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찬반도 불법, 풍자작품도 불법...유권자 옥죄는 공직선거법
[공직선거법 개정 필요성①] 단속기관의 자의적 판단 개입된 선거법 조항들
[민중의소리] 박상희 기자 | 발행 : 2018-01-01 16:00:36 | 수정 : 2018-01-01 16:00:36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가 바빠졌다. 최근 각 지역의 선관위는 각종 문의 전화로 빗발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선거일 180일 이전인 지난 12월 15일부터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기관의 홍보물 발행·배부, 행사참석, 시설물 설치 등이 금지되면서 관련 문의는 부쩍 늘어났다. 선관위의 단속 근거는 공직선거법 90조·93조 1항에 있다.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분류돼 최근 선관위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른 지방선거에 대한 다양한 규제 방침은 유권자들의 선거참여를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선거철 마다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정당·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광고, 벽보, 사진, 인쇄물이나 그 밖의 유사한 것을 배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는 선거법 90조·93조와 포괄적 의미의 후보자 비방 금지를 담고 있는 공직선거법 251조, 선거구민에 대한 서명·날인 운동의 금지(제107조)도 폐지되어야 할 조항으로 꼽힌다.
특히 공직선거법 제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 1항, 제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 1항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라는 모호한 규정으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불렸다. 단속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해당 논란은 크게 일었다. 당시 선거의 주요 쟁점이었던 4대강과 무상급식에 대한 시민단체의 활동을 두 조항으로 선관위가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유권자의 정치참여와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선거법 제108조 2항에 따라 정당이나 후보자의 정책이나 공약을 비교 또는 평가한 결과를 공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또 교육감과 정당 간의 정책연대도 위법행위(지방교육자체법)로 규정해 정치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해당 조항들은 법에 허용되는 것이 아닌 물품, 광고물 등을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설치·착용·진열·판매할 수 없게 하고 있다. 화환·풍선·간판·현수막·애드벌룬·기구류, 그 밖의 광고물이나 시설물, 표찰이나 배지, 후보자를 상징하는 인형 등 금지대상이 광범위하다.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규제는 더 추가된다.(선거법 제68조)
이로 인해 2010년 당시 선관위는 친환경무상급식연대 등이 펼치는 무상급식 서명운동을 금지하라고 통보했고, 환경운동연합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아 제작한 회원 모집 라디오 광고를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정당이나 후보자와 관련 있는 주제에 대한 찬성·반대·철회 등의 서명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선거법 107조)
작년 4.13 총선을 앞두고 출범한 시민단체들의 ‘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의 대표 22명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 총선넷이 낙선 후보 사무실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을 선거법 위반으로 해석했다. 총선넷은 선거법을 의식해 기자회견을 열면서 피켓이나 현수막에 후보자의 성명이나 사진을 게재하지 않았는데도 기소됐다. 이밖에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의 낙선 운동을 한 용산참사 유가족 등에게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이 구형되기도 했다.
포괄적 의미의 후보자 비방 금지를 담고 있는 공직선거법 251조도 개정되어야 할 조항으로 불린다. 사실에 근거한 후보자 비판이나 풍자마저 ‘비방’으로 판단케 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중 5명이 이 조항에 대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해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까지 이 조문은 그대로 남아있다.
2012년 대선 기간, 논란이 됐던 홍성담 화백의 ‘골든타임 - 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를 하다’ 유채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그림은 박근혜 후보가 출산하는 모습을 담고 있는데 갓 태어난 아기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박정희를 떠올리게 했다. 당시 선관위는 해당 그림을 251조 위반으로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재판부는 최종 ‘혐의 없음’으로 처분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준우 변호사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주권자인 국민에게는 선거에 참여하고 그 의사를 표현할 기회와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이는 헌법재판소에서도 밝히고 있는 입장이기도 하다”면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고, 참여의 주체도 넓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직선거법의 개정의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정당 득표율로 의석을 우선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이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무부 장관 출신의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은 "사표(死票) 없이 유권자가 찍은 모든 표가 효력을 발휘해 국회는 5천만 국민의 정확한 정치적 축소판이 되고 지방의회는 해당 주민의 정확한 정치적 축소판이 되는 제도인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정책 찬반도 불법, 풍자작품도 불법...유권자 옥죄는 공직선거법
[공직선거법 개정 필요성①] 단속기관의 자의적 판단 개입된 선거법 조항들
[민중의소리] 박상희 기자 | 발행 : 2018-01-01 16:00:36 | 수정 : 2018-01-01 16:00:36
▲ 2016년 6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총선넷 등에 대한 검경의 압수수색,과잉수사,유권자탄압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가 바빠졌다. 최근 각 지역의 선관위는 각종 문의 전화로 빗발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선거일 180일 이전인 지난 12월 15일부터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기관의 홍보물 발행·배부, 행사참석, 시설물 설치 등이 금지되면서 관련 문의는 부쩍 늘어났다. 선관위의 단속 근거는 공직선거법 90조·93조 1항에 있다.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분류돼 최근 선관위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단속기관의 자의적 판단 개입된 공직선거법 조항들
단속기관의 자의적 판단 개입된 공직선거법 조항들
공직선거법에 따른 지방선거에 대한 다양한 규제 방침은 유권자들의 선거참여를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선거철 마다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정당·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광고, 벽보, 사진, 인쇄물이나 그 밖의 유사한 것을 배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는 선거법 90조·93조와 포괄적 의미의 후보자 비방 금지를 담고 있는 공직선거법 251조, 선거구민에 대한 서명·날인 운동의 금지(제107조)도 폐지되어야 할 조항으로 꼽힌다.
