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신고 100만 건 상회, 약인가 독인가
경찰청 자료 정보공개청구 통해 확인
서울 시내 주행실험서 1시간 만에 89건 적발
[시사저널 1422호] 이민우 기자 | 승인 2017.01.17(화) 09:22:16
직장인 김아무개씨(36)는 최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부터 우편을 받고 깜짝 놀랐다. ‘교통법규위반 사실확인요청서’라는 우편에는 경찰서를 방문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진로변경 위반이라는 생소한 이유였다. 주정차 위반이나 신호 위반 등으로 과태료 고지서를 받은 경험은 있지만, 경찰서까지 오라고 하니 덜컥 겁이 났다.
김 씨는 며칠 뒤 회사에서 조퇴한 뒤 경찰서 교통과를 찾았다. 담당 경찰관은 “누군가 블랙박스에 녹화된 영상을 갖고 경찰에 신고했다”며 “영상을 보고 위반 사항을 인정하면 과태료 3만 원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상을 확인한 결과, 김 씨는 2016년 11월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를 주행하던 중 진로를 변경하면서 방향등을 켜지 않았다. 김 씨는 “거의 매일 출퇴근하는 길에서 두 달 가까이 지난 일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며 “실수였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담당 경찰관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됐고 위반 사실이 명백하므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차량 블랙박스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교통법규위반 공익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시사저널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민들의 공익신고를 통해 범법사실요청서를 발부한 건수는 2014년 41만7736건에서 2016년 98만1185건으로 늘었다. 2016년 자료는 12월 16일을 기준으로 작성됐으니 추세를 반영하면 102만 건 정도로 추산된다. 불과 2년 만에 144%가량 급증한 셈이다.
건수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경미한 위반 사항에 대한 신고가 다수를 차지했다. 2014년에는 ‘신호 또는 지시 위반’이 9만811건으로 가장 많았고, ‘통행의 금지 및 제한 위반’이 4만3964건으로 뒤를 이었다. 주로 신호를 위반했거나 일방통행 지역에서 역주행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2016년에는 ‘제차 신호 조작 불이행’이 16만9441건으로 가장 많았다. 차선을 변경하면서 방향등을 켜지 않아 과태료를 물게 된 사람이 다수를 차지했다는 의미다. 이어 ‘신호 또는 지시 위반’과 ‘진로변경 위반’도 각각 15만4350건과 7만8328건에 달했다.
블랙박스 공익신고 급증과 관련해 경찰 내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민들의 교통법규위반 신고는 교통질서 확립과 교통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히 있다”며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9월 말 잠정치 기준)는 2014년 3,385명에서 2016년 3,018명으로 10%가량 감소했다.
특히 운전자들이 난폭운전에 대한 보복 대신 공익신고를 택하는 긍정적 효과도 크다고 지적했다. 한 일선 교통조사계 경찰관은 “난폭운전 피해를 당해도 일단 참고 ‘도로에서 싸우느니 신고하자’는 시민들이 늘어났다”며 “주변 차량이 보복운전을 신고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교통법규위반이 많은지 도로로 나가봤다. 1월 1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시내에서 주행실험을 해 봤다.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서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로 향하면서 대로와 이면도로를 주행했다. 한 시간 동안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결과, 신고가 가능한 차량이 무려 89대에 달했다. 40초에 한 대꼴로 교통법규위반 차량이 찍힌 것이다. 방향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한 경우가 72건, 흰색 실선에서 차선을 변경한 경우가 12건에 달했다. 신호를 위반하거나 중앙선을 침범한 경우는 각각 3건과 2건이었다. 사실상 대부분 운전자가 지키지 않는 지정차로 위반의 경우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고속도로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오후 4시부터 경부고속도로 한남나들목에서 기흥나들목까지 약 35km 구간을 왕복한 결과, 1시간 동안 72건의 교통법규위반 차량이 있었다. 역시나 방향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한 경우가 46건으로 가장 많았다. 상습 정체구간인 탓인지 고속도로 진입로로 차선을 변경했다가 앞에서 끼어드는 얌체운전(진로변경 위반)이 24건으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 2건은 버스중앙차로 위반이었다.
