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 체제'가 위헌이란 소문이 만들어지기까지
[경향신문] 이범준 기자 | 입력 : 2017.03.01 11:46:00 | 수정 : 2017.03.01 14:05:02
헌법재판관 8명의 헌법재판은 위헌이며 따라서 재심 사유에 해당할까. 박근혜 탄핵심판 변론에서 나온 박근혜 대리인 김평우 변호사의 주장을 계기로 일부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페이스북 등을 떠도는 이런 주장이 어디에서 나왔고, 진실은 무엇일지 헌법과 판례에 근거해 추적한다.
김평우 변호사는 지난달 22일 16차 변론에서 “재판관 8명이나 7명이 표결해 선고되면 헌법상 하자가 있다. 찬성이든 반대든에서 재판 무효라고 하면 우리나라 어떻게 되겠나. 잘못하면 내란 사건(이다). 이런 프레임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지금과 재판관 구성이 같은 2014년 4월 헌재 결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사건은 2011년 7월부터 2012년 9월까지 계속된 재판관 공석 사태에 관한 것이다. 당시 국회 몫 조대현 재판관 후임으로 조용환 변호사가 내정됐다. 하지만 새누리당 반대로 선출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방치됐다. 2012년 2월에야 선출안이 부결됐지만 이후에도 국회는 손을 놓았다.
이에 변호사인 오모씨가 국회가 공석 상태를 방치한 것은 부작위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라고 했다. 오씨는 별도로 제기한 헌법소원이 있었는데 그 사건이 처리되지 않아 이 소송을 낸 것이다. 이것이 ‘퇴임재판관 후임자 선출 부작위 위헌확인 헌법소원(2012헌마2)’이고, 김평우 변호사가 8인 재판관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결정은 8명 재판이 위헌인지에 대한 결정이 아니며 따라서 탄핵심판에 영향이 없다. 소송을 제기한 이유부터 국회의 부작위 위헌을 확인해달라는 것이었고, 결론도 각하였다. 현재의 결정은 결론인 주문만이 국가기관을 기속한다. 본문인 이유에는 기속력이 없어 다른 사건에는 영향이 없다.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살펴본다.
5명 다수의견으로 법정의견인 각하 결론은 이렇게 전개된다. 국회는 국회 몫 재판관의 후임자를 ‘상당한 기간(적절한 기간)’ 안에 선출해야 할 헌법상 작위 의무가 있다 → 이 사건에서 국회는 작위 의무를 지체하였다 → 그런데 청구인이 제기한 원래 사건은 9명 재판관이 회복돼 선고가 됐다 → 당사자의 권리보호 이익이 사라졌으므로, 부작위 확인 청구는 각하한다.
이 사건에서는 위헌을 선고하자는 소수의견이 있었다. 박한철·이정미·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이다. 기본적으로 소수의견 재판관들이 기속되는 것도 자신의 위헌의견이 아니라 법정의견인 각하다. 자신의 소수의견은 결정례가 아니기 때문에 재판관 자신을 포함해 아무에게도 기속력이 없다.
재판관이 과거 의견을 변경하는 것에도 제약이 없다. 하지만 이정미·김이수·이진성 세 재판관이 이번 탄핵심판에서 의견을 바꾸면 의도를 의심받지 않을까. 더구나 2012헌마2 결정 이후 재판관 9명 상태가 깨진 첫 사건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인내심을 갖고 이들 재판관이 냈던 소수의견을 살펴본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과 이정미·김이수·이진성 세 재판관은 “오씨가 가지고 있던 사건은 9명 재판관이 회복돼 각하가 선고됐지만, 이런 일은 반복 가능성이 있으므로 헌법적 해명을 위해 선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국회의 종료된 부작위에라도 위헌을 선고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소수의견은 이유 부분에서 법정의견인 다수의견 보다 더 나갔다. 소수의견은 위헌 선고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가기 위해, 이유 부분부터 다수의견과 다르게 전개시켰다. 법정의견이 이유에서 국회의 부작위가 위헌이라는 판단까지는 했지만, 청구인의 사건이 9명 재판관 체제에서 해결이 됐다며 각하를 선고한 것을 넘어서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인내심을 발휘해 읽어본다.
국회 몫 재판관이 공석인 경우 상당한 기간 안에 후임을 선출해야할 작위 의무가 있다 → 이유는 재판관 9인이 다양한 가치관을 대표하도록 헌법이 정했고, 공석에서도 재판이 계속 돼야하기 때문이다 → 공석이 있다고 심리를 중단할 수도 없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 → 국회가 뒤늦게 후임자를 선출했지만 이행지체가 사후적으로 해소되는 것이 아니므로, 부작위 위헌이다.
이처럼 소수의견은 9인 재판관 체제가 아니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위헌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병역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만 그렇다고 위헌은 아니라는 것과 같은 구조다. 다른 예를 들면, 명예훼손 처벌이 원칙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만 그렇다고 위헌은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 공석에서도 재판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리고도 소수의견 재판관들은 오해를 우려해 다음과 같이 확실히 했다.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부작위가 위헌임을 확인하더라도 이는 피청구인의 위헌적인 작위의무 이행 지체에 의한 기본권 침해를 확인하는 것일 뿐, 이 사건 부작위가 계속되었던 기간 동안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이루어진 헌법재판의 심리 및 결정의 효력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 없음을 밝혀 둔다.”
