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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국정원, 대법원장 규탄 회견까지 배후조종

원세훈 국정원, 대법원장 규탄 회견까지 배후조종
‘신영철 대법관 촛불 재판 개입’
일선 판사들 사퇴요구 나서자
원세훈 “대법원장 책임 부각” 지시
극우단체 회견 등 온·오프 심리전

[한겨레] 서영지 기자 | 등록 : 2017-08-29 04:59 | 수정 : 2017-08-29 10:35


▲ 2015년 2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정아 기자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여론공작이 정부 정책 등 행정부 영역을 넘어 사법부와 입법부 등을 겨냥해 무차별적으로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좌파 판사’ 낙인을 찍는 인터넷 여론전뿐 아니라 극우단체를 동원해 대법원장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배후 조종하고, 야당의 정당 활동까지 심리전 대상으로 삼았다.

28일 <한겨레>가 국가정보원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009년 5월 19일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파문과 관련해 ‘이용훈 대법원장의 책임론을 부각하고, 좌파 판사 행동에 대응하는 심리전을 전개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신 대법관은 2008년 말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시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 관련 재판에 간섭하고 선고를 독촉하는 전자우편 등을 보낸 사실이 공개돼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다. 일선 판사들이 ‘재판 개입’의 책임을 물어 신 대법관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자, 국정원이 나서 판사들을 비난하는 심리전을 벌이라고 한 것이다.

또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용훈 대법원장을 겨냥한 온·오프라인 심리전도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원 전 원장의 지시 사흘 뒤인 5월 22일 극우단체인 ‘반핵반김국민협의회’가 이 대법원장과 박시환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원 전 원장은 당시 이런 규탄 집회 개최 외에 온라인 기고, 시국 광고 등을 통해 대법원장과 ‘좌파 판사’들을 ‘압박’하는 심리전이 진행된 상황을 정식으로 보고받았다.

사법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원의 심리전은 이듬해인 2010년 1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피디수첩> 제작진에 무죄가 선고됐을 때도 강도 높게 진행됐다. 원 전 원장은 ‘무죄 판결의 부당성을 알리는 심리전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국정원은 이 판결이 ‘사법부의 좌편향’ 때문이라는 논리를 여러 경로로 유포했다는 사실을 원 전 원장에게 보고했다.

국정원의 심리전은 사법부뿐만 아니라 야당의 활동에 대해서도 이뤄졌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3월 6·15 남측위원회와 야4당이 공동 주관한 ‘남북관계 경색 비상시국회의’ 개최와 관련해 ‘규탄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이번 국정원 자체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앞서 국정원은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 등 야당 주요 인사들의 동향을 파악한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출처  [단독] 원세훈 국정원, 대법원장 규탄 회견까지 배후조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