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막말’ 홍준표와 손잡은 ‘바르지 못한’ 의원들
보수층 유권자 결집시켜 ‘2등’ 차지하려는 전술적 선택
검사 시절 말습관·태도 못 고친듯…욕설도 서슴지 않아
대구·경북, 고연령층 유권자들 “홍, 점잖지 않아 보여”
1일 밤 바른정당 의원들과 회동 “사내답게 같이 가자”
오늘 오전 김성태·홍문표 등 의원 13명 바른정당 탈당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 | 등록 : 2017-05-02 10:18 | 수정 : 2017-05-02 10:45
보수(保守)는 ‘지킨다’는 뜻입니다. 보수는 몇 가지 근본 가치를 지킵니다. 보수는 급격한 변화를 원하지 않습니다. 보수는 대체로 말과 행동이 느리고 태도는 점잖습니다. 보수는 품위와 품격이 있습니다. 품위와 품격이 없는 보수는 가짜 보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5·9 대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막말이 끝없이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홍준표 후보 뿐만 아니라 다른 대선 후보들도 말을 함부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양과 질에서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경쟁 후보 캠프에서 홍준표 후보의 막말을 따로 모아 자료로 내놓을 정도로 사례가 많고 내용이 심각합니다. 4월 30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보단장 박광온 의원이 이런 내용의 브리핑을 했습니다.
어떻습니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내놓은 정치공세라고 하지만, 박광온 의원이 소개한 홍준표 후보의 발언은 모두 사실입니다. 홍준표 후보는 이런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30일에도 유세장에서 막말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홍준표가 대통령이 되면 언론에서 겁이 날 것이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대통령 안 시키려고 온갖 지랄을 다 한다.”
“우리나라 언론환경, 여론조사가 자기들끼리 짜고 한다. 어떻게 하면 홍준표를 비틀까 한다. 어느 유명한 여론조사기관은 얼마 전까지 (내 지지율이) 8%였다. 내가 집권하면 없애버린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이 극도로 나쁘다고 한다. 검찰은 구속집행을 정지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그걸 안 하는 것은 대선 때문이다. 검찰, 얘들은 문재인 눈치 보면서 병원으로 데려가는 걸 안 해주고 있다. 대통령이 되면 제일 먼저 손 볼 게 검찰이다.”
홍준표 후보의 막말은 가만히 살펴보면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색깔론입니다. 둘째, 저질 표현입니다.
먼저 색깔론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홍준표 후보는 좌파 딱지를 여기저기 마구 붙이고 있습니다. 19대 대통령 선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책자형 선거공보’ 제목은 ‘지키겠습니다! 자유대한민국’입니다. 선거공보에는 홍준표 후보가 왜 대통령 후보로 나섰는지, 홍준표 후보는 누구인지, 대통령이 되면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지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이런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좌파 기득권을 혁파하겠습니다. 비정규직과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강성 귀족노조, 더 이상 안됩니다. 강성 귀족노조의 불법 정치파업 엄단. 노동개혁을 통해 귀족노조의 비정규직 차별 및 세습고용 철폐.”
며칠 뒤 투표 안내와 함께 배달된 ‘전단형 선거공보’의 표지 제목은 ‘함께 지킵시다! 자유대한민국’입니다. 그런데 책자형 선거공보에 비해 훨씬 얇은 전단형 선거공보에 이런 내용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좌파의 공세를 끝끝내 이겨낸 원칙과 소신!”
“좌파세력에 맞서 국익을 지킨 서민의 대표!”
“좌파세력의 공세를 뚫고 통과시킨 한미FTA는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를 넓혔습니다.”
“좌파정권 10년의 대혼란을 기억하십니까?”
“자유대한민국을 지킬 보수대표 홍준표! 좌파의 독주를 확실하게 막아내겠습니다.”
