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수뇌부가 ‘PD수첩 강제수사’ 직접 지시
“광우병 보도, 기소 안 해도 되니 제작진 체포·압수수색하라”
2008년 당시 수사팀 관계자가 밝혀
갈등 빚은 임수빈 팀장 교체 후 실행
[경향신문] 유희곤 기자 | 입력 : 2017.12.14 06:00:04 | 수정 : 2017.12.14 06:02:01
이명박 정부 당시 대검찰청 수뇌부가 2008년 서울중앙지검의 <PD수첩> 수사팀에 “기소하지 않아도 되니 제작진을 체포하고 압수수색하라”고 지시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당시 수사팀은 <PD수첩>의 광우병 보도가 왜곡됐지만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한 상태였다.
검찰은 수사팀이 교체된 후 체포와 압수수색 등을 거쳐 2009년 MBC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했지만, 이 사건은 2011년 무죄가 확정됐다. 이 사건은 과거 검찰의 인권 침해 및 검찰권 남용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지난 12일 출범한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최우선 조사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PD수첩>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13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2008년 7월 ‘<PD수첩>의 광우병 보도가 대부분 사실과 다르게 왜곡되고 의도적으로 편집됐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후 그해 9월쯤 대검 수뇌부가 수사팀을 불러 ‘기소와 무관하게 일단 제작진을 체포하고 압수수색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작진이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자체조사 후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긴 했지만, 언론의 공공성 등을 고려하면 제작진에게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며 “그런데도 강제수사(체포·압수수색)를 지시한 것은 수사권 남용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검의 <PD수첩> 강제수사 방침은 1기 수사팀장이던 임수빈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다 2009년 1월 검찰을 떠나고 사건이 형사6부에 재배당된 뒤 실행됐다.
수사팀은 그해 3~4월 제작진의 e메일과 통화기록을 압수 수색을 하고 조능희 PD 등 제작진 6명을 체포했다. 이어 같은 해 6월 제작진 5명을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판매업자 7명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물론 대법원도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대검 고위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조사는 해야 한다. 혐의 유무와 기소 여부는 주임검사가 판단한다’는 것이 검찰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수뇌부가 수사팀에 무리한 수사를 지시해 검찰권 남용 의혹을 받는 MBC <PD수첩> 수사는 2008년 6월 농림수산식품부의 수사의뢰로 시작됐다. 그해 4월 <PD수첩>은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보도했는데 이 보도가 정운천 당시 농식품부 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이유다.
서울중앙지검은 식품·의료 사건을 전담하는 형사2부의 임수빈 당시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을 만들어 수사에 착수했다. 특별수사팀은 2008년 7월 “자체적으로 취재자료를 재구성해 다각적 조사를 벌인 결과 <PD수첩> 보도는 고 아레사 빈슨 어머니의 인터뷰 등 19개 부분이 왜곡됐다”는 내용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팀은 <PD수첩> 제작진을 피의자로 입건하지는 않았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13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광우병이 발생할까봐 불안해했던 만큼 보도가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다”면서 “보도에 문제가 있었지만 공적 사안을 다룬 내용이었고 명예훼손의 피해도 구체적이지 않아 제작진을 입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은 <PD수첩> 제작진을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현 자유한국당 대표)는 “검찰은 광우병 보도에 대한 조속한 수사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 수뇌부가 수사팀에 “기소를 안 해도 좋으니 압수수색과 체포 등 강제수사를 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도 이 시점이다.
진척이 없던 검찰 수사는 수사팀 교체 후 속도를 냈다. 임 전 부장검사는 대검과 갈등을 빚다 2009년 1월 검찰을 떠났고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형사6부에 재배당했다.
2기 수사팀은 3월 5일 제작진의 e메일과 통화기록을 압수수색했다. 3월 25일 이춘근 PD를 시작으로 4월 27일까지 제작진 6명을 차례로 체포했다 풀어줬다. 4월 8일에는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MBC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검찰은 6월 18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조능희 PD 등 제작진 5명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김은희 작가가 7개월간 지인에게 보낸 사적인 e메일까지 공개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는 법원 판결로 증명됐다. 대법원은 2011년 9월 2일 제작진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보도 내용 중 일부가 허위 사실에 해당하지만 보도가 국민의 먹거리와 이에 대한 정부 정책에 관한 여론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공공성 및 사회성을 지닌 점을 고려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출처 [단독] 대검 수뇌부가 ‘PD수첩 강제수사’ 직접 지시
“광우병 보도, 기소 안 해도 되니 제작진 체포·압수수색하라”
2008년 당시 수사팀 관계자가 밝혀
갈등 빚은 임수빈 팀장 교체 후 실행
[경향신문] 유희곤 기자 | 입력 : 2017.12.14 06:00:04 | 수정 : 2017.12.14 06:02:01
이명박 정부 당시 대검찰청 수뇌부가 2008년 서울중앙지검의 <PD수첩> 수사팀에 “기소하지 않아도 되니 제작진을 체포하고 압수수색하라”고 지시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당시 수사팀은 <PD수첩>의 광우병 보도가 왜곡됐지만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한 상태였다.
