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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김상곤 교육부, ‘공교육의 절반’ 사립학교 바로 세우라

김상곤 교육부, ‘공교육의 절반’ 사립학교 바로 세우라
[민중의소리] 김행수 전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정책국장 | 발행 : 2017-06-19 08:39:23 | 수정 : 2017-06-19 10:02:30


이명박근혜 정부의 교육계 대표적 적폐 정책인 일제고사(그들은 ‘학업성취도 평가 전집평가’라고 부른다.)에 조종이 울렸다. 9명의 해직교사가 발생한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시민단체들의 지난 10년의 투쟁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기도 하다.

교육감들의 건의를 국정자문위가 받아, 교육부가 수용하자 시도교육감들이 다시 이를 받아서 폐지하는 형식으로 일제고사는 다시 역사의 박물관으로 퇴장하는 운명을 맞이한 것이다.


일제고사 폐지를 취임 선물로 삼아

문재인 대통령이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로 지명한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청문회를 거쳐 취임도 하기 전에 큰 적폐 하나가 처리되었다. 당연히 내정자의 의중도 반영됐을 것이다.

20년도 더 전에 쓴 논문을 두고 현재의 기준으로 ‘논문 표절’을 주장하는 야당에 의해 망신(?)을 좀 당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이미 교육감으로서 무상급식 전도사, 혁신학교 전도사로 이름을 떨친 그였기에 크게 무리 없이 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 2005년 김상곤 당시 교수노조 위원장이 국립대 법인화 저지와 교육공공성 지키기 공동투쟁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맹철영 기자

취임도 하기 전에 10년 적폐 중 하나인 일제고사를 단숨에 날려버리는 것을 보면서 “그가 정식으로 교육부장관이자 부총리로 취임을 하면 또 우리 교육계에 얼마나 신나는 일이 생길까?”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된다. 그만큼 우리 교육계에는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당장 “전교조의 법적 지위 회복, 교사들의 원성이 자자한 교원의 차등성과급은 폐지, 교원평가 폐지,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폐지, 올해 3,000명을 비롯하여 교사 16,000명 증원, 고교학점제 시행과 내신뿐 아니라 수능까지 절대평가 전환,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대학평준화) 실현에 의한 대학서열 폐지” 등을 둘러싸고 수많은 기대와 동시에 우려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전교조 법적지위 회복과 같이 (저항은 있겠지만) 당장 해야 하는 과제도 있고, 또 고교학점제 도입과 같이 시간을 두고 준비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교원 증원과 같이 대부분 국민들의 열광적 박수를 받을 과제도 있지만,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폐지와 같이 기득권의 강력한 저항이 예정된 과제도 있다.

이런 과제들 하나하나를 어떻게 하라는 조언을 하기에 필자는 능력도 없고, 어쩌면 자격도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른 건 놔두고 문재인 정부의 교육 개혁 과제 중에서 상대적으로 덜 거론되는 사립학교의 문제에 몇 가지만 제안한다.


사학국본 대표 출신 김상곤 내정자에게 바란다

다른 경력에 비해 현재 별로 거론되지 않지만 김상곤 내정자는 한신대 교수이자 전국교수노조 위원장 출신이다. 사실 교수노조는 아직도 법외노조다. 교수들의 노동조합 설립을 위한 근거 법률이 없어서 실체적 노조는 있지만 법적 지위가 없다. 그는 이 교수노조의 위원장이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세력들이 극히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이력이다.

법외노조인 교수노조 위원장 출신이라는 것보다 그들이 더 싫어할 이력이 있다. 바로 2005년 노무현정부 당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사립학교법 개정에 헌신적 역할을 했던 교육시민단체 ‘부패사학척결과민주적사립학교법개정을위한국민운동본부’(이하 사학국본)의 대표 경력이다.

▲ 교수노조는 23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적 사립학교법을 개정할 수 있는 방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뿐아리며 직권상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2005.06.23 ⓒ맹철영 기자

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필사적인 저항을 물리치고 2005년 12월 9일 김원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하여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박근혜 당시 대표(헌정 최초로 탄핵으로 쫓겨나 구속재판 중인 그 박근혜)가 당시 사학법 개정 저지와 반대 투쟁의 선봉장이었다.

