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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유소년축구단 사고나면 개인 책임?

방북 유소년축구단 사고나면 개인 책임?
북한서 인지한 사실 공개 전
통일부와 사전협의 등 6개항
남북체육교류협 확인서 논란
“과도한 표현 자유 침해” 지적
통일부 “경각심 차원 요청한 것”

[한겨레] 이제훈 선임기자 | 등록 : 2018-08-12 18:30 | 수정 : 2018-08-12 18:58


▲ 국제유소년축구대회 참석차 10일 방북한 시민들에게 남북체육교류협회가 ‘방북 기간 안전사고 발생 책임은 본인이 감수’ 등의 내용을 담은 확인서(위)에 서명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겨레> 독자 제공

북한에서 치러지는 ‘국제유소년축구대회’(13~18일)에 참여하려고 평양을 방문한 시민들(151명)의 헌법적 권리를 과도하게 제약하고 정부의 책임을 개인한테 떠미는 듯한 내용이 적시된 ‘확인서’가 논란이다.

특히 ‘방북 기간 안전사고 발생 책임은 본인이 감수’라거나 ‘방북 기간 알게 된 사실·자료의 대외 공개 전 통일부와 사전 협의’ 조항이 문제다. 이런 내용의 ‘확인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한 주체는 통일부한테서 방북 승인을 받은 남북체육교류협회(이사장 김경성)다. 하지만 협회의 ‘확인서’ 받기는 통일부의 ‘권고’ 형식의 지침에 따른 행위여서 결국 통일부와 연결돼 있다.

방북단 가운데 한 인사는 10일 낮 <한겨레>에 “경의선 출입사무소(CIQ)를 통과하기 전인데 버스 안에서 ‘확인서’라는 걸 쓰라고 한다”며 “20년 가까이 북한을 수없이 오갔지만 이런 확인서 서명은 처음인데다 내용에 문제가 많다”고 전했다.

이 인사가 서명한 ‘확인서’는 “본인의 말과 행동이 남북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다음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할 것”이라는 전문과 함께 모두 6개 항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특히 5항과 6항이 문제다.

6항은 “방북 과정에서 신변안전에 유의하고, 안전사고 발생, 관련 법규 위반 시 책임은 본인이 감수한다”고 돼 있다. ‘신변안전은 개인 책임’임을 확인하라는 내용이라 ‘정부의 책임 방기’라는 비판이 제기될 소지가 크다.

5항은 “방북 기간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이나 자료 등을 대외 공개할 경우 통일부와 사전 협의한다”고 돼 있다. 국가보안법 저촉 우려가 있는 내용이 아닌 한 ‘정부와 사전 협의’ 요구는 법적 근거가 없는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물론 정부는 방북 승인 때 “남북 교류·협력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통일부 장관이 “조건을 붙일 수 있다”(남북교류협력법 9조4항). 이와 관련해 교류협력법 시행령은 ‘조건’의 내용으로 5가지를 열거했다(12조6항).

예컨대 ①방문 목적·대상자·지역·경로 등의 제한·변경 ②군사분계선 출입 때 일정 제출 ③방북결과보고서 제출 ④방북 안내교육 이수 ⑤남북교류협력 촉진·질서유지를 위해 통일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이 그것이다. 확인서 5, 6항은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거나 기껏해야 ‘질서유지’를 위한 정부의 편의 증진 목적을 넘어서기 어렵다.

▲ 평양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1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으로 출경하고 있다. 파주/박종식 기자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12일 “확인서를 받은 주체는 통일부가 아닌 협회이고 151명 전부가 아닌 각 부문 대표자한테만 받은 걸로 알고 있다”며 “확인서를 통일부가 갖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다만 ‘확인서가 통일부와 무관한가’라는 질문에 “정부는 방북 승인 때 조건을 달았고, 그런 차원에서 협회에 방북 목적에 맞게 경각심을 갖고 유의해달라고 행정 협조를 한 것”이라고 답했다. 통일부의 ‘권고’가 있었다는 뜻이다.

‘확인서 받기의 법적 근거가 뭐냐’는 질문에는 “방북교육을 실시하는 것과 같은 차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국민 안전에 대한 국가의 무한 책임 차원에서 각별히 유의해달라는 취지이지 개인의 책임을 따지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확인서의) 다소 거친 표현은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출처  방북 유소년축구단 사고나면 개인 책임?