며칠 사이에 선거 캠페인의 기조를 ‘좌파와 맞서 싸우는 보수 후보’로 확실히 바꾼 것입니다. 홍준표 후보는 이번 대선을 그 지겨운 ‘좌파 타령’으로 치를 생각인 것 같습니다.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후보가 대선 구도를 ‘좌파 대 우파’로 몰고 가려는 이유가 뭘까요? 홍준표 후보를 잘 아는 자유한국당 사람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는 이런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5·9 대통령 선거는 박근혜 탄핵으로 인한 대통령 궐위로 치러지는 특별한 선거입니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박근혜 국정 사유화 및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홍준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은 전세계의 웃음거리가 됩니다. 홍준표 후보와 자유한국당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바보는 아닌 것입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홍준표 후보와 자유한국당의 진짜 목표는 ‘2등’이라고 합니다.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에 2등 자리를 내주고 3등으로 전락할 경우 자칫하면 당이 공중분해되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홍준표 후보 개인적으로도 대선에서 2등을 차지해야 정치적으로 미래가 열립니다. 1997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회창 총재처럼 당권을 차지하거나, 당권이 여의치 않으면 경남지사 3선에 도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확실한 2등을 차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구태의연하지만 ‘색깔론’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대선 구도를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로 몰고 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유권자 가운데 30% 정도는 ‘빨갱이’, ‘좌익’, ‘친북’, ‘종북’에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지지를 확보하면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은 되지 않더라도 2등은 확실히 차지할 수 있습니다.
홍준표 후보의 색깔론은 ‘전술적 선택’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는 본래부터 극우 이념을 가진 사람은 아닙니다. 검사 시절에도 공안부가 아니라 특수부에서 주로 일을 했습니다.
둘째, 저질 표현은 어떨까요?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말은 그 자체로 인격이요, 인품입니다. 저질 표현이나 욕설을 남발하는 사람의 인품에는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홍준표 후보는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동료 정치인이나 기자들에게 초면인데도 반말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계속 반말을 합니다. 말이 격해지면 욕설도 서슴지 않습니다. 짐작컨대 검사 시절 피의자들을 대하면서 몸에 배인 습관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홍준표 후보보다 나이가 적은 야당 정치인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홍준표 후보가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반말을 하는 바람에 기분이 상했습니다. ‘그냥 있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그 야당 정치인이 작심을 하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홍준표 후보의 이름을 부르고 같이 반말을 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홍준표 후보가 존대를 했다고 합니다.
홍준표 후보는 기자들이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을 하면 기자에게 면박을 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대표 시절 기자에게 “그걸 왜 물어. 너 그러다가 진짜 맞는 수가 있다. 버릇없게"라고 해서 구설에 오른 일이 있습니다. 어느 기자는 홍준표 후보가 자꾸 면박을 주자 브리핑 도중에 의자를 걷어차고 항의한 일이 있습니다. 홍준표 후보는 그 기자에게 사과했습니다.
물론 홍준표 후보가 실제로 인격에 큰 장애가 있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말습관이나 태도는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입니다. 지난 몇 차례 텔레비전 토론에서 유권자들은 홍준표 후보의 말습관과 태도를 통해 그의 내면을 들여다 봤을 것입니다.
대구·경북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나 고연령층 유권자들이 홍준표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이유 중에는 “점잖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홍준표 후보는 말을 너무 함부로 하는 바람에 정치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홍준표 후보는 1일 밤 의원회관에서 바른정당 의원들을 만나서 “여러분이 도와주면 좌파에게 정권을 넘기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사내답게 같이 가자”는 ‘사족’을 붙였습니다. 개혁보수 정당을 새로 만들겠다고 용감하게 나섰던 바른정당 의원들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자유한국당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아무리 따져봐도 얄팍한 계산에 의한 비겁한 행동일 뿐입니다. 명분없는 재입당에 ‘사내답게’라는 말을 붙일 정도로 홍준표 후보의 언어는 몰염치한 측면이 있습니다.
더구나 이 자리에는 여성인 박순자 의원도 있었습니다. 박순자 의원을 의식한 홍준표 후보는 “나는 박순자 의원을 여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진담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지만 농담이라도 이런 말은 동료 정치인에 대한 예의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이런 것이 바로 막말입니다.
