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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들에게 ‘탄핵 연하장’ 보내는 방법

헌법재판관들에게 ‘탄핵 연하장’ 보내는 방법
IT업계 6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캔들 카드’
[한겨레] 김태규 기자 | 등록 : 2017-01-01 14:10 | 수정 : 2017-01-01 14:19


촛불민심을 반영해 박근혜 탄핵심판을 해달라는 메시지를 헌법재판관들에게 보낼 수 있는 ‘캔들 카드’ 사이트가 잔잔한 화제를 낳고 있다.

캔들 카드(www.candle-card.com) 운영진은 첫 화면에서 “탄핵심판 청구의 인용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라며 “‘국민의 편에서, 국민과 함께, 헌법의 가치를 이루어 간다’는 헌재의 다짐을 지키기 위해, 헌법 재판관님에게 응원과 바람을 담은 메시지를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의 형태로 보내려고 합니다”라며 사이트를 소개하고 있다.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은 쉽다. 카드 보내기를 선택하면 헌법재판관 9명의 사진이 뜬다. 기자는 9명 재판관 중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사건에서 “대역 불사”라며 강경한 보충의견을 낸 안창호 재판관을 선택했다. 안 재판관이 산타로 분장한 깜찍한 카드가 완성됐다. 그 다음엔 메시지를 선택하면 된다. 메시지는 직접 쓰는 게 아니라 제시된 글귀 5개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다.


“존경하는 안창호 재판관 님, 국민과 함께 하는 정의의 파수꾼이 되어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해주시기 바랍니다. 훌륭한 결단을 기억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안창호 재판관님,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하시어 국민의 편에서 국민과 함께 하는 헌재가 되어주세요. 헌재를 믿습니다’ 등등이다. 5개의 메시지 중 “혼란이 커지지 않도록 빠른 시일 내에 훌륭한 결정을 내리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랑합니다”를 정했다. 이름과 메일 주소를 넣은 뒤 ‘발송하기’를 눌렀더니 헌재 자유게시판에 ‘존경하는 안창호 재판관님께’라는 제목으로 메시지가 게시됐다.


‘캔들 카드’는 박근혜 탄핵 과정에서 국민들의 뜻이 제대로 대변되길 희망하는 IT업계 종사자들의 의기투합으로 만들어졌다. 박근혜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난달 9일, IT업계 시민들의 자발적 민주공동체인 ‘주인백’이 주최하는 1박2일 일정의 밤샘 해커톤(소프트웨어 관련 프로그래머, 기획자, 디자이너 등이 모이는 프로젝트 이벤트)이 열렸다. ‘탄핵커톤’으로 명명된 행사였다. 여기에 참여한 개발자 3명, 기획자·디자이너·마케너 각 1명, 모두 6명이 뜻을 모아 ‘캔들 카드’를 만들어냈다.

‘캔들 카드’ 운영진은 지난달 29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이슈에 대해 찬성하시는 분과 반대하시는 분의 의견의 온도차가 극명한 관계로, 아직은 저희 팀의 신상을 노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며 “이 서비스의 취지에 공감하시는 분이 계셔서 팀원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헌법재판관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주관식이 아닌 객관식으로 한 것은 “메시지를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으면, 이 사이트를 이용해서 장난을 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 “협박과 강압이 아닌, 격려와 칭찬의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의견으로 뜻이 모아졌고 그러한 내용을 보낼 수 있는 글들 위주로 보내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단계 작업으로는 헌재 게시판에 더욱 익살스럽고 풍자적인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구상 중이라고 한다.

이메일 인터뷰는 기술을 활용한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연구하겠다는 다짐으로 마무리 됐다. “저희의 해커톤은 끝나지 않았고, 행사에 참여한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어, 서비스를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보고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참여한다면 직접민주주의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고,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토론해 보는 공론장으로 발전시켜 볼 생각입니다.”


출처  헌법재판관들에게 ‘탄핵 연하장’ 보내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