필사적으로 개정을 가로막던 한나라당은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박근혜 대표를 필두로 국회를 보이콧했고, 부패한 사학법인들은 학교 폐쇄와 신입생 모집 중지로 국민들을 협박했으며, 보수적인 개신교 세력들은 십자가를 들고 거리로 나오는 생쇼를 했다.

영남대 이사장 출신 박근혜로 대표되는 보수정치권과 부패한 사학집단, 그리고 일부 보수 종교계의 완고한 저항에 맞서 가열차게 전개되었던 사립학교법 개정 투쟁의 선두에 서 있던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사학국본의 공동대표였던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이다.

그가 공동대표를 맡았던 사학국본에서 필자는 당시 사무국장이었다. 10년도 넘었지만 필자가 기억하는 김상곤 후보자는 이런 사람이다. 집회나 기자회견은 물론 (실무자를 보내도 될 법한) 회의에까지 거의 빠짐없이 참석했다.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권위를 내세우는 유형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언제나 조용하지만 결의된 사업의 실천에는 맨 앞에 섰던 분이었다.

이런 이유로 그가 교육부 장관 내정자로 발표되었을 때 사립학교 개혁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등록금, 대학 입시 개혁,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폐지, 교육 비리 척결 등 산적한 현안 중에 사립학교와 무관한 것이 없고, 공교육의 절반을 차지하는 사립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교육을 바로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런 김상곤이기에 수많은 사립학교의 현안 중에서 어렵지 않게, 국민적 지지를 받으면서 할 수 있는, 그러면서 반드시 해야 하는, 그래서 꼭 할 것 같은 제안 몇 가지를 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사립학교 교사 채용 비리 척결이다. 사학비리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교육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우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 중에서도 교사 채용비리는 반드시, 지금 당장 근절해야 하는 중차대한 문제, 적폐 중의 적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수차례 자신이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이유를 말하며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를 강조했다. 이것은 그가 만들고자 하는 나라의 기본 원칙이다.

이 세 가지 원칙이 가장 먼저, 가장 확실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분야가 바로 교육 분야이다. 교육비리, 특히 사학비리는 이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반칙이다. 그 반칙으로 인하여 수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우리의 교육 현실이고, 부끄러운 역사였다.

특히, 교사 채용 비리는 어떤가? 최근 교사 채용 대가로 수천에서 억대의 돈을 받은 이사장, 설립자, 교장 등이 대전, 광주, 경기도, 대구, 부산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적발되어 감옥으로 가고 있다. 미리 채용자를 내정하여 점수를 조작하거나, 시험 문제를 빼돌리는 수법이다. 예비교사들에게는 갑중의 갑, 수퍼갑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부정한 방법으로, 반칙으로 뽑힌 교사들이 학생들 앞에서 서서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이건 교육이 아니다. 교사가 되려고 준비해온 예비교사들과 수험생들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반칙이자, 그들에게 수업을 받는 학생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짓는 것이다. 반칙으로 들어온 교사가 학생들에게 공정과 정의를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사학의 교사채용 비리를 막기 위해 노무현 정부 시절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교육청 공동 위탁 채용을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학들은 지금도 인사권 침해라면서 거부하고 있다. 우습게도 고유권한이라며 인사권을 주장하는 사학법인들은 교사들의 임금까지 모두 국가에서 국민 세금으로 받아서 지급하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최소한의 법정 의무인 법전전임금마저도 학생들의 돈으로 내고 있는 현실이다

비록 초중등이 아닌 대학교의 교수이지만, 경기교육감이었고, 사학국본의 대표였던 김상곤 교육부장관 내정자가 이런 현실을 모를 리 없다. 김상곤 내정자가 교육부 장관이 되면 가장 먼저, 확실하게 척결해야 하는 교육 적폐(10년의 적폐가 아니라 해방 이후 70년의 적폐다.)가 교사 채용 비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격도 없는 일부 부패사학들의 완강한 저항이 있겠지만 그들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 국민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쳐줄 것이다. 완고한 부패사학 카르텔이 아니라 국민을 보고 가면 된다. 문 대통령이 만들고 싶은 나라의 원칙을 교육계에서 실천하는 길이다.

