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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언론과 종편

‘육로를 성주 주민이 막았다’? 국민을 ‘적’ 취급한 TV조선

‘육로를 성주 주민이 막았다’? 국민을 ‘적’ 취급한 TV조선
[민주언론시민연합] 등록 : 2017.06.14 17:52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의 주민들은 외롭고 긴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6일, 사드 레이더와 발사대가 성주 골프장에 배치될 때 주민들은 이를 필사적으로 막았지만 경찰에 진압됐는데요. 당시 주한미군이 웃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지난해 7월 이뤄진 졸속 배치 결정부터 대선 이전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항 대행의 ‘사드 알박기’, 주민들 모르게 시도된 ‘몰래 배치’까지 이미 분노가 극에 달했던 주민들은 주한미군의 유류 반입을 막아섰습니다.

더 이상의 기만을 막기 위한 ‘배수의 진’입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성주 주민들을 향해 “베를린을 점령한 소련 공산당”이라는 극언을 퍼부었습니다. 자국민을 모욕한 ‘색깔론’이자 ‘망언’인데요. 놀랍게도 MBC와 TV조선은 오히려 이런 주장을 거들고 나섰습니다.


“하늘은 무인기에 뚫리고 육로는 주민들에 막혔다”, 주민을 ‘적’ 취급한 TV조선

자유한국당의 성주 주민 비난 발언을 13일 보도한 방송사는 MBC와 TV조선뿐입니다. 두 방송사는 자유한국당 발언의 부적절을 지적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확대 재생산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두 방송사 중 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TV조선인데요. TV조선 <주민이 도로 막고 검문…야 ‘항의’>(6/13)는 ‘주민들이 군을 검문하고 있다’는 매우 자극적인 묘사를 동원했습니다. 여기에 지난 9일 발견된 북한 추정 무인기까지 끌어들여 성주 주민을 ‘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윤정호 앵커는 “북한은 공중에서 사드 기지를 정탐했습니다. 그런데 지상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성주 주민 일부가 사드기지로 들어가는 군 차량을 '검문'하는 사태가 일어난 겁니다. 당연히 민간인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건 불법인데 경찰은 아무 조치도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유경 기자는 “성주 사드 배치 철회 투쟁위원회와 주민들이 사드가 배치된 성주 골프장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막습니다”라며 주민과 군의 대치 장면을 보여줬고 “사드 기지에 필요한 군수용 연료와 군수품 반입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를 “하늘길은 북 무인기에 뚫리고 육로는 일부 단체와 주민들에 막힌 모양새”로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공권력이 무시되고 개인이 국가의 군사시설 가동하는 것조차 막는 이게 국가냐는 질문을 다시 던져 드리겠습니다”(바른정당), “성주에서 자유대한민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군수차량 통행이 불가하여 헬기 수송이 도대체 웬말인가”(자유한국당) 등 보수 정당의 비난을 나열한 겁니다. 여기다 “경찰이 '불법 검문' 행위 등을 적극 제지하지 않으면 별도 조치를 취하겠다”는 자유한국당 입장도 덧붙였습니다.

▲ 성주 주민들의 사드 반대 투쟁, 정황 설명 없이 보수 정당 대변한 TV조선(6/13)


▲ 성주 주민들의 사드 반대 투쟁, 정황 설명 없이 보수 정당 대변한 MBC(6/13)



‘이게 국가냐’, ‘육로를 주민이 막아’…국민에게 할 말인가

처절한 성주 주민들의 투쟁을 ‘하늘은 북한 무인기에 뚫리고 육로는 주민들이 막았다’고 묘사한 TV조선의 시각은 매우 부적절합니다. 성주 주민을 ‘하늘을 뚫은 북한’과 동일시하기 때문입니다.

성주 주민은 비밀‧졸속으로 환경영향평가와 주민설명, 공청회 등 기본적 법절차까지 무시한 사드 배치의 피해자입니다. ‘육로를 막은 적’이 아닙니다.

TV조선이 사드 배치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얼마나 편협한 시각으로 주민들을 바라보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이게 국가냐’는 보수 정당 주장을 그대로 받아쓴 것도 문제입니다. 그나마 TV조선은 주민들을 ‘베를린을 점령한 소련 공산당’이라 매도한 주장까지는 받아쓰지 않았습니다. 이 주장은 MBC가 받아썼습니다. MBC <보급로 막힌 사드…“국가 안보 위협”>(6/13) 역시 ‘주민이 보급로를 막았다’는 프레임을 취하면서 “미군이 도로 대신 헬기로 연료를 공수하고 있는 상황을 옛 소련이 독일 서베를린을 봉쇄하자 자유 진영이 수송기로 시민들에게 생필품을 공수한 일에 비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보수 정당의 입장을 대변한 MBC와 TV조선의 왜곡‧은폐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기본적으로 성주 주민들이 유류 반입을 막아선 이유는 처절하게 발사대 배치를 막은 주민들을 주한미군이 비웃었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사과를 요구했지만 미군은 이마저 거부했고 결국 분노가 폭발한 겁니다.

또한 주민들은 끊임없는 헬기 소음과 레이더 전자파, 심지어 사전 통보도 없는 실제 사격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주한미군은 주민들에게 사전 공지도 하지 않고 새떼를 쫓아낸다며 사격을 했고 주민들의 불안이 가중됐습니다.

사드배치 성주 투쟁위원회는 “환경영향평가도 하지 않은 채 미군은 사드 레이더를 가동하고 있다. 안전, 주민 건강, 환경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국방부와 미군은 주민을 전자파 시험대상으로 삼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죠.

MBC와 TV조선은 이런 주민 목소리를 단 한 번도 보도한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주민의 상황을 은폐하면서 주민을 비난하는 보수 정당의 입장만 적극 대변한 겁니다.


출처  ‘육로를 성주 주민이 막았다’? 국민을 ‘적’ 취급한 TV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