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살수차’ CCTV를 봤습니다
[한겨레] 허재현 사회에디터석 24시팀 기자 | 등록 : 2017-06-30 20:02 | 수정 : 2017-06-30 23:11
안녕하세요. 경찰청 출입하고 있는 허재현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봄까지 저는 토요판 기사로 여러분을 찾아뵈었지요. 토요판을 떠난 뒤에도 항상 ‘시기질투 대마왕 모드’로 토요판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故 백남기 농민과 살수차 관련 보도 뒷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주중에 왜 갑자기 이 보도가 잇따랐는지 의아하셨나요. 이철성 경찰청장이 사과를 한 사실은 아실 거고요. 경찰이 최근 법원에 이 사건 관련 감찰 보고서를 제출했답니다. 국회에서 지난해 백남기 사망사건 청문회까지 열었는데 이게 아직도 공개가 안 되었던 것, 여러분 아셨나요?
경찰은 ‘아직은 살수차 운용 경찰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이 수사중이어서 법원에는 제출 못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어요. 그런데 검찰 수사는 아직도 진행중이거든요? 바뀐 거라곤 대통령 하나뿐인데 대체 왜 경찰이 태도를 확 바꾼 걸까요. 제가 그건 다음주 월요일 경찰청장 기자간담회 때 직접 물어보겠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에서 눈여겨보실 대목 중 하나는, 저희가 어제(6월 30일치) 보도해드린 공아무개 경위(전 서울경찰청 4기동장비장) 관련 내용입니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새로 드러난 사람이지요. 이 사람이 왜 중요하냐고요? 공 경위가 백남기 농민이 살수차 공격당할 때 바깥에서 현장 지휘를 한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청문회장에도 안 나왔고 고소도 안 당했습니다. 정말 국회와 여론의 눈을 피해 그동안 잘 숨어 계셨습니다.
제가 백남기 농민을 공격한 살수차의 CCTV를 우연한 경로로 본 적이 있어요. 아직 외부에 공식 공개되진 않아서 명확히 설명하는 보도를 못 보셨을 거예요. 제가 이 자리에서 설명을 드릴게요.
경찰이 “농민이 쓰러지는 줄 모르고 계속 직사살수 했다”고 말한 건 딱 ‘절반의 진실’은 담겨 있어요. CCTV를 보면, 백남기 농민이 살수차 앞으로 다가와요. 그러자 직사살수가 시작되는데 그때 물보라가 일어서 CCTV 화면을 가려요. 농민이 안 보이죠. 그래도 살수는 계속 해요. 살수를 멈추자 물보라도 사라지고 화면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요. 이때 농민이 바닥에 쓰러져 있고 사람들이 와서 구해내려는 게 화면에 잡혀요.
그러니까 농민이 쓰러지는 장면을 경찰이 못 봤다는 건 엄밀히 말해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러나 농민을 조준해 쏘기 직전의 순간까지는 엄연히 화면이 깨끗했기에 ‘농민이 살수차로 다가오는지도 몰랐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 되는 거예요. 백남기 농민을 보고 쏜 건 분명 사실이지요.
다만 CCTV 내용을 아는 입장에서 제가 말씀드리면, 온전히 그 살수차를 운전한 경찰에게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앞서 말씀드렸듯 물포를 쏠 때 차량 안에서는 밖이 잘 안 보였던 건 사실이니까요. 그렇다면 누구의 책임이 더 있는 거냐. 이 대목에서 바로 공 경위의 역할을 따져봐야 해요.
감찰보고서 내용을 보면, 공 경위는 경찰 차벽 위에서 살수차 안으로 무전기를 통해 물포를 어디다 쏴야 하는지 일일이 지시를 했어요. ‘살수차의 두뇌’ 역할을 한 셈이죠. 살수는 안에서의 기계조작과 바깥에서의 무전기 지시 두 작업이 결합해 이뤄졌어요. 그런데 지금까지는 살수차를 조종한 경찰에게만 형사적 책임을 물었던 거예요. 머리는 놔두고 몸통만 갖고 비판해온 겁니다. 그래서 저희가 감찰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공 경위를 세상에 끄집어내는 기사를 쓴 것이고요.
