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들 '기호 2번' 기표연습까지 시켰다
장애인 보호센터 쓰레기통에서 투표연습 용지 20장 발견
센터 측도 일부 인정
[오마이뉴스] 글: 배지현, 사진: 이희훈, 편집: 김준수 | 17.05.05 15:45 | 최종 업데이트 17.05.05 15:49
자유한국당 당직자가 운영하는 장애인 보호시설이 지적장애인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세는 물론 사전투표에까지 동원했다는 의혹과 관련 해당 보호시설 내부에서 다량의 투표연습 용지가 발견됐다. 당초 '홍준표 후보에 투표를 시킨 게 아니다'라고 부인했던 보호시설 측도 사전투표를 위해 지적장애인들에게 투표연습을 시킨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4일 오후 경북 안동시 안기동의 한 지적장애인 주간보호센터가 센터 이용자들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세에 동원한 뒤 사전투표까지 시킨 사실을 취재하면서 해당 주간보호센터를 찾아갔다. (관련기사 : [단독] 사전투표에 "2번 찍으라" 지적장애인 동원논란) 당시 기자는 이 센터 주변을 살피다가 지하 1층 출입문 옆 휴지통에 버려져 있는 투표용지 20장을 발견했다.
이 용지들은 선관위가 제작한 이번 대선 투표용지와 기호와 후보자 성명은 같았지만 모양은 다소 달랐다. 대선후보들의 기호와 이름이 1번부터 15번까지 그대로 적혀 있었지만, 후보자 이름 사이에 여백이 없고 기표란은 회색으로 칠해져 있는 점이 선관위 투표용지와 달랐다. 맨 위에 선관위 투표용지는 '대통령 선거투표'라고 표기하지만 이 용지엔 "제 19대 대통령 선거투표"라고 적힌 것도 다른 점이다. 또 이 투표용지 중 11장에는 빨간 인주로 기표가 돼 있었다.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는 지적장애인 등의 투표를 독려하고 무효표를 방지하기 위해 선거체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체험을 신청한 시설에 찾아가 기표소와 투표함을 설치하고 모의 투표용지에 기표하는 연습을 하는 게 주 내용이다. 이번 사전투표에 이용자들을 동원한 이 주간보호센터도 지난 4월 안동시선관위 주관으로 이 같은 교육을 실시했다.
하지만 선관위 선거체험교육에선 후보자들의 이름이 '기호 1번 백두산', '기호 2번 한라산' 처럼 실제 선거와는 다른 후보자 이름을 쓴다. 이 센터에서 발견된 투표용지는 실제 후보들의 기호와 이름이 그대로 적혀 있으므로 선관위 주관 선거체험교육에 쓰인 것은 분명히 아니고, 센터 차원의 별도 '투표 교육'이 있었다는 증거다.
문제의 주간보호센터 센터장과 직원들은 <오마이뉴스> 기자가 투표연습용지 발견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 연습을 시키지 않았느냐'고 묻자 "실제 후보들 이름이 적힌 용지로 연습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직원 박아무개씨는 "선거관리위원회 투표 체험할 때 백두산, 한라산 뭐 그런 식으로 연습했다"고 반박했다. 기자가 "여기서 따로 연습한 적은 있느냐"고 묻자 김 센터장은 "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재차 "실제 후보들 이름으로 연습한 적 없나"라고 물었으나 김 센터장은 "그렇게 하면 안 되죠"라고 부인했다. 선관위 주관 투표체험교육을 했을 뿐, 따로 자체 투표교육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자가 발견한 투표연습용지 한 장을 꺼내자 김 센터장은 당황한 기색으로 "우린 모른다, 우리 아니다"라고 잡아뗐다. 기자가 발견 장소와 경위를 설명하는 동안 센터장과 직원들은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갑자기 주 팀장이 "그때 김○○ 선생이 한 거 아닌가"라고 말을 꺼냈고 "이게 언제 한 거더라?"라며 직원에게 물었다.
김 센터장은 '모르쇠 모드'로 돌아섰다. 그는 "저는 여기 위에 주간보호센터장이라 몰랐다"며 사전투표에 이어 교육 사실도 몰랐다고 부인했다. 박 팀장도 "(자체 교육 사실을) 센터장에게 보고를 못 했다"며 센터장을 옹호했다.
