거 개표 종료 이후 투표지를 '투표함'이 아닌 '투표지 상자'에 보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지난 4.13 총선에서 26표차로 낙선한 인천 부평갑 문병호 후보 측은 지난 20일 인천지법에 '투표함' 보전 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선관위가 매번 공직선거 개표가 끝나면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어 보관하지 않고 '투표지 상자'에 보관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투표지 보관 상자 여수 개표소의 총선 투표지 보관 상자 ⓒ 정병진
지난 21일 중앙선관위 선거과의 담당 주무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오래 전부터 개표가 끝나면 투표함이 아닌 투표지 상자에 투표지를 담아 보관해왔다"고 말했다. "투, 개표에 사용한 빈 투표함은 플라스틱 재질로 돼 있어 다음 선거에 재활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문병호 후보처럼 선거 결과에 의혹이 있는 후보가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하고 '투표함 증거 보전 신청'을 하여도 투·개표 때 사용한 투표함은 텅 비어 있는 상태가 된다.
중앙선관위 해석과와 선거과에서는 개표가 끝난 뒤 투표지를 넣어 보관하는 '투표지 보관상자'는 '투표함'이 아니라고 본다. 선관위 주장대로라면, 개표가 끝난 뒤 며칠이 지나 개표부정 의혹이 제기될 경우 선관위가 자체 판단으로 투표지 박스를 열어 본다고 해도 사실상 그것을 막을 방지책은 없다.
선관위는 '투표함'을 열어 본 게 아니라 '투표지 보관상자'를 열었기에 "법령에 의하지 아니하고 투표함을 열어선 안 된다"는 '투표함 등에 관한 죄'(공선법 제243조)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개표부정 의혹이 제기됐을 때 참관인도 없는 곳에서 선관위가 비밀리에 투표지 보관상자를 열어 득표수를 맞춰 놓을 수도 있다.
기자는 지난 2013년 3월 여수의 한 투표구에서 교부한 18대 대선 투표지보다 표가 1매 더 나온 사실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규명해 달라고 여수시선관위에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여수시선관위는 "확인 결과 다른 투표구의 표가 1매 혼입되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보관 중이던 18대 대선 투표지 보관 박스를 위원회 자체 결정만으로 봉인 해제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선관위가 관리하는 봉인 투표지 박스 보관소에는 CCTV 설치의 의무가 없다. 정당추천 위원들이나 참관인들이 상주하며 매일 점검하는 것도 아니다. 외부인이 투표지 박스의 안전을 감시하고 검증할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법령은 '투표함' 보관, 현실은 '투표지 보관 상자' 보관
▲ 투표함 여수 개표소의 4.13 총선 투표함 ⓒ 정병진
현행 공직선거법에서는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지, 투표함, 투표록, 개표록, 선거록 기타 선거에 관한 모든 서류를", "그 당선인의 임기 중 각각 보관하여야 한다"(제186조)고 돼 있다.
'증거조사' 조항(제228조)에서는 "정당(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에 한한다) 또는 후보자는 개표완료 후에 선거 쟁송을 제기하는 때의 증거를 보전하기 위하여 그 구역을 관할하는 지방법원 또는 그 지원에 투표함 · 투표지 및 투표록 등의 보전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공직선거법은 개표가 끝나면 '투표함'과 '투표지' 등을 보관하여 선거쟁송에서 증거조사가 가능하도록 해 놓았다. 이 법령은 그 맥락상 '빈 투표함'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 개표 이후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어 보관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투표함'과 '투표지'의 보전신청을 규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만일 선관위가 투표지를 '투표지 보관 상자'에 넣어 보관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공직선거법은 '투표지 보관 상자' 또한 증거 '보전신청' 대상 목록에 넣었을 것이다. 또 선관위의 투표함이 개표 이후 비어 있는 상태임을 염두에 두고 만든 법령이라면 굳이 빈 투표함을 '증거 보전신청' 목록에 넣었을지도 의문이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이상능 사무관은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는 1회용 투표함을 쓰던 시절이 있었다. 입법 취지까지 알 순 없지만 그 문구(투표함 보전신청)가 (투표지가 들어 있음을 전제한) 그런 의미라 추정한다"고 말했다. 투표지를 투표함이 아닌 투표지 상자에 보관하는 것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라고 하였다.
투표지를 투표지 상자에 보관할 경우 함부로 봉인해제를 못하게 하도록 '최소한의 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하자, "진주 사례를 봐서 편람(에 그런 지침)이 필요한지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출처 선관위는 왜 '투표함' 대신 '투표지 상자'를 보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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