문제는 시민들 다수가 블랙박스를 통해 신고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알게 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2년 전에 운전면허를 취득한 최호열 씨는 “도로 위에서 너무 난폭하게 운전하는 사람이 많다”며 “자신이 (다른 차량의 블랙박스를 통해) 신고될 수 있다는 점을 안다면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매일 부천에서 출·퇴근하는 심아무개씨는 “블랙박스로 신고하면 사실상 대부분 운전자가 다 걸릴 것”이라며 “주행속도를 지켜가며 운전하면 비난받는 도로 위 현실을 사실상 외면한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매일 분당에서 강남까지 오가는 김아무개씨 역시 “교통법규를 물론 준수해야 하지만 도로 상황 때문에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며 “사실상 정부가 세수 확충을 위해 과도하게 범칙금을 물리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찰청이 부과한 교통범칙금 부과 현황을 보면 김 씨의 지적에 설득력이 있다. 2016년 교통범칙금 부과 건수는 577만7229건, 금액은 2,066억1378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2년 교통범칙금 부과액 619억5416만 원보다 2.3배나 증가한 수치다. 경찰의 교통범칙금 부과액이 연간 2,000억 원을 넘은 것은 2004년(2,243억100만 원) 이래 12년 만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경찰의 교통범칙금 부과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3년 1,054억8700만 원(288만5126건), 2014년 1,334억9500만 원(366만6196건), 2015년 1,760억1700만 원(497만9875건)으로 매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06년까지는 ‘자동차교통개선관리특별회계법’에 따라 교통범칙금으로 거둬들인 돈은 전액 교통사고 예방에 쓰였다. 지금은 범칙금이 일반회계 세외수입으로 몽땅 국고로 귀속돼 어떻게 쓰였는지도 알 수 없다. 정부가 사고를 예방하는 본래의 목적보다 단속을 위해 교통범칙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복성 신고도 늘고 있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선경찰서 교통과 관계자는 “한 사람이 하루에 수십 건씩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며 “사실상 예방 목적보다는 범칙금이나 과태료를 물리기 위한 보복성 신고가 다수”라고 말했다. 상습 신고자 중에는 화풀이 차원이나 자신이 신고당한 것을 복수하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익신고는 처음 시행된 2002년에는 신고포상금 제도로 운영됐지만, 국민적 반감이 있어 현재는 별도의 포상금 없이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회사원 박아무개씨의 경우 2016년 9월 억울한 일을 당했다. 왕복 2차선 도로에서 달리던 박 씨는 앞의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줄여 어쩔 수 없이 경적을 울리고 앞 차량을 추월해 지나갔다. 이후 원인을 제공했던 차량이 블랙박스 영상을 신고한 것이었다. 박 씨는 “아마도 경적을 울린 것이 기분 나빠서 신고한 것 같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과태료 9만 원을 물어야만 했다.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는 박 씨처럼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찰의 교통사고 예방 효과도 통계의 착시 현상이 작동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10% 줄었지만 같은 기간 사고 건수는 큰 차이가 없었다. 도로교통공단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16년 9월까지 교통사고가 발생한 건수는 16만3411건으로, 2014년 9월까지 사고 건수(16만5115건)와 큰 차이가 없었다. 불과 1% 감소한 정도다.
일선경찰서도 업무 급증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 교통과 관계자는 “전달된 영상을 분석해 차량소유주에게 범법사실확인서를 보내고 또 민원인이 찾아오면 영상을 확인시켜줘야 한다”며 “사실상 다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매일 적게는 20여 명에서 많게는 60여 명 정도가 공익신고로 인해 경찰서를 찾는다”며 “이들은 대부분 경미한 위반 사항인 데다 억울함을 호소해 난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최대한 정상참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고나 계도 조치를 빼면 과태료나 범칙금을 부과하는 경우는 전체 신고 건수의 25%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올해부턴 민원인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명확한 위반 사실에 대해선 경찰서 방문 없이 바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며 “문제점을 보완하는 등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출처 [단독] 블랙박스 신고 100만 건 상회 약인가 독인가
경찰청 자료 정보공개청구 통해 확인
서울 시내 주행실험서 1시간 만에 89건 적발
[시사저널 1422호] 이민우 기자 | 승인 2017.01.17(화) 09:22:16
직장인 김아무개씨(36)는 최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부터 우편을 받고 깜짝 놀랐다. ‘교통법규위반 사실확인요청서’라는 우편에는 경찰서를 방문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진로변경 위반이라는 생소한 이유였다. 주정차 위반이나 신호 위반 등으로 과태료 고지서를 받은 경험은 있지만, 경찰서까지 오라고 하니 덜컥 겁이 났다.
