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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뉴욕타임스 “북한은 미친 것이 아니라 굉장히 이성적”

뉴욕타임스 “북한은 미친 것이 아니라 굉장히 이성적”
NYT “북한의 호전성은 생존을 위한 정책”…자포자기 극대화 위험성도 경고
[민중의소리] 김원식 전문기자 | 발행 : 2016-09-11 18:43:12 | 수정 : 2016-09-11 18:43:12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기연구소 성명 ⓒ북한 조선중앙TV 캡쳐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북한이 최근 5차 핵실험과 잇단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하고 있는 것은 '생존을 위한 이성적인 사고'가 배경이라는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뉴욕타임스는 10일(현지 시간) '북한은 미친 것이 아니라, 굉장히 이성적이다(North Korea, Far From Crazy, Is All Too Rational)'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핵실험을 포함한 북한의 잇따른 행동의 밑바탕에 깔린 원인을 분석했다. NYT는 "북한의 전쟁 위협과 간헐적인 남한 공격 그리고 유별난 지도자와 과도한 선전 등은 북한이 비이성적인 국가인지 아니면 그런 척하는 것인지 많은 의문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NYT는 "정치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은 지극히 이성적인(rational) 국가라는 답을 내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NYT는 "북한의 호전성(belligerence)은 그들의 약하고 고립된 정부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며, 그들의 도발이 엄청난 위험을 자초하지만, 북한은 이를 적의 침략이나 붕괴를 회피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NYT는 "국가가 이성을 갖췄다는 말은 지도자가 언제나 최고나 최선의 도덕적 선택을 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며 "자기보호를 최우선에 놓고 국가이익에 따르는 게 이성적인 행동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치 전문가 데이비드 C. 강의 말을 빌려 "북한의 지도자들은 그들의 이익 입장에서 확고하게 행동했으며, 국내 문제나 국제 정치에 극도의 정확성(extreme precision)을 가지고 정교한 결정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NYT는 "북한 지도자의 행동이 혐오감을 자아내긴 해도 이성적인 자국 이익을 잘 드러내고 있다"며 "이들은 약하고 고립된 국가인 북한이 약육강식의 국제사회에서 언제 굴복당할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호전적인 카드를 이성적으로 꺼내 들었다"고 분석했다.

NYT는 또한 정치 전문가인 데니 로이와의 인터뷰에서도 "'미치광이 국가'나 '무모한 공격' 등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 북한에 붙은 평판은 (오히려) 자국 이익을 지키는 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이 북한의 행동을 이른바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으로 설명하는 것은 북한이 호전성과 예측 불가능성으로 무장해 적들에게 미치광이로 비침으로써 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NYT는 "잔혹성과 차가운 계산은 상호 배타적인 게 아니며 서로 협력적으로 작용한다"며 "국가가 비이성적이라면 오래 존재할 수도 없다"면서 북한이 비이성적인 국가가 아님을 다시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 상태로 몰고 가는 것을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한 유일한 방편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잇단 도발을 감행하는 배경에는 생존을 위한 이성적인 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북한의 비이성적인 행동이 아마 가장 이성적일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NYT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을 목격한 북한은 생존을 위해 미군 기지와 남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줘야만 했다"며 "이 과정에서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미국의 침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단으로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전략은 "힘이 약한 국가가 강대국을 적으로 마주했을 때 평화를 이루기 위한 이성적인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또 "공식적으로 정전 상태인 한반도에서 북한은 구소련의 몰락으로 냉전체제가 사라지자 위기에 몰렸다"며 "유일하게 의지하던 중국이 서방과의 관계 증진에 나서면서 북한의 고립감은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한이 1990년대 들어 민주화와 경제 성장이 이뤄지면서 북한의 생존 상황이 줄어들었다"며 최근 상황을 설명했다. NYT는 "이에 북한은 '선군'을 내세워 해결책을 찾으려 했다"고 지적하면서 "적의 군사 위협 앞에 경제적 빈곤과 반역자 처단 등은 북한 주민들에게 기꺼이 감수해야 할 요인으로 인식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NYT는 "이러한 선군정치를 토대로 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불규칙하고 때로는 실패도 했지만, 국제사회의 위기감 증폭과 자국 이익 실현 면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NYT는 "이러한 호전적인 전략이 성공하더라도 실제적인 위험을 창출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북한의 이성적인 생각은 생존을 위해 한반도를 전쟁 가까이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기에 오판이나 사고를 부를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부연했다.

NYT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을 보아온 북한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곧 갖추어질 핵 프로그램을 미 본토를 타격할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NYT는 "이럴 경우 북한의 이성적 이론은 이른바 '자포자기 이론(desperation theory)'으로 극대화될 것"이라면서 "북한은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에) 패배할 가능성을 알기에, 생존을 명분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어 "북한 지도자도 그들 계산으로는 다른 선택이 없는 이러한 위험성을 견디고(tolerate) 있을 것"이라면서 "나머지 우리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점점 작아질지라도 없어지지 않을 이러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뉴욕타임스 “북한은 미친 것이 아니라 굉장히 이성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