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 흔들며 탄핵 기각 외치는 자들
[민중의소리] 사설 | 발행 : 2017-01-09 08:03:34 | 수정 : 2017-01-09 08:03:34
박근혜의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이른바 ‘(촛불에 대한) 맞불 집회’가 7일에도 열렸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가 주축을 이뤘다고 하는 탄핵기각국민총궐기운동본부는 강남의 특검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박영수 특검을 비난하며, 탄핵이 기각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주장이 있으며 박근혜의 탄핵을 반대한다고 하여 그 입을 막아야할 이유나 근거는 전혀 없다. 박사모 등의 주장은 매우 예외적인 것이긴 하나 그들에게 그런 주장을 펼칠 권리가 있다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들이 이날 집회에서 보여준 행태다. 이들은 ‘특검에 대한 공략’을 공공연히 내세우면서 박영수 특검을 ‘빨갱이’, ‘공산당’, ‘나치’, ‘인민재판관’이라고 몰아세웠다. 박 특검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고, 이번 사건과도 무관한 색깔론을 들이댄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모든 사람을 ‘종북좌파’나 ‘빨갱이’로 몰아세웠는데, 여기엔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인명진 목사도 포함됐다. 이쯤 되면 이들과 어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이 불가능함이 분명해진다.
이날 집회에서 어이없음의 절정을 구성한 것은 대형 성조기였다. 이들은 대형 성조기를 머리 위에 치켜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몇몇 구성원들의 가슴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함께 새겨진 배지도 눈에 띄었다. 성조기, 즉 미국과 한국 사이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가는 사람마다 견해가 있을 수 있으며, 한미동맹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입장도 그 자체로는 존중받을 수 있다. 하지만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집회에 성조기를 들고 나온 행태는 어떤 사고로도 이해하기 힘들다.
미국이나 북한은 이번 최순실 게이트와 무관한 제3자다. 미국이나 북한이 최순실씨를 사주해 이번 사건을 일으켰을리 없고, 박근혜의 부패나 국정방기에 대해서 어떤 책임이 있을리도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성조기를 앞세우고, 북한을 비난하면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화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듯 하다. 미국만 모시면 자신들의 뜻이 실현되고, 자신들과 뜻이 다른 사람은 북한을 추종한다고 생각하는 건 어떤 주의나 정치적 견해로 보기에도 너무 유치하고, 정치적 공세로 보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다.
사람이 자신만의 사고에 깊이 빠져 외부의 어떤 존재를 숭배하다보면 정상적인 사고가 마비되고 멍청해지기 마련이다. 이른바 박근혜를 지키겠다는 이들이 이런 지경에 처했다는 걸 이날 집회에 등장한 성조기는 보여줬다. 한심함을 넘어 씁쓸하고, 씁쓸하다 못해 안타까운 풍경이다.
출처 [사설] 성조기 흔들며 탄핵 기각 외치는 자들
[민중의소리] 사설 | 발행 : 2017-01-09 08:03:34 | 수정 : 2017-01-09 08:03:34
▲ '성조기를 들고 행진'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 열린 '오직 정의와 진실이 이길 수 있도록 선동과 왜곡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대집회'에서 박사모를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성조기를 들고 대치동 특검 사무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2017.1.7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박근혜의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이른바 ‘(촛불에 대한) 맞불 집회’가 7일에도 열렸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가 주축을 이뤘다고 하는 탄핵기각국민총궐기운동본부는 강남의 특검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박영수 특검을 비난하며, 탄핵이 기각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주장이 있으며 박근혜의 탄핵을 반대한다고 하여 그 입을 막아야할 이유나 근거는 전혀 없다. 박사모 등의 주장은 매우 예외적인 것이긴 하나 그들에게 그런 주장을 펼칠 권리가 있다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들이 이날 집회에서 보여준 행태다. 이들은 ‘특검에 대한 공략’을 공공연히 내세우면서 박영수 특검을 ‘빨갱이’, ‘공산당’, ‘나치’, ‘인민재판관’이라고 몰아세웠다. 박 특검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고, 이번 사건과도 무관한 색깔론을 들이댄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모든 사람을 ‘종북좌파’나 ‘빨갱이’로 몰아세웠는데, 여기엔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인명진 목사도 포함됐다. 이쯤 되면 이들과 어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이 불가능함이 분명해진다.
이날 집회에서 어이없음의 절정을 구성한 것은 대형 성조기였다. 이들은 대형 성조기를 머리 위에 치켜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몇몇 구성원들의 가슴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함께 새겨진 배지도 눈에 띄었다. 성조기, 즉 미국과 한국 사이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가는 사람마다 견해가 있을 수 있으며, 한미동맹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입장도 그 자체로는 존중받을 수 있다. 하지만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집회에 성조기를 들고 나온 행태는 어떤 사고로도 이해하기 힘들다.
미국이나 북한은 이번 최순실 게이트와 무관한 제3자다. 미국이나 북한이 최순실씨를 사주해 이번 사건을 일으켰을리 없고, 박근혜의 부패나 국정방기에 대해서 어떤 책임이 있을리도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성조기를 앞세우고, 북한을 비난하면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화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듯 하다. 미국만 모시면 자신들의 뜻이 실현되고, 자신들과 뜻이 다른 사람은 북한을 추종한다고 생각하는 건 어떤 주의나 정치적 견해로 보기에도 너무 유치하고, 정치적 공세로 보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다.
사람이 자신만의 사고에 깊이 빠져 외부의 어떤 존재를 숭배하다보면 정상적인 사고가 마비되고 멍청해지기 마련이다. 이른바 박근혜를 지키겠다는 이들이 이런 지경에 처했다는 걸 이날 집회에 등장한 성조기는 보여줬다. 한심함을 넘어 씁쓸하고, 씁쓸하다 못해 안타까운 풍경이다.
출처 [사설] 성조기 흔들며 탄핵 기각 외치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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