김 씨는 며칠 뒤 회사에서 조퇴한 뒤 경찰서 교통과를 찾았다. 담당 경찰관은 “누군가 블랙박스에 녹화된 영상을 갖고 경찰에 신고했다”며 “영상을 보고 위반 사항을 인정하면 과태료 3만 원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상을 확인한 결과, 김 씨는 2016년 11월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를 주행하던 중 진로를 변경하면서 방향등을 켜지 않았다. 김 씨는 “거의 매일 출퇴근하는 길에서 두 달 가까이 지난 일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며 “실수였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담당 경찰관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됐고 위반 사실이 명백하므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블랙박스 공익신고를 통해 범법사실확인요청서가 발부된 건수는 2016년 102만 건 정도로 추산된다. 방향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한 경우가 16만9441건으로 가장 많았다. © 연합뉴스
2014년 42만→2016년 102만 ‘급증’
차량 블랙박스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교통법규위반 공익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시사저널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민들의 공익신고를 통해 범법사실요청서를 발부한 건수는 2014년 41만7736건에서 2016년 98만1185건으로 늘었다. 2016년 자료는 12월 16일을 기준으로 작성됐으니 추세를 반영하면 102만 건 정도로 추산된다. 불과 2년 만에 144%가량 급증한 셈이다.
건수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경미한 위반 사항에 대한 신고가 다수를 차지했다. 2014년에는 ‘신호 또는 지시 위반’이 9만811건으로 가장 많았고, ‘통행의 금지 및 제한 위반’이 4만3964건으로 뒤를 이었다. 주로 신호를 위반했거나 일방통행 지역에서 역주행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2016년에는 ‘제차 신호 조작 불이행’이 16만9441건으로 가장 많았다. 차선을 변경하면서 방향등을 켜지 않아 과태료를 물게 된 사람이 다수를 차지했다는 의미다. 이어 ‘신호 또는 지시 위반’과 ‘진로변경 위반’도 각각 15만4350건과 7만8328건에 달했다.
블랙박스 공익신고 급증과 관련해 경찰 내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민들의 교통법규위반 신고는 교통질서 확립과 교통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히 있다”며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9월 말 잠정치 기준)는 2014년 3,385명에서 2016년 3,018명으로 10%가량 감소했다.
특히 운전자들이 난폭운전에 대한 보복 대신 공익신고를 택하는 긍정적 효과도 크다고 지적했다. 한 일선 교통조사계 경찰관은 “난폭운전 피해를 당해도 일단 참고 ‘도로에서 싸우느니 신고하자’는 시민들이 늘어났다”며 “주변 차량이 보복운전을 신고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교통법규위반이 많은지 도로로 나가봤다. 1월 1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시내에서 주행실험을 해 봤다.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서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로 향하면서 대로와 이면도로를 주행했다. 한 시간 동안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결과, 신고가 가능한 차량이 무려 89대에 달했다. 40초에 한 대꼴로 교통법규위반 차량이 찍힌 것이다. 방향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한 경우가 72건, 흰색 실선에서 차선을 변경한 경우가 12건에 달했다. 신호를 위반하거나 중앙선을 침범한 경우는 각각 3건과 2건이었다. 사실상 대부분 운전자가 지키지 않는 지정차로 위반의 경우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주행실험 결과 ‘40초에 한 대’ 신고 가능
고속도로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오후 4시부터 경부고속도로 한남나들목에서 기흥나들목까지 약 35km 구간을 왕복한 결과, 1시간 동안 72건의 교통법규위반 차량이 있었다. 역시나 방향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한 경우가 46건으로 가장 많았다. 상습 정체구간인 탓인지 고속도로 진입로로 차선을 변경했다가 앞에서 끼어드는 얌체운전(진로변경 위반)이 24건으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 2건은 버스중앙차로 위반이었다.