주간보호센터가 4월 12일 선관위 주관으로 투표체험교육을 진행했고, 센터가 자체적으로 투표교육을 한 사실이 센터 직원을 통해서도 확인된 것이다. 지난 4일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센터 이용자들의 증언, 곧 '2번 찍으라'는 교육이 이 센터 자체 투표교육에서 이뤄졌을 거란 추측이 가능하다.
직원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자체 교육에선 각 후보의 선거공보물에 나온 공약을 읽어주며 설명한 일도 있었다. 선관위 관리 없이 이뤄진 이 같은 행위도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4일 안동시에서 열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유세 현장을 취재하다 지적장애인들이 동원돼 있는 현장을 발견, 이들로부터 "투표하러 간다"는 말을 들었다. 지적장애인들을 태운 승합차를 추적해 이들이 사전투표로 동원됐고 이후 주간보호센터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대접한 사실을 확인했다.
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이들 장애인들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2번을 찍으라'는 센터 직원들의 종용이 있었다고 증언했으나, 이 센터의 책임자인 센터장과 직원들은 이같은 의혹을 부인했었다. 해당 센터장은 현재 자유한국당 경북선대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첫 보도 이후,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각 정당들은 지적장애인을 동원해 홍준표 후보에 투표를 종용한 의혹에 대해 즉각적인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촉구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영남 일대에서 벌어지는 홍 후보 측의 조직적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도 내사에 착수했다. 안동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아직 입건은 하지 않았고, 내사에 착수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홍준표 유세 동원된 지적장애인, 사전투표 전에 기표연습도 했다
장애인 보호센터 쓰레기통에서 투표연습 용지 20장 발견
센터 측도 일부 인정
[오마이뉴스] 글: 배지현, 사진: 이희훈, 편집: 김준수 | 17.05.05 15:45 | 최종 업데이트 17.05.05 15:49
▲ 19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5일 오후 '지적장애인 불법선거운동 의혹'이 제기된 경북 안동의 사랑밭주간보호센터(센터장 김종혜)에서 발견된 투표 연습용지. 이 투표용지는 실제 후보들의 정당과 이름이 똑같이 적혀 있었으며 도장을 찍으며 연습한 흔적이 남아 있다. ⓒ 이희훈
자유한국당 당직자가 운영하는 장애인 보호시설이 지적장애인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세는 물론 사전투표에까지 동원했다는 의혹과 관련 해당 보호시설 내부에서 다량의 투표연습 용지가 발견됐다. 당초 '홍준표 후보에 투표를 시킨 게 아니다'라고 부인했던 보호시설 측도 사전투표를 위해 지적장애인들에게 투표연습을 시킨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4일 오후 경북 안동시 안기동의 한 지적장애인 주간보호센터가 센터 이용자들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세에 동원한 뒤 사전투표까지 시킨 사실을 취재하면서 해당 주간보호센터를 찾아갔다. (관련기사 : [단독] 사전투표에 "2번 찍으라" 지적장애인 동원논란) 당시 기자는 이 센터 주변을 살피다가 지하 1층 출입문 옆 휴지통에 버려져 있는 투표용지 20장을 발견했다.
이 용지들은 선관위가 제작한 이번 대선 투표용지와 기호와 후보자 성명은 같았지만 모양은 다소 달랐다. 대선후보들의 기호와 이름이 1번부터 15번까지 그대로 적혀 있었지만, 후보자 이름 사이에 여백이 없고 기표란은 회색으로 칠해져 있는 점이 선관위 투표용지와 달랐다. 맨 위에 선관위 투표용지는 '대통령 선거투표'라고 표기하지만 이 용지엔 "제 19대 대통령 선거투표"라고 적힌 것도 다른 점이다. 또 이 투표용지 중 11장에는 빨간 인주로 기표가 돼 있었다.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는 지적장애인 등의 투표를 독려하고 무효표를 방지하기 위해 선거체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체험을 신청한 시설에 찾아가 기표소와 투표함을 설치하고 모의 투표용지에 기표하는 연습을 하는 게 주 내용이다. 이번 사전투표에 이용자들을 동원한 이 주간보호센터도 지난 4월 안동시선관위 주관으로 이 같은 교육을 실시했다.