공 경위는 백남기 농민 사건 청문회장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형사 재판에는 증인으로 나온 적 있어요. 주로 시위대의 과격한 행동에 대해서만 증언하고 돌아갔는데 이제는 백남기 농민을 살수차가 공격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무슨 지휘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증언해야 합니다.
다시 살수차를 운전한 경찰에게로 돌아가죠. 차를 운전한 한아무개 경장(당시 충남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소속)은 지난해 9월 청문회장에 나와 “수십여 차례 현장에 투입되었다”며 마치 살수 전문가처럼 말했어요. 하지만 감찰보고서를 보면,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날 겨우 두번째 현장에 투입된 거였어요.
한 경장은 국회에서 왜 사실과 다른 증언을 한 걸까요. 어쩌면 이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이 될 수 있어요. 경장은 순경 다음의 직급으로, 말단 직급이라 혼자서는 국회에서 이런 거짓말을 결심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대체 누구의 지시가 있었는지도 밝혀져야 할 대목입니다. 제가 다음주 월요일 이철성 청장 기자간담회 때 직접 물어보겠습니다.
참고로, 최근 법원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국회에서 위증한 사람들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의 위증은 가벼운 범죄가 아닙니다. 더더욱 공무원이라면 말이지요.
출처 ‘백남기 살수차’ 시시티브이를 봤습니다
[한겨레] 허재현 사회에디터석 24시팀 기자 | 등록 : 2017-06-30 20:02 | 수정 : 2017-06-30 23:11
▲2015년 11월 14일 정부의 노동시장 ‘개악’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쌀값 폭락, 청년실업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경찰은 최루액이 포함된 물대포를 집회 참가자, 취재진 가리지 않고 마구 쏘아댔다. 이날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은 2016년 9월 25일 사망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안녕하세요. 경찰청 출입하고 있는 허재현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봄까지 저는 토요판 기사로 여러분을 찾아뵈었지요. 토요판을 떠난 뒤에도 항상 ‘시기질투 대마왕 모드’로 토요판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故 백남기 농민과 살수차 관련 보도 뒷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주중에 왜 갑자기 이 보도가 잇따랐는지 의아하셨나요. 이철성 경찰청장이 사과를 한 사실은 아실 거고요. 경찰이 최근 법원에 이 사건 관련 감찰 보고서를 제출했답니다. 국회에서 지난해 백남기 사망사건 청문회까지 열었는데 이게 아직도 공개가 안 되었던 것, 여러분 아셨나요?
경찰은 ‘아직은 살수차 운용 경찰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이 수사중이어서 법원에는 제출 못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어요. 그런데 검찰 수사는 아직도 진행중이거든요? 바뀐 거라곤 대통령 하나뿐인데 대체 왜 경찰이 태도를 확 바꾼 걸까요. 제가 그건 다음주 월요일 경찰청장 기자간담회 때 직접 물어보겠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에서 눈여겨보실 대목 중 하나는, 저희가 어제(6월 30일치) 보도해드린 공아무개 경위(전 서울경찰청 4기동장비장) 관련 내용입니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새로 드러난 사람이지요. 이 사람이 왜 중요하냐고요? 공 경위가 백남기 농민이 살수차 공격당할 때 바깥에서 현장 지휘를 한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청문회장에도 안 나왔고 고소도 안 당했습니다. 정말 국회와 여론의 눈을 피해 그동안 잘 숨어 계셨습니다.
제가 백남기 농민을 공격한 살수차의 CCTV를 우연한 경로로 본 적이 있어요. 아직 외부에 공식 공개되진 않아서 명확히 설명하는 보도를 못 보셨을 거예요. 제가 이 자리에서 설명을 드릴게요.
