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대량살포…與 수십명 수사선상에

돈봉투 대량살포…與 수십명 수사선상에
박희태 1억 썼다는데 실제론 10~20억 사용說
돈 출처도 친이계 실세자금 여부따라 큰파장
[매일경제] 이기창 기자 | 기사입력 2012.01.09 17:37:14 | 최종수정 2012.01.10


◆ 한나라당 돈봉투 사태 ◆

▲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한 뒤 굳은 얼굴로 나가고 있다. 고 의원은 돈 봉투를 받았다가 돌려준 경위 등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이충우 기자＞

한나라당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2008년 7월 1일께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 앞으로 노란색 봉투 하나가 인편(人便)으로 전달됐다. 전달자는 검은 뿔테 안경을 쓴 30대 초ㆍ중반 남성. 고 의원실 보좌관은 `어느 의원실에서 오셨느냐`고 물었고 해당 남성은 "봉투 안에 명함이 들어 있습니다. 꼭 고 의원님께 전해주십시오"라고 답했다. 봉투를 전달받은 고 의원은 그 안에서 선명히 찍힌 `박희태` 의장 명함을 4일 확인했고 곧 돌려보냈다.

고 의원실 보좌관은 "봉투를 전달할 때 쇼핑백 속엔 같은 노란색 봉투가 잔뜩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고 의원 보좌관 말이 사실이라면 2008년 전당대회 때 박희태 당시 당대표 후보가 돈 봉투를 대량으로 `살포`한 셈이 된다.

고 의원은 9일 `전당대회 돈 봉투` 전달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기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당 안팎에선 "돈 봉투에서 자유로운 후보자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개최했지만 전대 때마다 계파와 세력 간 첨예한 갈등으로 선거 분위기가 과열됐다. 전당대회 출마자 공식 선거비용 상한액은 최대 2억5000만원 수준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08년 한나라당 전대에서 후보자 7명이 지출한 평균 선거 비용은 9321만원이다. 당대표로 당선된 박희태 현 국회의장은 1억868만원을 썼다고 신고했다.

정치권에서는 `돈 봉투`가 오랜 관행이었다. 당내에선 당세가 약해 `자갈밭`으로 불리는 호남ㆍ충청권 60여 개 원외 당협에 1000만원씩, 기타 190여 개 당협에는 500만원 상당이 `평균가`로 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것만 단순 계산해도 16억원대 금액이 나온다. 여기에 전대 당일 고속버스 휴게소나 식당에서 대의원들에게 전달되는 돈이 있다.

당시 유력했던 후보들이 실제 투표에 참석한 대의원 1만4500명 중 25% 정도인 4000여 명 밥값을 계산했다고 쳐도 4억원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전대에 나오는 후보는 현찰로 25억원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 상식이었다"고 말했다.

선거자금 지출 내용만큼이나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 것이 돈 출처, 즉 수입 내용이다. 선거법상 전대 선거자금은 △정치후원금 △사재 △차입금 등 세 가지 방식으로 끌어모을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전대 선거자금 수입ㆍ지출 내용은 선거법에 따라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관행을 고려할 때 정상적인 모금 방식으로는 실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선거자금을 충당할 수 없다.

물론 추가 자금이 박희태 의장 개인 돈이라면 그 영향이 가장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자들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이계 실세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모금에 개입했다면 가뜩이나 `용퇴` 압력을 받고 있는 친이계 의원들이 당 쇄신 과정에서 대폭 물갈이될 가능성도 있다. 당 관계자는 "당권을 쥔 친박 의원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계 의원들을 `구태정치의 원흉`이라고 선을 긋고 결별을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

나아가 돈 출처가 향후 한나라당 운영비 등을 미리 앞당겨 집행했다고 하면 이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되는 국고보조금과도 연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최악의 경우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 수십 명이 수사 선상에 오르는 것은 물론 4월 총선을 코앞에 두고 당내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출처 : 돈봉투 대량살포…與 수십명 수사선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