법조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현재 박한철 재판관 공석 상태는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상황이 초래한 것인데, 그 당사자가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백번양보해 어떻게든 침해가 있다고 해도 그걸 근거로 각하를 주장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출처 '8인 체제'가 위헌이란 소문이 만들어지기까지
[경향신문] 이범준 기자 | 입력 : 2017.03.01 11:46:00 | 수정 : 2017.03.01 14:05:02
▲ 지난달 22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탄핵심판 16차 변론에서 김평우 변호사 (오른쪽) 등 피청구인 대리인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관 8명의 헌법재판은 위헌이며 따라서 재심 사유에 해당할까. 박근혜 탄핵심판 변론에서 나온 박근혜 대리인 김평우 변호사의 주장을 계기로 일부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페이스북 등을 떠도는 이런 주장이 어디에서 나왔고, 진실은 무엇일지 헌법과 판례에 근거해 추적한다.
김평우 변호사는 지난달 22일 16차 변론에서 “재판관 8명이나 7명이 표결해 선고되면 헌법상 하자가 있다. 찬성이든 반대든에서 재판 무효라고 하면 우리나라 어떻게 되겠나. 잘못하면 내란 사건(이다). 이런 프레임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지금과 재판관 구성이 같은 2014년 4월 헌재 결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사건은 2011년 7월부터 2012년 9월까지 계속된 재판관 공석 사태에 관한 것이다. 당시 국회 몫 조대현 재판관 후임으로 조용환 변호사가 내정됐다. 하지만 새누리당 반대로 선출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방치됐다. 2012년 2월에야 선출안이 부결됐지만 이후에도 국회는 손을 놓았다.
이에 변호사인 오모씨가 국회가 공석 상태를 방치한 것은 부작위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라고 했다. 오씨는 별도로 제기한 헌법소원이 있었는데 그 사건이 처리되지 않아 이 소송을 낸 것이다. 이것이 ‘퇴임재판관 후임자 선출 부작위 위헌확인 헌법소원(2012헌마2)’이고, 김평우 변호사가 8인 재판관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결정은 8명 재판이 위헌인지에 대한 결정이 아니며 따라서 탄핵심판에 영향이 없다. 소송을 제기한 이유부터 국회의 부작위 위헌을 확인해달라는 것이었고, 결론도 각하였다. 현재의 결정은 결론인 주문만이 국가기관을 기속한다. 본문인 이유에는 기속력이 없어 다른 사건에는 영향이 없다.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살펴본다.
5명 다수의견으로 법정의견인 각하 결론은 이렇게 전개된다. 국회는 국회 몫 재판관의 후임자를 ‘상당한 기간(적절한 기간)’ 안에 선출해야 할 헌법상 작위 의무가 있다 → 이 사건에서 국회는 작위 의무를 지체하였다 → 그런데 청구인이 제기한 원래 사건은 9명 재판관이 회복돼 선고가 됐다 → 당사자의 권리보호 이익이 사라졌으므로, 부작위 확인 청구는 각하한다.
이 사건에서는 위헌을 선고하자는 소수의견이 있었다. 박한철·이정미·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이다. 기본적으로 소수의견 재판관들이 기속되는 것도 자신의 위헌의견이 아니라 법정의견인 각하다. 자신의 소수의견은 결정례가 아니기 때문에 재판관 자신을 포함해 아무에게도 기속력이 없다.
재판관이 과거 의견을 변경하는 것에도 제약이 없다. 하지만 이정미·김이수·이진성 세 재판관이 이번 탄핵심판에서 의견을 바꾸면 의도를 의심받지 않을까. 더구나 2012헌마2 결정 이후 재판관 9명 상태가 깨진 첫 사건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인내심을 갖고 이들 재판관이 냈던 소수의견을 살펴본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과 이정미·김이수·이진성 세 재판관은 “오씨가 가지고 있던 사건은 9명 재판관이 회복돼 각하가 선고됐지만, 이런 일은 반복 가능성이 있으므로 헌법적 해명을 위해 선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국회의 종료된 부작위에라도 위헌을 선고해야 했다”고 밝혔다.
▲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탄핵심판 17차 최종변론에 앞서 권성동 국회 소추위원(왼쪽)과 박근혜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리고 소수의견은 이유 부분에서 법정의견인 다수의견 보다 더 나갔다. 소수의견은 위헌 선고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가기 위해, 이유 부분부터 다수의견과 다르게 전개시켰다. 법정의견이 이유에서 국회의 부작위가 위헌이라는 판단까지는 했지만, 청구인의 사건이 9명 재판관 체제에서 해결이 됐다며 각하를 선고한 것을 넘어서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인내심을 발휘해 읽어본다.
국회 몫 재판관이 공석인 경우 상당한 기간 안에 후임을 선출해야할 작위 의무가 있다 → 이유는 재판관 9인이 다양한 가치관을 대표하도록 헌법이 정했고, 공석에서도 재판이 계속 돼야하기 때문이다 → 공석이 있다고 심리를 중단할 수도 없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 → 국회가 뒤늦게 후임자를 선출했지만 이행지체가 사후적으로 해소되는 것이 아니므로, 부작위 위헌이다.
이처럼 소수의견은 9인 재판관 체제가 아니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위헌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병역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만 그렇다고 위헌은 아니라는 것과 같은 구조다. 다른 예를 들면, 명예훼손 처벌이 원칙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만 그렇다고 위헌은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 공석에서도 재판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리고도 소수의견 재판관들은 오해를 우려해 다음과 같이 확실히 했다.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부작위가 위헌임을 확인하더라도 이는 피청구인의 위헌적인 작위의무 이행 지체에 의한 기본권 침해를 확인하는 것일 뿐, 이 사건 부작위가 계속되었던 기간 동안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이루어진 헌법재판의 심리 및 결정의 효력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 없음을 밝혀 둔다.”
법조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현재 박한철 재판관 공석 상태는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상황이 초래한 것인데, 그 당사자가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백번양보해 어떻게든 침해가 있다고 해도 그걸 근거로 각하를 주장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출처 '8인 체제'가 위헌이란 소문이 만들어지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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