▲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전교조 결성 27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가 열린 가운데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의 고용보장 손피켓이 참가자의 선글라스에 비치고 있다. ⓒ정의철 기자


교사채용 비리의 근절과 기간제교사의 정교사 채용

또 하나, 김상곤 장관 후보가 사립학교에서 꼭 챙겨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사립학교의 기간제교사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시대”, “공공 부문과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약속을 실천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사립학교의 ‘과도하고, 불법적인’ 기간제교사 채용 관행을 뿌리뽑고 법이 정하는 바대로 정교사를 채용하는 것이다.

세월호의 영웅인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이 기간제교사라는 이유로 죽음마저 차별받는 것에서 보듯 지금도 기간제교사들은 차별받고 있다. 사립학교 교사들은 세월호 같은 사고를 당하면 정교사도 순직은커녕 공무상 재해도 인정받지 못하고 그냥 업무상재해, 산업재해로 취급된다. 기간제교사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최근 10만명의 교사들이 실명으로 폐지 선언을 하여 폐지 논란이 거센 교원성과급에서 기간제교사들은 아예 지급대상도 아니었다. 작년에야 지급대상이 되었는데, 웃기는 것은 기간제교사 중에 최고 등급 교사가 정교사 중 최하 등급보다 낮은 성과자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차등 교원성과급 자체를 반대하는 것과는 별도로 가장 훌륭한 기간제교사가 가장 못난 정교사보다도 낮게 분류되는 것은 코메디다.

기간제교사들이 받는 차별 중에 근본적인 것은 고용 자체의 차별일 것이다. 2016년 기준 전국적으로 기간제교사는 4만 7천명 정도인데, 전체 교사의 10%가 넘는 것이다. 이 중 상당수가 사립학교 기간제교사이다. 심한 경우 기간제교사 비율이 40%에 이르는 사립학교도 있다.

문제는 사립학교에 근무하는 기간제교사 중 많은 이들이 불법적인 사유에 의해 임용된 경우라는 것이다. 즉, 정교사로 채용해야 하는 자리에 기간제교사를 채용한 것이다. 특히, 정교사로 퇴임한 교사의 결원 자리를 기간제교원으로 채우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행 사립학교법 제54조의4(기간제교사)는 기간제교사의 채용 사유를 4가지로 한정하고 있다. 이중 “특정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할 교원이 필요한 때”를 이유로 채용된 기간제교원이 70%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시적 교과와 상관없는 교사들이다. 그러니까 사립학교에서 수년째 계약을 반복하고 있는 상당수 기간제교사는 정교사로 임용됐어야 하는 자리라는 의미다.

이렇게 지금 당장 사립학교에 정교사로 임용할 수 있는 T.O가 수천 명은 된다는 것인데. 달리 말하면, 별다른 추가 비용 없이 사립학교에 정교사 수천~1만명 정도의 청년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하여 비정규직 공항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을 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뜨거운 눈물을 쏟았고,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사립학교에서 정교사 T.O임에도 불법적으로 기간제로 고용되어 근무하던 자리가 정교사로 전환되었을 때 교사뿐 아니라 학생, 나아가 학부모들, 국민들은 이보다 훨씬 큰 박수를 보내줄 것이다.

요약하자면, 아직 별로 이야기되지 않는 주제인지라 특별히 강조하여 “사립학교 교사채용 비리 근절과 불법적 사유로 임용된 기간제교사의 정교사 채용”을 제안한다. 이는 문 대통령의 공정한 사회와 공공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제로시대 등 여러 공약과 한꺼번에 맞닿아 있다.

비단 사립학교에서의 이런 과제 외에도 지금 교육계에 수많은 적폐가 쌓여있고, 수많은 난제들이 놓여있다. 한꺼번에 모두 해결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김상곤 교육부 장관 내정자에게 부탁한다.

“들어야 한다.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크게 뜨라는 것이다. 교사들을 믿고, 학생들을 믿으라는 거다. 거기에 답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저항이 거세더라도 불의에는 타협하지 말고, 기득권의 부당한 요구에는 항복하지 말라. 그러면 김상곤은 성공한 교육부장관이 될 거고, 문재인은 성공한 교육대통령이 될 것이다.”


출처  [김행수 칼럼] 김상곤 교육부, ‘공교육의 절반’ 사립학교 바로 세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