이제 대선이 1주일 정도 남았습니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명분없는 집단행동으로 대선판이 마지막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까요, 격변으로 이어질까요? 홍준표 후보는 과연 5월 9일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제치고 2등을 차지할 수 있을까요? 그의 호언장담처럼 문재인 후보를 꺾고 19대 대통령에 당선되는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출처 ‘저질 막말’ 홍준표와 손잡은 ‘바르지 못한’ 의원들
보수층 유권자 결집시켜 ‘2등’ 차지하려는 전술적 선택
검사 시절 말습관·태도 못 고친듯…욕설도 서슴지 않아
대구·경북, 고연령층 유권자들 “홍, 점잖지 않아 보여”
1일 밤 바른정당 의원들과 회동 “사내답게 같이 가자”
오늘 오전 김성태·홍문표 등 의원 13명 바른정당 탈당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 | 등록 : 2017-05-02 10:18 | 수정 : 2017-05-02 10:45
▲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공동 주최로 25일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보수(保守)는 ‘지킨다’는 뜻입니다. 보수는 몇 가지 근본 가치를 지킵니다. 보수는 급격한 변화를 원하지 않습니다. 보수는 대체로 말과 행동이 느리고 태도는 점잖습니다. 보수는 품위와 품격이 있습니다. 품위와 품격이 없는 보수는 가짜 보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5·9 대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막말이 끝없이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홍준표 후보 뿐만 아니라 다른 대선 후보들도 말을 함부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양과 질에서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경쟁 후보 캠프에서 홍준표 후보의 막말을 따로 모아 자료로 내놓을 정도로 사례가 많고 내용이 심각합니다. 4월 30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보단장 박광온 의원이 이런 내용의 브리핑을 했습니다.
국민 얼굴에 먹칠하는 나라 망칠 불량 후보에 대해 얘기하겠다. 홍준표 후보는 더 이상 국민의 귀를 피곤하게 하지 마시기 바란다. 국민을 폄하하는 홍 후보는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오늘도 홍준표 후보의 막말과 국민을 폄하하는 언행에 대해 말씀드리게 돼서 매우 유감이다.
어제도 홍 후보의 유세장에서는 대통령 후보의 말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독설과 욕설이 쏟아졌다. 홍 후보가 국회의원 93명이 소속되어 있는 정당의 대통령 후보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홍 후보는 “촛불민심이라는 것은 광우병 때처럼 좌파단체가 주동이 돼서 선동한 민중혁명이 아니냐”면서 색깔론으로 덧칠 왜곡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는 수많은 국민들의 나라사랑 열망을 모독하였다. 또 ‘나는 표 안 나오는데는 가지 않는다’, 이 말은 무슨 또 말인가. 홍 후보에게는 자신의 지지율이 잘 나오는 지역만 대한민국이고, 자신에게 투표한 사람만이 대한민국 국민인지 묻는다.
일일이 대응할 가치조차 없는 홍 후보의 저질 막말에 국민들의 귀는 점점 더 피곤해지고, 대선은 수준 낮은 선거로 돌아가고 있다.
어제(29일) 하루 동안 홍 후보가 쏟아낸 저질스러운 언어들을 소개한다. 이것은 제가 차마 읽을 수가 없기 때문에 자료로 배포한다.
- <욕설비하>“집 앞에서 물러나라고 데모를 하지 않나, 에라 이 도둑놈의 XX들이 말이야.”
- <협박공갈>“전교조가 대한민국 어린 학생들을 종북좌파 교육시킨다. 대통령이 되면 전교조 용서하지 않겠다.”
- <지역주의 색깔론>“1번하고 3번은 자세히 보면 정당이 하나다. 말하자면 호남 1·2중대다. 1번은 종북좌파다.”
- <적반하장>“좌파정부가 들어오면 코리아 패싱을 하겠다는 것”
- <공갈협박>“집권하면 경남지사 때 했던 방식대로 이 회사는 반드시 응징하겠다.”