하지만 선관위 선거체험교육에선 후보자들의 이름이 '기호 1번 백두산', '기호 2번 한라산' 처럼 실제 선거와는 다른 후보자 이름을 쓴다. 이 센터에서 발견된 투표용지는 실제 후보들의 기호와 이름이 그대로 적혀 있으므로 선관위 주관 선거체험교육에 쓰인 것은 분명히 아니고, 센터 차원의 별도 '투표 교육'이 있었다는 증거다.
▲ 19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5일 오후 '지적장애인 불법선거운동 의혹'이 제기된 경북 안동의 사랑밭주간보호센터(센터장 김종혜)에서 쓰레기 덤이에 투표 연습용지이가 보이고 있다. ⓒ 이희훈
▲ 4일 오전 경북 안동 중앙로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유세에 참가한 지적장애이들이 소속된 안동시 사랑밭주간보호센터(센터장 김종혜). ⓒ 이희훈
"자체 교육 안했다"더니, 투표용지 내밀자 "김○○ 선생이 했나?"
문제의 주간보호센터 센터장과 직원들은 <오마이뉴스> 기자가 투표연습용지 발견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 연습을 시키지 않았느냐'고 묻자 "실제 후보들 이름이 적힌 용지로 연습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직원 박아무개씨는 "선거관리위원회 투표 체험할 때 백두산, 한라산 뭐 그런 식으로 연습했다"고 반박했다. 기자가 "여기서 따로 연습한 적은 있느냐"고 묻자 김 센터장은 "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재차 "실제 후보들 이름으로 연습한 적 없나"라고 물었으나 김 센터장은 "그렇게 하면 안 되죠"라고 부인했다. 선관위 주관 투표체험교육을 했을 뿐, 따로 자체 투표교육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자가 발견한 투표연습용지 한 장을 꺼내자 김 센터장은 당황한 기색으로 "우린 모른다, 우리 아니다"라고 잡아뗐다. 기자가 발견 장소와 경위를 설명하는 동안 센터장과 직원들은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갑자기 주 팀장이 "그때 김○○ 선생이 한 거 아닌가"라고 말을 꺼냈고 "이게 언제 한 거더라?"라며 직원에게 물었다.
김 센터장은 '모르쇠 모드'로 돌아섰다. 그는 "저는 여기 위에 주간보호센터장이라 몰랐다"며 사전투표에 이어 교육 사실도 몰랐다고 부인했다. 박 팀장도 "(자체 교육 사실을) 센터장에게 보고를 못 했다"며 센터장을 옹호했다.
주간보호센터가 4월 12일 선관위 주관으로 투표체험교육을 진행했고, 센터가 자체적으로 투표교육을 한 사실이 센터 직원을 통해서도 확인된 것이다. 지난 4일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센터 이용자들의 증언, 곧 '2번 찍으라'는 교육이 이 센터 자체 투표교육에서 이뤄졌을 거란 추측이 가능하다.
직원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자체 교육에선 각 후보의 선거공보물에 나온 공약을 읽어주며 설명한 일도 있었다. 선관위 관리 없이 이뤄진 이 같은 행위도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
▲ 19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5일 오후 '지적장애인 불법선거운동 의혹'이 제기된 경북 안동의 사랑밭주간보호센터(센터장 김종혜)에서 발견된 투표 연습용지. 이 투표용지는 실제 후보들의 정당과 이름이 똑같이 적혀 있었으며 도장을 찍으며 연습한 흔적이 남아 있다. ⓒ 이희훈
<오마이뉴스>는 지난 4일 안동시에서 열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유세 현장을 취재하다 지적장애인들이 동원돼 있는 현장을 발견, 이들로부터 "투표하러 간다"는 말을 들었다. 지적장애인들을 태운 승합차를 추적해 이들이 사전투표로 동원됐고 이후 주간보호센터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대접한 사실을 확인했다.
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이들 장애인들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2번을 찍으라'는 센터 직원들의 종용이 있었다고 증언했으나, 이 센터의 책임자인 센터장과 직원들은 이같은 의혹을 부인했었다. 해당 센터장은 현재 자유한국당 경북선대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첫 보도 이후,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각 정당들은 지적장애인을 동원해 홍준표 후보에 투표를 종용한 의혹에 대해 즉각적인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촉구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영남 일대에서 벌어지는 홍 후보 측의 조직적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도 내사에 착수했다. 안동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아직 입건은 하지 않았고, 내사에 착수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홍준표 유세 동원된 지적장애인, 사전투표 전에 기표연습도 했다
'세상에 이럴수가 > 정치·사회·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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