경찰이 “농민이 쓰러지는 줄 모르고 계속 직사살수 했다”고 말한 건 딱 ‘절반의 진실’은 담겨 있어요. CCTV를 보면, 백남기 농민이 살수차 앞으로 다가와요. 그러자 직사살수가 시작되는데 그때 물보라가 일어서 CCTV 화면을 가려요. 농민이 안 보이죠. 그래도 살수는 계속 해요. 살수를 멈추자 물보라도 사라지고 화면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요. 이때 농민이 바닥에 쓰러져 있고 사람들이 와서 구해내려는 게 화면에 잡혀요.
그러니까 농민이 쓰러지는 장면을 경찰이 못 봤다는 건 엄밀히 말해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러나 농민을 조준해 쏘기 직전의 순간까지는 엄연히 화면이 깨끗했기에 ‘농민이 살수차로 다가오는지도 몰랐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 되는 거예요. 백남기 농민을 보고 쏜 건 분명 사실이지요.
다만 CCTV 내용을 아는 입장에서 제가 말씀드리면, 온전히 그 살수차를 운전한 경찰에게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앞서 말씀드렸듯 물포를 쏠 때 차량 안에서는 밖이 잘 안 보였던 건 사실이니까요. 그렇다면 누구의 책임이 더 있는 거냐. 이 대목에서 바로 공 경위의 역할을 따져봐야 해요.
감찰보고서 내용을 보면, 공 경위는 경찰 차벽 위에서 살수차 안으로 무전기를 통해 물포를 어디다 쏴야 하는지 일일이 지시를 했어요. ‘살수차의 두뇌’ 역할을 한 셈이죠. 살수는 안에서의 기계조작과 바깥에서의 무전기 지시 두 작업이 결합해 이뤄졌어요. 그런데 지금까지는 살수차를 조종한 경찰에게만 형사적 책임을 물었던 거예요. 머리는 놔두고 몸통만 갖고 비판해온 겁니다. 그래서 저희가 감찰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공 경위를 세상에 끄집어내는 기사를 쓴 것이고요.
공 경위는 백남기 농민 사건 청문회장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형사 재판에는 증인으로 나온 적 있어요. 주로 시위대의 과격한 행동에 대해서만 증언하고 돌아갔는데 이제는 백남기 농민을 살수차가 공격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무슨 지휘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증언해야 합니다.
다시 살수차를 운전한 경찰에게로 돌아가죠. 차를 운전한 한아무개 경장(당시 충남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소속)은 지난해 9월 청문회장에 나와 “수십여 차례 현장에 투입되었다”며 마치 살수 전문가처럼 말했어요. 하지만 감찰보고서를 보면,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날 겨우 두번째 현장에 투입된 거였어요.
한 경장은 국회에서 왜 사실과 다른 증언을 한 걸까요. 어쩌면 이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이 될 수 있어요. 경장은 순경 다음의 직급으로, 말단 직급이라 혼자서는 국회에서 이런 거짓말을 결심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대체 누구의 지시가 있었는지도 밝혀져야 할 대목입니다. 제가 다음주 월요일 이철성 청장 기자간담회 때 직접 물어보겠습니다.
참고로, 최근 법원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국회에서 위증한 사람들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의 위증은 가벼운 범죄가 아닙니다. 더더욱 공무원이라면 말이지요.
출처 ‘백남기 살수차’ 시시티브이를 봤습니다
'세상에 이럴수가 > 정치·사회·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서고속철 ‘지역독점’…국토부, 코레일 우려 무시했었다 (0) | 2017.07.03 |
---|---|
홍준표 막말 10선 (0) | 2017.07.03 |
기본료 폐지는 포퓰리즘? 통신사 3대 거짓말 (0) | 2017.06.29 |
경찰관이 신분 속이고 기자회견 촬영해 말썽 (1) | 2017.06.29 |
이유미 "시킨 대로 한 죄밖에 없는데" 새벽에 문자 호소 (0) | 2017.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