- <촛불민심 왜곡, 국민폄하>“툭하면 촛불민심을 운운하며 정권교체를 주장하고 있지만 촛불민심이라는 것은 광우병 때처럼 전교조, 민주노총 등 좌파단체가 주동이 돼 선동한 민중혁명이 아니냐.”
- <안하무인>“저는 제 성질대로 산다. 성질 참으면 암에 걸린다. 내 성질대로 살고 안 되면 집에 가면 된다.”
홍 후보와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위해서라도 당장 저질 막말 퍼레이드를 중단하시기 바란다. 부정부패 기득권 세력과 결탁해서 국정농단 사건을 일으켜 국가 위기를 초래한 것에 대해 최소한의 사과조차도 없이, 막말과 거짓말로 국민에게 상처만 주는 홍준표 후보의 행태를 더 이상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검증할 것이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30일 경기도 포천시 산림조합 앞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떻습니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내놓은 정치공세라고 하지만, 박광온 의원이 소개한 홍준표 후보의 발언은 모두 사실입니다. 홍준표 후보는 이런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30일에도 유세장에서 막말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홍준표가 대통령이 되면 언론에서 겁이 날 것이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대통령 안 시키려고 온갖 지랄을 다 한다.”
“우리나라 언론환경, 여론조사가 자기들끼리 짜고 한다. 어떻게 하면 홍준표를 비틀까 한다. 어느 유명한 여론조사기관은 얼마 전까지 (내 지지율이) 8%였다. 내가 집권하면 없애버린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이 극도로 나쁘다고 한다. 검찰은 구속집행을 정지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그걸 안 하는 것은 대선 때문이다. 검찰, 얘들은 문재인 눈치 보면서 병원으로 데려가는 걸 안 해주고 있다. 대통령이 되면 제일 먼저 손 볼 게 검찰이다.”
홍준표 후보의 막말은 가만히 살펴보면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색깔론입니다. 둘째, 저질 표현입니다.
먼저 색깔론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홍준표 후보는 좌파 딱지를 여기저기 마구 붙이고 있습니다. 19대 대통령 선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책자형 선거공보’ 제목은 ‘지키겠습니다! 자유대한민국’입니다. 선거공보에는 홍준표 후보가 왜 대통령 후보로 나섰는지, 홍준표 후보는 누구인지, 대통령이 되면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지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이런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좌파 기득권을 혁파하겠습니다. 비정규직과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강성 귀족노조, 더 이상 안됩니다. 강성 귀족노조의 불법 정치파업 엄단. 노동개혁을 통해 귀족노조의 비정규직 차별 및 세습고용 철폐.”
며칠 뒤 투표 안내와 함께 배달된 ‘전단형 선거공보’의 표지 제목은 ‘함께 지킵시다! 자유대한민국’입니다. 그런데 책자형 선거공보에 비해 훨씬 얇은 전단형 선거공보에 이런 내용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좌파의 공세를 끝끝내 이겨낸 원칙과 소신!”
“좌파세력에 맞서 국익을 지킨 서민의 대표!”
“좌파세력의 공세를 뚫고 통과시킨 한미FTA는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를 넓혔습니다.”
“좌파정권 10년의 대혼란을 기억하십니까?”
“자유대한민국을 지킬 보수대표 홍준표! 좌파의 독주를 확실하게 막아내겠습니다.”
며칠 사이에 선거 캠페인의 기조를 ‘좌파와 맞서 싸우는 보수 후보’로 확실히 바꾼 것입니다. 홍준표 후보는 이번 대선을 그 지겨운 ‘좌파 타령’으로 치를 생각인 것 같습니다.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후보가 대선 구도를 ‘좌파 대 우파’로 몰고 가려는 이유가 뭘까요? 홍준표 후보를 잘 아는 자유한국당 사람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는 이런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5·9 대통령 선거는 박근혜 탄핵으로 인한 대통령 궐위로 치러지는 특별한 선거입니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박근혜 국정 사유화 및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홍준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은 전세계의 웃음거리가 됩니다. 홍준표 후보와 자유한국당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바보는 아닌 것입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홍준표 후보와 자유한국당의 진짜 목표는 ‘2등’이라고 합니다.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에 2등 자리를 내주고 3등으로 전락할 경우 자칫하면 당이 공중분해되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홍준표 후보 개인적으로도 대선에서 2등을 차지해야 정치적으로 미래가 열립니다. 1997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회창 총재처럼 당권을 차지하거나, 당권이 여의치 않으면 경남지사 3선에 도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확실한 2등을 차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구태의연하지만 ‘색깔론’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대선 구도를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로 몰고 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유권자 가운데 30% 정도는 ‘빨갱이’, ‘좌익’, ‘친북’, ‘종북’에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지지를 확보하면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은 되지 않더라도 2등은 확실히 차지할 수 있습니다.