검찰은 수사팀이 교체된 후 체포와 압수수색 등을 거쳐 2009년 MBC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했지만, 이 사건은 2011년 무죄가 확정됐다. 이 사건은 과거 검찰의 인권 침해 및 검찰권 남용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지난 12일 출범한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최우선 조사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PD수첩>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13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2008년 7월 ‘<PD수첩>의 광우병 보도가 대부분 사실과 다르게 왜곡되고 의도적으로 편집됐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후 그해 9월쯤 대검 수뇌부가 수사팀을 불러 ‘기소와 무관하게 일단 제작진을 체포하고 압수수색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작진이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자체조사 후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긴 했지만, 언론의 공공성 등을 고려하면 제작진에게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며 “그런데도 강제수사(체포·압수수색)를 지시한 것은 수사권 남용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검의 <PD수첩> 강제수사 방침은 1기 수사팀장이던 임수빈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다 2009년 1월 검찰을 떠나고 사건이 형사6부에 재배당된 뒤 실행됐다.
수사팀은 그해 3~4월 제작진의 e메일과 통화기록을 압수 수색을 하고 조능희 PD 등 제작진 6명을 체포했다. 이어 같은 해 6월 제작진 5명을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판매업자 7명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물론 대법원도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대검 고위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조사는 해야 한다. 혐의 유무와 기소 여부는 주임검사가 판단한다’는 것이 검찰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검찰의 2008~2009년 ‘PD수첩 수사’ 어땠나
대검찰청 수뇌부가 수사팀에 무리한 수사를 지시해 검찰권 남용 의혹을 받는 MBC <PD수첩> 수사는 2008년 6월 농림수산식품부의 수사의뢰로 시작됐다. 그해 4월 <PD수첩>은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보도했는데 이 보도가 정운천 당시 농식품부 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이유다.
서울중앙지검은 식품·의료 사건을 전담하는 형사2부의 임수빈 당시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을 만들어 수사에 착수했다. 특별수사팀은 2008년 7월 “자체적으로 취재자료를 재구성해 다각적 조사를 벌인 결과 <PD수첩> 보도는 고 아레사 빈슨 어머니의 인터뷰 등 19개 부분이 왜곡됐다”는 내용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팀은 <PD수첩> 제작진을 피의자로 입건하지는 않았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13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광우병이 발생할까봐 불안해했던 만큼 보도가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다”면서 “보도에 문제가 있었지만 공적 사안을 다룬 내용이었고 명예훼손의 피해도 구체적이지 않아 제작진을 입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은 <PD수첩> 제작진을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현 자유한국당 대표)는 “검찰은 광우병 보도에 대한 조속한 수사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 수뇌부가 수사팀에 “기소를 안 해도 좋으니 압수수색과 체포 등 강제수사를 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도 이 시점이다.
진척이 없던 검찰 수사는 수사팀 교체 후 속도를 냈다. 임 전 부장검사는 대검과 갈등을 빚다 2009년 1월 검찰을 떠났고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형사6부에 재배당했다.
2기 수사팀은 3월 5일 제작진의 e메일과 통화기록을 압수수색했다. 3월 25일 이춘근 PD를 시작으로 4월 27일까지 제작진 6명을 차례로 체포했다 풀어줬다. 4월 8일에는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MBC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검찰은 6월 18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조능희 PD 등 제작진 5명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김은희 작가가 7개월간 지인에게 보낸 사적인 e메일까지 공개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는 법원 판결로 증명됐다. 대법원은 2011년 9월 2일 제작진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보도 내용 중 일부가 허위 사실에 해당하지만 보도가 국민의 먹거리와 이에 대한 정부 정책에 관한 여론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공공성 및 사회성을 지닌 점을 고려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출처 [단독] 대검 수뇌부가 ‘PD수첩 강제수사’ 직접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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