문제는 시민들 다수가 블랙박스를 통해 신고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알게 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2년 전에 운전면허를 취득한 최호열 씨는 “도로 위에서 너무 난폭하게 운전하는 사람이 많다”며 “자신이 (다른 차량의 블랙박스를 통해) 신고될 수 있다는 점을 안다면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매일 부천에서 출·퇴근하는 심아무개씨는 “블랙박스로 신고하면 사실상 대부분 운전자가 다 걸릴 것”이라며 “주행속도를 지켜가며 운전하면 비난받는 도로 위 현실을 사실상 외면한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매일 분당에서 강남까지 오가는 김아무개씨 역시 “교통법규를 물론 준수해야 하지만 도로 상황 때문에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며 “사실상 정부가 세수 확충을 위해 과도하게 범칙금을 물리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찰청이 부과한 교통범칙금 부과 현황을 보면 김 씨의 지적에 설득력이 있다. 2016년 교통범칙금 부과 건수는 577만7229건, 금액은 2,066억1378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2년 교통범칙금 부과액 619억5416만 원보다 2.3배나 증가한 수치다. 경찰의 교통범칙금 부과액이 연간 2,000억 원을 넘은 것은 2004년(2,243억100만 원) 이래 12년 만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경찰의 교통범칙금 부과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3년 1,054억8700만 원(288만5126건), 2014년 1,334억9500만 원(366만6196건), 2015년 1,760억1700만 원(497만9875건)으로 매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06년까지는 ‘자동차교통개선관리특별회계법’에 따라 교통범칙금으로 거둬들인 돈은 전액 교통사고 예방에 쓰였다. 지금은 범칙금이 일반회계 세외수입으로 몽땅 국고로 귀속돼 어떻게 쓰였는지도 알 수 없다. 정부가 사고를 예방하는 본래의 목적보다 단속을 위해 교통범칙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교통범칙금 부과액은 2012년 619억 원에서 2016년 2,066억 원으로 2.3배 증가했다. © 연합뉴스
보복성 신고도 급증…“제도 개선 필요”
보복성 신고도 늘고 있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선경찰서 교통과 관계자는 “한 사람이 하루에 수십 건씩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며 “사실상 예방 목적보다는 범칙금이나 과태료를 물리기 위한 보복성 신고가 다수”라고 말했다. 상습 신고자 중에는 화풀이 차원이나 자신이 신고당한 것을 복수하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익신고는 처음 시행된 2002년에는 신고포상금 제도로 운영됐지만, 국민적 반감이 있어 현재는 별도의 포상금 없이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회사원 박아무개씨의 경우 2016년 9월 억울한 일을 당했다. 왕복 2차선 도로에서 달리던 박 씨는 앞의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줄여 어쩔 수 없이 경적을 울리고 앞 차량을 추월해 지나갔다. 이후 원인을 제공했던 차량이 블랙박스 영상을 신고한 것이었다. 박 씨는 “아마도 경적을 울린 것이 기분 나빠서 신고한 것 같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과태료 9만 원을 물어야만 했다.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는 박 씨처럼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찰의 교통사고 예방 효과도 통계의 착시 현상이 작동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10% 줄었지만 같은 기간 사고 건수는 큰 차이가 없었다. 도로교통공단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16년 9월까지 교통사고가 발생한 건수는 16만3411건으로, 2014년 9월까지 사고 건수(16만5115건)와 큰 차이가 없었다. 불과 1% 감소한 정도다.
일선경찰서도 업무 급증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 교통과 관계자는 “전달된 영상을 분석해 차량소유주에게 범법사실확인서를 보내고 또 민원인이 찾아오면 영상을 확인시켜줘야 한다”며 “사실상 다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매일 적게는 20여 명에서 많게는 60여 명 정도가 공익신고로 인해 경찰서를 찾는다”며 “이들은 대부분 경미한 위반 사항인 데다 억울함을 호소해 난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최대한 정상참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고나 계도 조치를 빼면 과태료나 범칙금을 부과하는 경우는 전체 신고 건수의 25%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올해부턴 민원인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명확한 위반 사실에 대해선 경찰서 방문 없이 바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며 “문제점을 보완하는 등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출처 [단독] 블랙박스 신고 100만 건 상회 약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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