홍준표 후보의 색깔론은 ‘전술적 선택’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는 본래부터 극우 이념을 가진 사람은 아닙니다. 검사 시절에도 공안부가 아니라 특수부에서 주로 일을 했습니다.
둘째, 저질 표현은 어떨까요?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말은 그 자체로 인격이요, 인품입니다. 저질 표현이나 욕설을 남발하는 사람의 인품에는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홍준표 후보는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동료 정치인이나 기자들에게 초면인데도 반말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계속 반말을 합니다. 말이 격해지면 욕설도 서슴지 않습니다. 짐작컨대 검사 시절 피의자들을 대하면서 몸에 배인 습관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홍준표 후보보다 나이가 적은 야당 정치인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홍준표 후보가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반말을 하는 바람에 기분이 상했습니다. ‘그냥 있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그 야당 정치인이 작심을 하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홍준표 후보의 이름을 부르고 같이 반말을 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홍준표 후보가 존대를 했다고 합니다.
홍준표 후보는 기자들이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을 하면 기자에게 면박을 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대표 시절 기자에게 “그걸 왜 물어. 너 그러다가 진짜 맞는 수가 있다. 버릇없게"라고 해서 구설에 오른 일이 있습니다. 어느 기자는 홍준표 후보가 자꾸 면박을 주자 브리핑 도중에 의자를 걷어차고 항의한 일이 있습니다. 홍준표 후보는 그 기자에게 사과했습니다.
물론 홍준표 후보가 실제로 인격에 큰 장애가 있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말습관이나 태도는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입니다. 지난 몇 차례 텔레비전 토론에서 유권자들은 홍준표 후보의 말습관과 태도를 통해 그의 내면을 들여다 봤을 것입니다.
대구·경북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나 고연령층 유권자들이 홍준표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이유 중에는 “점잖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홍준표 후보는 말을 너무 함부로 하는 바람에 정치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 바른정당 비유승민계 의원 14명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집단탈당 결정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후보는 1일 밤 의원회관에서 바른정당 의원들을 만나서 “여러분이 도와주면 좌파에게 정권을 넘기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사내답게 같이 가자”는 ‘사족’을 붙였습니다. 개혁보수 정당을 새로 만들겠다고 용감하게 나섰던 바른정당 의원들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자유한국당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아무리 따져봐도 얄팍한 계산에 의한 비겁한 행동일 뿐입니다. 명분없는 재입당에 ‘사내답게’라는 말을 붙일 정도로 홍준표 후보의 언어는 몰염치한 측면이 있습니다.
더구나 이 자리에는 여성인 박순자 의원도 있었습니다. 박순자 의원을 의식한 홍준표 후보는 “나는 박순자 의원을 여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진담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지만 농담이라도 이런 말은 동료 정치인에 대한 예의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이런 것이 바로 막말입니다.
이제 대선이 1주일 정도 남았습니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명분없는 집단행동으로 대선판이 마지막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까요, 격변으로 이어질까요? 홍준표 후보는 과연 5월 9일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제치고 2등을 차지할 수 있을까요? 그의 호언장담처럼 문재인 후보를 꺾고 19대 대통령에 당선되는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출처 ‘저질 막말’ 홍준표와 손잡은 ‘바르지 못한’ 의원들
'세상에 이럴수가 > 정치·사회·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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