▲ 2016년 6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총선넷 등에 대한 검경의 압수수색,과잉수사,유권자탄압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특히 공직선거법 제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 1항, 제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 1항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라는 모호한 규정으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불렸다. 단속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해당 논란은 크게 일었다. 당시 선거의 주요 쟁점이었던 4대강과 무상급식에 대한 시민단체의 활동을 두 조항으로 선관위가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유권자의 정치참여와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선거법 제108조 2항에 따라 정당이나 후보자의 정책이나 공약을 비교 또는 평가한 결과를 공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또 교육감과 정당 간의 정책연대도 위법행위(지방교육자체법)로 규정해 정치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해당 조항들은 법에 허용되는 것이 아닌 물품, 광고물 등을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설치·착용·진열·판매할 수 없게 하고 있다. 화환·풍선·간판·현수막·애드벌룬·기구류, 그 밖의 광고물이나 시설물, 표찰이나 배지, 후보자를 상징하는 인형 등 금지대상이 광범위하다.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규제는 더 추가된다.(선거법 제68조)
이로 인해 2010년 당시 선관위는 친환경무상급식연대 등이 펼치는 무상급식 서명운동을 금지하라고 통보했고, 환경운동연합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아 제작한 회원 모집 라디오 광고를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정당이나 후보자와 관련 있는 주제에 대한 찬성·반대·철회 등의 서명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선거법 107조)
작년 4.13 총선을 앞두고 출범한 시민단체들의 ‘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의 대표 22명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 총선넷이 낙선 후보 사무실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을 선거법 위반으로 해석했다. 총선넷은 선거법을 의식해 기자회견을 열면서 피켓이나 현수막에 후보자의 성명이나 사진을 게재하지 않았는데도 기소됐다. 이밖에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의 낙선 운동을 한 용산참사 유가족 등에게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이 구형되기도 했다.
비판이냐 비방이냐, 구별 모호한 선거법 251조
“선거 참여와 의사 표현의 기회 최대한 보장되어야”
“선거 참여와 의사 표현의 기회 최대한 보장되어야”
포괄적 의미의 후보자 비방 금지를 담고 있는 공직선거법 251조도 개정되어야 할 조항으로 불린다. 사실에 근거한 후보자 비판이나 풍자마저 ‘비방’으로 판단케 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중 5명이 이 조항에 대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해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까지 이 조문은 그대로 남아있다.
▲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 ⓒ평화박물관 홈페이지
2012년 대선 기간, 논란이 됐던 홍성담 화백의 ‘골든타임 - 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를 하다’ 유채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그림은 박근혜 후보가 출산하는 모습을 담고 있는데 갓 태어난 아기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박정희를 떠올리게 했다. 당시 선관위는 해당 그림을 251조 위반으로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재판부는 최종 ‘혐의 없음’으로 처분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준우 변호사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주권자인 국민에게는 선거에 참여하고 그 의사를 표현할 기회와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이는 헌법재판소에서도 밝히고 있는 입장이기도 하다”면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고, 참여의 주체도 넓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직선거법의 개정의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정당 득표율로 의석을 우선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이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무부 장관 출신의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은 "사표(死票) 없이 유권자가 찍은 모든 표가 효력을 발휘해 국회는 5천만 국민의 정확한 정치적 축소판이 되고 지방의회는 해당 주민의 정확한 정치적 축소판이 되는 제도인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정책 찬반도 불법, 풍자작품도 불법...유권자 옥죄는 공직선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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