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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품 팔아 한해 40만원 벌었다고…한겨울에 기초급여 도로 떼어가는 정부

날품 팔아 한해 40만원 벌었다고…
한겨울에 기초급여 도로 떼어가는 정부

일용소득 찾아내 환수 통보
[한겨레] 이유진 기자 | 등록 : 20120104 21:01 | 수정 : 20120104 22:36


▲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 사는 한 주민이 난방용 연탄을 자신의 집으로 옮기고 있다. 이정아 기자
“나라에서 참 대단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줬습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김아무개(50·남·경기도 평택시)씨는 지난달 23일 복지급여를 깎는다는 내용의 우편물을 받았다. 2011년 한해 내내 번 40만원이 문제였다. 각종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그나마 몸 상태가 좋을 때 짬짬이 날품을 팔아 번 푼돈이 ‘적발’된 것이다.

월 46만원을 급여로 받아온 1인 가구 기초생활 수급자이자 대학 휴학생인 구아무개(27·장애인·서울 강서구)씨도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1년간 번 167만원이 적발됐다. 그는 이 167만원을 몇달에 걸쳐 제외하고 급여를 주겠다는 우편통보를 지난달 28일 받았다. 구씨는 “한달 17만원으로 이 겨울 난방비며 전기요금을 내고 어떻게 사느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

복지급여 대상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 빈곤층 6만여명을 더 보호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일용소득 신고를 하지 않은 수급자들의 ‘부정수급’ 적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1년 복지급여 10종에 대한 하반기 확인조사를 벌이면서 기초생활보장, 의료급여, 기초노령연금, 장애인연금, 장애(아동)수당, 보육료, 양육수당, 가정입양아동 지원, 긴급지원, 자활사업 등 현금성 급여 및 서비스 급여 지급 적정성 점검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사회복지통합관리망(사통망)을 가동해 사업주가 국세청에 신고한 자료를 토대로 당해연도 일용근로 소득금액을 반영해 환수금액을 통보했다. 일부 극빈층에 예외가 있긴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부정수급으로 간주된 소득발생금액 전액을 몇 달에 나눠 환수하는 방식이다.

일면 합리적인 조처 같지만,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이란 볼멘소리가 쏟아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는 연말 급여환수 조사기간에 시군구 담당자가 전년도 국세청 자료를 활용해 가구의 현재 실태를 파악한 뒤 환수에서 제외하기가 쉬웠다. 그러나 이번엔 사업주의 최근 신고 자료를 일괄 적용해 예외가 없게 된 것이다. 시군구의 한 복지 공무원은 “빈곤층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면서, 기존 수급자의 근로능력, 소득 관리는 강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빈곤층 주머니 털기’라는 반발이 일자 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서둘러 65살 이상 노인, 장애인, 학생 일용소득에 대한 공제방안을 만들었다. 이것조차 6개월 한시적인 대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조사가 완료되면 구제될 사람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지문을 보낸 대상자 수에 대해 복지부 쪽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허선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급여 기준선인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하는 최소한의 안전판도 없기 때문에 요보호자를 배제하고 사각지대를 확대할 수 있는 가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출처 : 날품 팔아 한해 40만원 벌었다고…한겨울에 기초급여 도로 떼어가는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